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105화: 가상과 현실의 결합, 완벽한 피날레
“좌심실 내막 패치 성형 진행 중입니다. 로봇 침 바느질 4번째 패스 시작합니다.”
로봇 콘솔 너머로 강현의 지시가 울렸다. 화면상에서 로봇 미세 팔은 좌심실류 절제 부위를 인조 패치로 메우는 정교한 꼬메기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5번째 바느질을 시작하려던 찰나, 갑작스러운 위기가 찾아왔다.
핏-!
“선생님! 좌심실 후벽의 미세 분지 동맥에서 고압성 활동성 출혈(Active bleeding) 발생했습니다! 로봇 카메라 렌즈에 혈흔이 튀어 시야가 완전히 가려졌습니다!”
성진의 다급한 목소리에 전 세계 라이브 서저리 참관방이 요동쳤다. 화면이 붉은 핏빛으로 물들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카메라 렌즈를 꺼내 닦는 동안 대량 출혈이 일어나 환자가 쇼크에 빠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이 상태가 되면 즉시 로봇 수술을 중단하고 환자의 가슴뼈를 열어(개심술 전환) 출혈 지점을 손으로 찾아 눌러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완전 내시경 로봇 수술이라는 이정표는 실패로 끝나게 된다.
“카메라 빼지 마세요. 그대로 진행합니다.”
강현은 목소리 톤조차 변하지 않았다.
“뭐라고요?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는데 어떻게 꿰매겠다는 겁니까?”
참관실에 서 있던 외과 과장들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강현은 콘솔 화면 옆의 K-Navi 보조 모니터를 활성화했다.
“K-Navi 시스템, 적외선 및 초음파 실시간 혈류 맵을 3D 그래픽으로 전환해 주십시오.”
화면이 전환되자, 붉은 피로 얼룩진 실제 카메라 화면 위에 3차원 투시 격자망이 투영되었다. AI는 혈액이 뿜어져 나오는 유동적 압력과 위치 데이터를 초당 120프레임으로 계산하여, 화면에 정확한 출혈 혈관의 좌표와 깊이를 주황색 십자 마크로 표시했다.
눈으로는 피밖에 보이지 않는 장막 속에서, 인공지능의 눈이 정확한 과녁을 가리키고 있었다.
강현의 두 손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로봇 콘솔의 햅틱 센서가 진동했다.
강현은 오직 K-Navi의 가이드라인과 자신의 뇌리에 남아 있는 ‘초미세 절대 인지 감각’의 지도를 매핑하며 로봇 클립을 밀어 넣었다.
클립이 주황색 마크가 가리키는 붉은 심연 속으로 들어갔다.
탁.
“클립 체결했습니다. 흡인기 가동해서 시야 확인하세요.”
슈우욱.
성진이 다급하게 흡인기로 피를 빨아들이자, 거짓말처럼 피가 뿜어져 나오던 분지 동맥이 정확히 클립에 집혀 지혈된 장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단 한 번의 불필요한 움직임도 없는, 완벽한 맹목적(Blind) 지혈이었다.
“오, 주여…… 눈을 감고 혈관을 집어냈어! 저게 인공지능 네비게이션의 위력인가!”
참관실과 전 세계 의학계 포럼 채팅창은 경악과 찬사로 도배되었다.
강현은 이내 남은 봉합 작업을 물 흐르듯 마무리했다.
“로봇 탈착합니다. 심장 재박동 시작하겠습니다.”
인공심폐기를 끄고 환자의 심장에 피를 돌리자,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터지기 직전이었던 좌심실은 잘 빚어낸 도자기처럼 완벽하고 단단한 타원형 구도를 회복한 채 규칙적으로 박동하기 시작했다.
삐- 삐- 삐-
혈압 115에 75, 정상.
가슴뼈를 자르지 않았기에 환자는 내일 오후면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빠를 터였다.
수술실 전원 스태프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콘솔 박스에서 일어난 강현은 라이브 카메라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날 저녁, 수술 성공 뉴스가 나가기 무섭게 세계 1위 의료 로봇 기업인 ‘인튜이티브 서지컬’ 본사의 CEO가 임선우 이사장에게 긴급 화상 통화를 제안해 왔다. K-Navi 시스템의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기 위해 선도금으로만 2억 달러(한화 약 2,600억 원)를 제시한 것이었다.
오태민이 병원 돈을 횡령하고 리베이트를 받아 배를 불렸다면, 백강현은 자신의 기술력만으로 명성대학병원에 천문학적인 재정 자립과 세계 의학계의 헤게모니를 가져다주었다.
이제 백강현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외과의를 넘어, 세계 의료계의 거대한 패러다임을 지배하는 신화로 우뚝 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