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109화: 거장의 찬사, 그리고 마지막 면회
수술이 끝나고 사흘 뒤, 한스 뮐러 박사는 WCSC 학회 폐막식 단상에 백강현과 함께 올랐다.
“오늘 저는 전 세계 심장외과의들을 대표하여, 의학의 한계를 다시 쓰고 내 손자의 생명을 구한 한국의 백강현 센터장에게 특별 공로상을 수여하고자 합니다.”
뮐러 박사의 목소리는 감격으로 떨리고 있었다.
“백 센터장이 보여준 K-Navi 시스템과 유전자 제어 기술은 우리 인류가 장기 부족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서게 할 열쇠입니다. 그는 단순한 외과의가 아닌, 의학의 패러다임을 지배하는 진정한 거장입니다.”
수천 명의 의학 석학들이 보내는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 속에서, 강현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상패를 받았다. 미국 최고의 소아 심장 전문의들이 강현의 수술법을 전수받기 위해 명성대학병원 이종 장기 센터에 단기 연수를 신청하겠다는 서한을 줄줄이 내밀었다. 아시아의 작은 대학병원이 마침내 전 세계 흉부외과의 메카로 인정받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 강현은 피로를 풀며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았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정준혁 검사로부터 오태민과 송우석에 대한 최종 1심 선고 결과를 전해 들었다.
“오태민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뇌물수수, 그리고 증거인멸 교사 및 청부 폭력 교사 혐의가 모두 인정되어 징역 17년의 중형이 선고되었습니다. 그의 불법 차명 자산과 주식 400억 원 역시 전액 몰수 및 추징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송우석 역시 징역 8년에 의사 면허 영구 박탈 처분을 받았습니다.”
정 검사의 담담한 음성에 강현은 찻잔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징역 17년. 오태민의 나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감옥에서 생을 마감해야 하는 종신형이나 다름없는 판결이었다. 그의 권세와 부귀영화는 먼지처럼 흩어졌고, 그를 따르던 기득권 세력들도 흔적 없이 소멸했다.
강현은 서울구치소의 면회실을 찾았다.
유리창 너머로 걸어 나오는 오태민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한때 명성대학병원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오만함은 온데간데없고, 잿빛 수의를 입은 채 어깨가 잔뜩 굽은 노인이 서 있었다. 눈빛은 초점을 잃고 핏발이 서 있었다.
탁.
수화기를 든 오태민이 유리창 너머의 강현을 원망과 독기가 가득한 눈으로 쏘아보았다.
“백강현…… 결국 네가 원하는 대로 되었구나. 내 병원을 빼앗고, 내 모든 명예를 짓밟고 나를 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처넣으니 속이 시원하더냐?”
오태민의 거친 숨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강현은 차분하고 깊은 눈빛으로 오태민을 마주 보았다.
“오 원장님. 저는 무언가를 빼앗은 적이 없습니다. 그저 당신이 저질렀던 죄악들이 제자리로 돌아갔을 뿐입니다.”
“닥쳐! 네까짓 의대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놈이 어떻게 내 차명 계좌와 태성 메디칼의 존재, 그리고 도건우와의 뒷거래까지 전부 알고 있었던 거지? 어떻게 미래의 유전자 가위 공식을 설계하고 존스 홉킨스를 움직였단 말이냐! 대체 네 정체가 뭐냐!”
오태민이 유리창을 두드리며 발악했다. 평생을 권모술수와 탐욕으로 살아온 그로서는 강현의 존재가 신의 징벌처럼 기이하고 두려웠던 것이다.
강현은 유리창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 오직 오태민에게만 들릴 정도로 아주 낮고 싸늘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기억하십니까, 오 원장님. 10년 전, 대리 수술 누명을 쓰고 오른손이 으스러진 채 절망 속에서 자살했던 흉부외과 백강현 교수를.”
오태민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 그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네가 그걸 어떻게……”
“당신이 죽였던 그 외과의가, 생명의 감각을 품고 돌아온 겁니다. 이게 제가 당신에게 드리는 마지막 처방전입니다. 남은 생 동안 지옥 같은 참회 속에서 천천히 말라 죽어가십시오.”
강현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미련 없이 면회실을 걸어 나왔다.
뒤편에서 오태민이 비명을 지르며 유리창을 쾅쾅 두드렸지만, 그 비명은 차가운 방음벽 뒤로 사라져 들리지 않았다.
마침내 전생의 피눈물 나던 쇠사슬이 완전히 끊어졌다. 백강현은 구치소 문을 나서며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그의 오른손은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단단하게 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