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112화: 대청소, 그리고 마지막 거목
“이거 놓으시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요! 당장 복지부 장관에게 전화하겠소!”
최만식 위원장이 수사관들에게 양팔을 붙잡힌 채 비명을 질렀다.
“최만식 씨, 뇌물수수 및 알선수재, 그리고 직권남용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현장에서 확보된 뇌물 대장과 실시간 도청 녹취록이 있으니 조용히 동행하십시오.”
정준혁 검사가 내민 체포 영장 앞에 최만식의 기세는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김용호 국장 역시 현장에서 함께 수갑이 채워졌다. 그가 성형외과와 신생 제약사들을 상대로 작성했던 공갈 협박용 미공개 기사 초안들과 계좌 내역들이 담긴 USB가 든 가방도 고스란히 압수되었다.
다음 날 아침, 대한민국의 모든 일간지와 뉴스 헤드라인은 이들의 체포 소식으로 도배되었다.
[속보] 보건의료평가원 최만식 위원장 체포…… 대형 병원 뇌물수수 및 징계 무마 확인
[속보] 메디칼 포커스 김용호 국장, 제약사 상대로 수십억 대 공갈 협박 혐의 구속
보건의료평가원은 즉각적인 대국민 사과와 함께 내부 정화 감사에 착수했고, 최만식의 비호를 받으며 비리를 저지르던 부패 위원들 수십 명이 줄줄이 파면되었다. 김용호가 운영하던 메디칼 포커스는 폐간 절차를 밟게 되었다.
전생에서 백강현의 목을 죘던 언론과 행정의 더러운 사슬이, 현생에서는 그들의 목을 옥죄는 단두대의 칼날이 되어 완벽하게 청소된 순간이었다.
복수의 여정이 마침내 종착지에 도달했다. 강현은 가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전생의 어두운 영혼들이 마침내 완전히 성불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의사로서의 강현의 여정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백 센터장님! 헬리포트(헬기 착륙장)에 초응급 환자가 헬기로 이송 중입니다! 심정지 임박 상태입니다!”
박성진이 헤드셋을 쓴 채 다급하게 달려와 보고했다.
환자는 82세의 노신사, 차승훈 선생이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평생을 청렴하게 살아오며 온 국민의 존경을 받는 국가의 거목이자 전직 국무총리였다.
“환자 바이탈 어지럽습니다! 상행 대동맥류 파열(Ascending Aortic Aneurysm Rupture)로 인한 심장 탬포네이드(Cardiac Tamponade) 상태입니다! 흉강에 피가 가득 차 심장을 누르고 있습니다!”
상행 대동맥류 파열.
찢어진 혈관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심장을 둘러싼 막에 갇혀 심장을 압박해 멈추게 만드는, 생존율 1% 미만의 초초응급 질환이었다. 게다가 환자의 연세는 82세의 고령. 수술을 하더라도 테이블 위에서 사망할 확률이 극히 높아, 이송을 담당했던 다른 대학병원 교수들은 모두 집도를 거부하고 명성대학병원 백강현 센터로 환자를 밀어 넣은 것이었다.
“수술 도중 테이블 데스가 나면 우리 센터의 대외적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환자의 연세도 너무 많으시고, 이미 뇌로 가는 혈류가 차단된 지 10분이 넘었습니다.”
새로 들어온 전임의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지만, 강현은 청진기를 손에 꽉 쥐었다.
“의사가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통계 수치로만 판단한다면, 그것은 의사가 아니라 회계사입니다. 이 환자는 평생을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입니다. 그런 분이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둘 수는 없습니다.”
강현의 두 눈에 외과의로서의 숭고한 사명감과 투지가 불타올랐다.
“수술실 오픈하세요. 인공심폐기 준비하고, 제가 직접 메스를 잡겠습니다.”
전생의 사슬을 끊어낸 백강현. 이제 그는 복수의 화신이 아닌,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기적을 집도하는 진정한 ‘신의 손’으로서 마지막 위대한 전투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