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101화: 기회주의자의 몰락, 그리고 복수의 타깃
하은지 양의 기적적인 회복 소식은 전 세계 소아심장학회를 뒤흔들었다. 존스 홉킨스 메디컬 그룹과의 1,500억 원 규모의 대형 계약은 정식으로 체결되었고, 명성대학병원 심장혈관외과 센터는 단숨에 글로벌 의료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백강현의 센터장실 테이블 위에는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병원들에서 보내온 초빙 강연 및 공동 연구 제안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러나 강현은 들뜨지 않았다. 이제 병원의 개혁은 궤도에 올랐고, 자신의 영향력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만큼 견고해졌다. 즉, 자신을 파멸로 이끌었던 부패한 인간들을 완벽하게 단죄할 ‘사냥’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뜻이었다.
똑똑.
“백 센터장님, 바쁘신데 잠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비열하면서도 몹시 굴종적인 목소리.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흉부외과 임상강사(펠로우) 2년 차인 송우석이었다.
강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송우석.
전생에서 강현의 밑에서 배우던 후배였으나, 오태민의 회유에 넘어가 강현의 명의로 불법 대리 수술을 집도하고 장부를 조작해 강현에게 모든 누명을 씌웠던 원흉 중 한 명이었다. 강현이 면역 마비와 면허 박탈로 절망에 빠졌을 때, 그의 오른손을 짓밟았던 불량배들을 고용한 실질적인 행동대장이기도 했다.
현생의 송우석은 오태민 원장이 몰락하자 줄을 잃고 방황하다가, 병원 내 최고 권력자가 된 강현에게 줄을 대기 위해 비열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송 선생.”
강현이 서류를 보며 건조하게 물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신설되는 이종 장기 임상 센터의 전임의 리스트를 보았습니다. 저 역시 백 센터장님의 가르침을 받아 세계적인 연구에 일조하고 싶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센터장님을 위해서라면 어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송우석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충성을 맹세했다. 자신이 전생에 저질렀던 죄는 꿈에도 모른 채, 그저 눈앞의 권력자에게 아부하려는 추악한 모습이었다.
강현은 나직하게 헛웃음을 삼켰다.
“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
“그럼요! 센터장님의 수술법을 전수받아 명성대학병원의 기둥이 되고 싶습니다.”
강현은 송우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송 선생. 기둥이 되려면 먼저 주춧돌이 깨끗해야 하는 법입니다. 주말마다 강남의 ‘바른성형외과’에서 대리 섀도우 닥터(Shadow Doctor)로 불법 양악 수술을 집도하며 수천만 원의 현금 리베이트를 챙긴 주춧돌이라면 곤란하겠지요.”
송우석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가셔갔다.
“어, 어떻게…… 그걸…….”
“의료법 위반, 대리 수술 집도, 탈세, 그리고 리베이트 수수. 송 선생이 주말마다 명성대학병원의 수술용 마약류 의약품을 불법으로 반출해 성형외과에 유통한 정황까지 전부 파악해 두었습니다.”
강현이 책상 서랍에서 두툼한 서류철을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 서류철 안에는 송우석의 강남 성형외과 출입 CCTV 캡처본, 장부 사본, 그리고 그가 반출한 의약품 리스트가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전생에서 오태민의 비호를 받으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송우석의 뒤를, 강현은 회귀 직후부터 치밀하게 캐고 있었다.
“자, 잠깐만요, 센터장님!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제가 오 원장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송우석이 무릎을 꿇으며 강현의 구두 자락을 잡으려 했다.
강현은 차갑게 발을 빼며 차가운 눈빛으로 송우석을 내려다보았다.
“오태민의 지시였다고 핑계 대지 마세요. 탐욕에 눈이 멀어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메스를 잡은 것은 당신의 선택이었습니다. 법정에서 소명하십시오.”
강현이 인터컴 버튼을 눌렀다.
“원내 보안팀, 그리고 경찰관 분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며 대기하고 있던 보안 요원들과 형사들이 들이닥쳐 무릎 꿇은 송우석의 양팔을 붙잡았다.
“백강현!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가 널 얼마나 따랐는데!”
송우석이 발악하며 소리쳤지만, 강현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송우석의 체포. 그것은 전생에 백강현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공범들을 향한 본격적인 사냥의 시작이었다. 다음 타깃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송우석과 공모해 강현의 오른손을 짓밟았던 한민아 수간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