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104화: 디지털 메스, 수술실의 세대교체
존스 홉킨스 메디컬 그룹이 지원한 1,500억 원의 글로벌 자금은 명성대학병원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기존의 노후된 외과 동이 허물어진 자리에는 지하 4층, 지상 12층 규모의 초대형 ‘첨단 바이오 메디컬 연구 센터’가 우뚝 섰다. 그중에서도 최상층인 11층과 12층은 백강현이 이끄는 심장혈관외과 센터가 자리 잡았다. 전 세계에서 단 세 곳밖에 없는 최첨단 로봇 수술 장비와 생체 유전자 결합 분석 장비들이 은빛 광택을 내뿜으며 설치되어 있었다.
“센터장님, 제안하신 ‘AI 3차원 혈류 네비게이션 시스템(K-Navi)’의 베타 개발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늘 수술부터 실시간 적용이 가능합니다.”
연구실에서 김태진이 패널 화면을 조작하며 보고했다.
K-Navi 시스템은 강현이 가진 미래의 의학 지식과 그의 ‘초미세 절대 인지 감각’의 메커니즘을 디지털화하여 개발한 독보적인 인공지능 수술 보조 시스템이었다. 수술 중 환자의 미세 혈관 지도와 혈류 압력을 로봇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집도의가 메스를 대거나 바느질해야 할 3차원 최적 좌표를 가상 현실(AR)로 안내해 주는 장치였다.
즉, 강현이 아니더라도 일반 의사들이 ‘신의 손’의 어시스트를 받으며 안전하게 초고난도 수술을 집도할 수 있게 만드는 의학 혁명의 시발점이었다.
“좋습니다. 첫 번째 데모 케이스는 제가 직접 집도하여 시스템을 검증하겠습니다.”
강현이 고른 첫 번째 환자는 55세의 남성으로, 심근경색 합병증으로 인해 좌심실 벽의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좌심실류(Left Ventricular Aneurysm)’와 3중 관상동맥 협착증을 동시에 앓고 있었다.
부풀어 오른 심실 벽은 종잇장처럼 얇아져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고, 그 안에는 시커먼 피떡(혈전)이 가득 차 있어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이 매우 높았다. 기존의 수술법대로라면 가슴뼈를 완전히 절개(Sternotomy)하고 심장을 멈춘 뒤 넓게 째서 꿰매야 하는 대수술이었다.
하지만 강현은 다르게 접근했다.
“다빈치-Xi 로봇 시스템 연결하세요. 완전 내시경 하 좌심실 용적 축소술(Dor procedure) 및 무심폐 관상동맥 우회술(OPCAB)을 진행합니다. 가슴은 열지 않고, 갈비뼈 사이로 8mm 크기의 포트 홀(Port hole) 4개만 뚫어 집도하겠습니다.”
“가슴뼈를 열지 않고 로봇 팔만으로 좌심실류를 절제하고 바느질하겠다고요?”
새로 합류한 펠로우들이 경악했다. 로봇 팔의 제한된 각도와 촉각 피드백이 없는 상태에서, 터지기 일보 직전인 심장 벽을 정교하게 도려내고 꿰매는 것은 자살 행위와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저희에겐 K-Navi가 있습니다. 로봇의 눈이 저보다 정밀하게 혈관의 두께와 벽의 장력을 읽어내 줄 겁니다.”
오전 9시 정각, 로비의 대형 스크린과 콘퍼런스 룸에는 전 세계로 송출되는 라이브 서저리(Live Surgery, 실시간 수술 중계) 화면이 켜졌다. 미국의 존스 홉킨스 병원은 물론이고 유럽과 일본의 저명한 심장외과 의사 수백 명이 모니터 앞에 모여들었다.
강현은 수술방 구석에 위치한 로봇 콘솔 박스에 앉아 3D 입체 안경을 쓰고 마스터 컨트롤러에 손가락을 끼웠다.
스윽.
컨트롤러를 움직이자, 환자의 가슴속에 진입한 로봇 팔이 물 흐르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면 위로 K-Navi의 푸른색 가이드라인이 3차원 입체 홀로그램처럼 덧씌워졌다. 부풀어 오른 좌심실 벽 중 괴사한 조직과 살려야 할 건강한 심근 조직의 경계선이 소수점 단위의 오차도 없이 뚜렷하게 분리되어 표시되었다. 로봇 카메라는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든 미세 혈관의 흐름을 붉은색과 푸른색의 빛으로 시각화했다.
“K-Navi 가이드 라인 1번 타겟, 절개 들어갑니다.”
강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로봇 팔 끝에 달린 정밀 가위가 얇아진 좌심실류 벽을 정확하게 가르고 들어가 내부의 거대한 혈전들을 핀셋으로 집어내듯 정교하게 제거했다.
사각. 사각.
촉각이 느껴지지 않는 로봇 수술이었지만, K-Navi 모니터에 표시되는 ‘조직 변형률 장력 수치’를 통해 강현은 마치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지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완벽한 물리적 제어를 하고 있었다.
참관실과 라이브 송출 화면을 보던 세계의 의사들은 턱을 쩍 벌렸다.
“로봇 수술의 유일한 단점인 촉각 부재를 인공지능 장력 분석 시스템으로 완벽하게 해결했어…… 게다가 가슴을 열지 않고 저 좁은 공간에서 완벽한 각도로 바느질을 해내다니!”
수술실은 고요했으나, 전 세계 심장외과학계는 거대한 해일이 몰아치듯 요동치고 있었다. 백강현의 디지털 메스가 아날로그 의학의 시대를 끝내고, 인공지능과 로봇이 집도하는 미래 의학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