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107화: 세계의 무대, 그리고 거장의 청원
미국 보스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세계 흉부외과의학 학술대회(WCSC)’.
이곳은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심장외과의들과 의학 전문가들 만여 명이 모이는 세계 의학계의 가장 권위 있는 축제였다. 백강현은 이 학회의 메인 홀에서 존스 홉킨스 메디컬 그룹과 공동 연구한 이종 장기 이식 결과와 K-Navi 수술 항법 시스템의 장기 임상 성적을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저희가 고안한 백 프로토콜(Baek Protocol)은 면역 거부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수용체를 유전자 단위에서 사전 제어함으로써, 이종 장기의 인간 생착률을 98% 이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강현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수천 명의 세계 석학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기적에 가까운 데이터와 완벽한 영상 증거들 앞에 그 어떤 의혹도 존재할 수 없었다. 아시아의 변방이라 여겨졌던 한국의 명성대학병원이, 단숨에 세계 심장외과의 표준을 제정하는 권위로 격상한 순간이었다.
리셉션 파티장.
수많은 글로벌 언론사들과 학회장들이 강현에게 명함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백발의 노신사가 비서들의 안내를 받으며 강현의 테이블 앞으로 다가왔다.
존스 홉킨스의 밴스 박사가 그 노신사를 보고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하, 한스 뮐러 박사님 아니십니까! 여기까지 어찌 오셨습니까?”
한스 뮐러.
심장판막 치환술과 소아 심장 수술의 기틀을 닦았으며, 30년 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현대 심장외과의 살아있는 신화이자 전설이었다. 고령과 손떨림 증상으로 메스를 내려놓은 지 오래였지만, 그의 말 한마디는 여전히 세계 의료계의 법과 같았다.
뮐러 박사는 떨리는 손으로 강현의 손을 맞잡았다.
“백 센터장. 오늘 그대의 발표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네. 내가 평생을 바쳐도 도달하지 못했던 세포 장력 조절과 면역 제어의 답을, 그대의 손끝이 제시해 주었더군.”
“과찬이십니다, 뮐러 박사님. 박사님이 닦아놓으신 기초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강현의 정중한 답변에 뮐러 박사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겸손할 필요 없네. 실은…… 내 평생 쌓아온 명성과 지식을 다 바쳐서라도 그대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 이 늙은 몸을 이끌고 보스턴까지 왔네.”
뮐러 박사는 비서에게 지시해 차트 한 장을 강현에게 보여주었다.
환자는 그의 7세 외손자, 레오 뮐러였다.
아이의 병명은 ‘좌심방 형성부전 증후군(HLHS)’.
좌심실과 승모판막이 거의 형성되지 않아 온몸으로 피를 보내지 못하는 극소아 선천성 심장 기형이었다. 이미 1차, 2차 고난도 심장 수술을 받았지만 실패했고, 마지막 단계인 ‘폰탄(Fontan)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폐동맥 압력이 너무 높고 주변 측부 혈관들이 거미줄처럼 뒤엉켜 있어, 메스를 대는 순간 심정지로 사망할 확률이 98%가 넘는 절망적인 상태였다.
하버드 메디컬 센터를 비롯한 전 세계의 소아 심장 대가들이 모두 불가능을 선언하고 고개를 저은 환자였다.
“내 손자의 가슴을 열고 수술을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 오직 백 센터장, 그대의 ‘신의 손’과 K-Navi 시스템뿐이네. 부디 내 손자를 살려주게. 이 늙은이의 마지막 청원일세.”
의학의 전설이라 불리는 거장이, 젊은 아시아 의사 백강현의 앞에서 간절히 고개를 숙였다.
참관하고 있던 세계의 의사들은 침을 삼켰다. 미국 보스턴 땅에서 펼쳐질 거장의 외손자를 향한 수술 제안. 그것은 백강현의 신화가 한국을 넘어 세계의 중심에서 검증받게 될 거대한 무대의 시작이었다.
강현은 뮐러 박사의 손을 단단히 잡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를 보스턴 아동병원 수술실로 이동시키십시오. 제가 집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