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113화: 석회화된 혈관, 붕괴하는 벽
“가슴 열립니다! 흉골 전개기(Sternum Retractor) 조이세요!”
흉벽이 열리고 심장막(Pericardium)이 드러나자마자, 검붉은 핏덩이들이 수술실 조명 아래로 마구 분출해 나왔다. 심장 탬포네이드. 터져 나온 피가 심장을 꽉 누르고 있어 심장이 수축할 공간 자체가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어레스트(심정지)입니다! 혈압 안 잡힙니다! 플랫라인(평탄 신호) 들어옵니다!”
마취과 교수의 다급한 외침이 수술실을 강타했다. 인공심폐기(CPB)를 연결하여 환자의 순환을 돌리기 전에 심장이 멈춰버린 것이었다. 심장의 탬포네이드를 해결하려면 심장막을 째서 피를 빼내야 했지만, 째는 순간 대동맥의 파열 부위에서 고압의 피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환자는 3초 안에 사망할 터였다.
그 짧은 순간, 강현이 손을 뻗었다.
“석션 대지 마세요. 제가 직접 압박합니다.”
강현은 심장막의 미세한 틈새로 자신의 오른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동시에 ‘초미세 절대 인지 감각’이 폭발적으로 개방되었다.
손가락 끝의 세포들이 섭씨 36도의 뜨거운 혈액 속에서 파열된 상행 대동맥 벽의 미세한 질감을 감지해 냈다. 82세 고령인 차승훈 선생의 대동맥 벽은 오랜 세월 동안 진행된 동맥경화로 인해 단단한 석회화(Calcification) 물질들이 모래알처럼 빽빽하게 박혀 있었다.
잘못 힘을 주면 석회화된 조직이 바스러지며 구멍이 더 크게 찢어질 터였다.
강현은 손가락 끝의 압력을 소수점 단위로 미세하게 조절했다. 모래성 같은 석회화 장벽을 부드럽게 누르면서도, 파열부만 정확하게 손가락 끝마디로 밀착해 막아섰다.
피의 분출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성진 형, 지금 우측 대퇴동맥에 캐뉼라(송혈관) 삽입하세요! 빨리!”
“어, 어! 삽입 들어간다!”
성진이 다급히 관을 꽂아 넣었고, 심폐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체온을 낮추는 저체온 순환 정지(Deep Hypothermic Circulatory Arrest) 프로토콜이 가동되었다. 뇌와 신장을 보호하기 위해 환자의 체온을 20도까지 낮춰 혈류를 완전히 정지시키는, 현대 심장외과가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시간 벌기 기법이었다.
체온이 내려가고 심폐기가 순환을 제어하자, 강현은 비로소 손가락을 뗐다.
드러난 상행 대동맥 벽은 참혹했다. 약 3cm 크기의 찢어진 틈새 주변으로 대동맥 벽이 마치 썩은 낙엽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바늘을 찌르면 바늘구멍 자체가 찢어지며 붕괴할 것이 뻔한 최악의 조직 상태였다.
“대동맥을 잘라내고 인조혈관으로 대체(Ascending Aorta Replacement)합니다. 5-0 프롤린 실 주세요.”
강현이 첫 바늘을 대동맥 벽에 찔러 넣었다.
사각.
바늘이 관통하는 느낌이 불길했다. 대동맥 벽 내부의 석회화 덩어리들이 바늘의 마찰력 때문에 모래알처럼 으스러지며 구멍이 넓어졌다.
“선생님! 실이 대동맥 벽을 찢고 나옵니다! 조직이 달걀껍질 같아서 실을 당길 수가 없습니다!”
성진의 이마에 땀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실을 잡아당기면 대동맥 벽 전체가 부서져 나가며 인조혈관과의 접합부 자체가 소멸할 위기였다. 뇌 보호를 위한 순환 정지 한계 시간 40분 중 남은 시간은 단 25분이었다.
참관실에 서 있던 해외 펠로우들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 상태의 혈관 벽은 신이 오더라도 꿰맬 수 없는 붕괴 영역이었다.
하지만 강현의 눈동자는 차갑게 빛났다.
“샌드위치 테크닉(Sandwich Technique)으로 전환합니다. 닥론 필터 테이프와 테플론 펠트(Felt) 앞뒤로 대세요. 혈관 벽을 인조 펠트 사이에 끼워 넣어 강제로 강도를 고정하겠습니다.”
강현의 손끝이 다시 정밀하게 바늘을 쥐었다.
으스러지는 석회화 벽의 경계를 피해, 안쪽 펠트와 바깥쪽 펠트를 대동맥 벽과 함께 한 번에 관통해 묶는 3중 샌드위치 봉합. 조금이라도 힘이 어긋나면 펠트가 혈관 벽을 통째로 뜯어낼 터였다.
강현은 숨을 멈추었다. 오직 손끝 세포 하나하나가 느끼는 마찰 장력의 미세한 변화만을 느끼며, 으스러지는 달걀껍질 위에 초정밀 그물을 엮어 나가듯 실을 돌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