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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9화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9화: 잠들지 못하는 천마

독고성의 손가락이 잔 가장자리를 두드렸다.

탁. 탁. 탁.

처음 세 번은 일정했다.

다음부터 간격이 무너졌다. 두 번이 연달아 붙고 한 번은 한참 뒤에 떨어졌다.

준우는 푸른 소매가 남긴 병을 봉인함에 넣다가 손을 멈췄다.

상석까지 다섯 걸음.

그 거리에서도 독고성의 충혈된 눈과 불규칙한 숨이 보였다. 목덜미에서는 아지랑이 같은 열기가 피어올랐다. 손에 든 술은 차가운데 잔 표면의 물기는 이미 말라 있었다.

독고성의 주변만 한여름이었다.

“교주님, 잔을 내려놓으십시오.”

연회전이 조용해졌다.

혁련웅이 들고 있던 술병을 놓았다. 유령희의 가느다란 눈이 독고성과 준우 사이를 오갔다.

천마가 사파의 수장들 앞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방금 막은 독살 사건만큼 위험했다.

독고성이 웃었다.

“방금 내게 명령했느냐?”

“예.”

준우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 잔을 더 드시면 밤이 새기 전에 누가 쓰러질지 모릅니다.”

검은 기운이 독고성의 어깨에서 일렁였다.

가까운 등잔불이 한꺼번에 길게 누웠다. 탁자 위 빈 잔들이 서로 부딪치며 잘게 울었다.

사파 무인들의 손이 병기로 움직였다.

설아가 상석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그들의 시야를 가렸다.

“교주님께서는 전날 밤부터 한숨도 주무시지 못하셨다. 연회 준비를 직접 살피신 탓이다.”

약점을 피로로 덮으려는 말이었다.

그러나 말을 마친 설아도 명치 아래를 눌렀다. 양우를 제압하고 회장을 통제한 여파인지 이마에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준우가 낮게 물었다.

“평소에도 잠을 못 주무시면 열이 위로 오릅니까?”

“사흘을 넘기면 그렇다. 이번에는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시작됐다.”

독살 소동까지 겹쳐 화기가 평소보다 빠르게 치솟은 것이다.

독고성이 잔을 들었다.

“술을 맡긴 놈이 술을 빼앗는군.”

“술을 맡았으니 빼앗는 겁니다.”

준우가 상석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독고성의 눈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잠깐의 침묵 뒤, 술잔이 준우의 손바닥에 놓였다.

“반 각이다.”

“잠을 약속드리지는 못합니다.”

“반 각 뒤에도 내 눈이 감기지 않으면 네 눈을 뽑겠다.”

“더 나빠지지 않게 해 보겠습니다.”

준우는 잔을 들고 배합실로 향했다.

“연회는 계속한다.”

설아의 명이 떨어졌다.

황 주방장이 새 잔을 씻어 사절들에게 돌렸다. 음악도 다시 시작됐지만 누구도 음률을 듣지 않았다.

모든 시선이 닫힌 배합실 문을 쫓았다.

준우가 문을 닫자마자 말했다.

“천년설삼이 어디 있습니까?”

뒤따라온 황 주방장이 눈을 크게 떴다.

“그 귀물을 지금 쓰겠다고?”

“독한 술에 담근 건 말고 생재료가 필요합니다.”

“설삼은 독주에 통째로 담가야 약기가 우러난다. 교주께 올릴 것이라면 더더욱 강하게 써야 해.”

“지금 필요한 건 강한 약기가 아닙니다.”

준우는 독고성이 마시던 잔을 황 주방장 앞에 놓았다.

술에서는 곡주 향보다 뜨겁게 달궈진 쇠 냄새가 강했다. 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독고성의 기운에 눌린 것이다.

“잠들 틈이 필요합니다.”

설아가 붉은 나무 상자를 가져왔다.

상자는 봉랍으로 닫혀 있었다. 준우는 손대기 전에 코부터 가까이했다.

마른 흙.

오래된 삼 뿌리.

그 사이에 끼어든 새 송진.

준우는 등잔을 낮췄다. 봉랍 가장자리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칼자국이 드러났다. 한 번 잘라 낸 봉랍을 녹여 다시 붙인 흔적이었다.

“누가 열었습니다.”

설아의 손이 검자루로 갔다.

“언제?”

“냄새만으로 시각까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송진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안의 설삼은?”

“상했는지 무언가 묻었는지 아직 모릅니다. 모르니 쓰지 않겠습니다.”

황 주방장이 이를 악물었다.

“본 상자와 따로 둔 검사 조각이 있다.”

그는 벽장 안쪽에서 작은 청동 함을 꺼냈다. 두 달 전 설삼이 들어왔을 때 약성을 대조하려 잘라 둔 꼬리뿌리였다. 상자와 다른 날, 다른 밀랍으로 봉한 기록도 장부에 남아 있었다.

황 주방장은 함을 열기 전 준우에게 봉인을 직접 확인시켰다.

“이것까지 못 믿겠다면 쓸 수 있는 설삼은 없다.”

“이건 쓰겠습니다.”

준우는 꼬리뿌리의 향을 세 번 확인했다.

마른 풀과 흙, 끝에 남는 옅은 단내뿐이었다. 송진도 적염마근의 매운 냄새도 없었다.

설삼 조각은 미지근한 물에 짧게 담갔다.

쓴 뿌리 향이 퍼지기 전에 건져 냈다. 맑은 윗물에 청련근 물을 섞고 매실 발효액은 향이 열릴 만큼만 떨어뜨렸다. 묵은 곡주의 맑은 부분을 더하되 평소 잔의 절반 도수도 되지 않게 잡았다.

강한 술은 몸을 쓰러뜨려 잠든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잠이 아니었다.

빙화주 원액도 선반에서 꺼냈다.

황 주방장이 병을 잡으려 하자 준우가 막았다.

“본 잔에는 넣지 않습니다.”

준우는 흰 접시에 원액 한 방울, 설삼 우린 물 한 방울만 떨어뜨렸다. 붉게 변하는지 침전이 생기는지 냉기가 설삼의 단 향을 비틀어 놓는지 살폈다.

겉으로 드러난 이상은 없었다.

그는 접시를 그대로 덮었다.

“괜찮은 것 아니냐?”

“한 번 섞여 보였다고 사람에게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확인과 투입은 달랐다.

준우는 완성한 술을 작은 잔 바닥이 겨우 젖을 만큼 따랐다.

배합실을 나서자 사절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꽂혔다.

독고성은 술의 양을 보고 눈썹을 움직였다.

“새 모이만큼 가져왔군.”

“한 번에 많이 드시면 냉기와 화기가 안에서 싸웁니다.”

“내 몸 안에서 무엇이 싸우는지는 내가 안다.”

“그러면 더 잘 아시겠군요.”

준우가 잔을 올렸다.

“이 잔은 이기는 술이 아니라 멈추는 술입니다.”

독고성이 첫 모금을 삼켰다.

연회전의 공기가 팽팽해졌다.

뜨거웠던 숨이 한 번 길어졌다. 잔을 쥔 손등의 핏줄도 조금 가라앉았다.

설삼의 옅은 단 향이 목덜미의 뜨거운 쇠 냄새를 밀어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독고성의 가슴 아래에서 둔탁한 울림이 터졌다.

쿵.

검은 마기가 바닥을 핥았다. 상석 아래 돌 틈이 가늘게 갈라졌다.

혁련웅이 자리에서 반쯤 일어났다. 유령희의 손가락 사이로 은빛 현이 한 치 빠져나왔다.

설아가 검을 뽑으려 하자 준우가 팔을 들었다.

“기다리십시오.”

“반발이 일어났다.”

“그래서 더 마시면 안 됩니다.”

독고성이 빈 잔을 내밀었다.

“더 따라라.”

“안 됩니다.”

살기가 준우의 목을 조였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칼날을 삼키는 것 같았다.

“네가 내 명을 두 번 거역하는구나.”

“지금 더 따르면 세 번째 명을 들을 사람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당묵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독고성의 손목 가까이에 손가락을 대고 직접 살갗에는 닿지 않은 채 기운의 파동을 읽었다.

“심맥의 뜀은 조금 느려졌소. 하지만 단전에서 솟은 열이 위로 치받는 건 남아 있군.”

“얼마나 기다려야 하지?”

설아가 물었다.

“시간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준우는 독고성의 목덜미와 손, 잔을 차례로 보았다.

“잔 떨림이 멎고 호흡 간격이 일정해지고 목덜미 열기가 내려갈 때까지입니다. 셋 중 둘도 가라앉지 않으면 두 번째 잔은 없습니다.”

독고성의 눈이 번뜩였다.

“내 술을 네가 정한다?”

“오늘 밤만큼은 그렇습니다.”

독고성이 웃었다. 낮고 거친 웃음이었지만 더 마시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준우는 잔을 두드리던 그의 손을 탁자에서 떼게 했다.

“숨을 들이마실 때 설삼 향만 따라가십시오. 내쉴 때는 매실 향이 사라질 때까지 길게.”

한 차례.

두 차례.

세 번째 숨에서 탁자 위 잔들이 울음을 멈췄다.

다섯 번째에는 들숨과 날숨의 길이가 비슷해졌다.

목덜미의 열기는 여전히 남았지만 더 솟지는 않았다.

준우는 그제야 두 번째 잔을 만들었다.

첫 잔보다 곡주를 더 줄이고 청련근 물을 늘렸다. 설아가 손끝의 미세한 진기로 잔을 체온보다 조금 낮게 유지했다. 강제로 냉기를 밀어 넣는 대신 온도만 붙들었다.

독고성은 이번에는 재촉하지 않았다.

두 번째 모금이 넘어갔다.

핏발 선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왔다가 다시 들렸다.

“소춘.”

“예.”

“내가 잠들어도 찾는 일은 멈추지 마라.”

“설삼 상자를 연 자부터 찾겠습니다.”

“틀렸다.”

독고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 술에 손댄 자는 찾는 게 아니라 잡는 것이다.”

그의 눈이 마침내 감겼다.

설아가 가까이 다가가 맥을 살폈다. 한참 뒤에야 검에서 손을 뗐다.

“잠드셨다.”

혁련웅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천마에게 술 한 모금 덜 먹이려고 목숨을 거는 놈은 처음 보는군.”

유령희가 은빛 현을 소매에 거뒀다.

“그래서 저 아이가 아직 살아 있겠지요.”

준우는 그들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독고성의 잠은 얕았다. 눈꺼풀 아래로 눈동자가 움직였고 손가락 끝에는 아직 미세한 경련이 남아 있었다.

“얼마나 갑니까?”

설아가 물었다.

“모릅니다. 치료한 게 아닙니다.”

준우는 남은 술과 설삼 우린 물을 각각 봉했다. 첫 잔과 둘째 잔의 양, 마신 시각, 잔 떨림이 멎은 때와 호흡이 느려진 때를 종이에 적었다.

폭주하기 전의 시간을 조금 늦춘 것뿐이었다.

설아가 몸을 돌리다 휘청했다.

준우는 미리 시켜 둔 묽은 죽을 내밀었다.

“이것부터 드십시오. 약선주는 그다음입니다.”

“지금 내 병을 챙길 때냐?”

“교주님이 깨시면 혼자 막으실 겁니까?”

설아는 대꾸하지 않고 죽을 받았다. 두 숟갈을 뜬 뒤에야 창백했던 입술에 조금 핏기가 돌아왔다.

준우는 천년설삼 본 상자의 떨어진 봉랍을 흰 천 위에 모았다.

송진 냄새 아래, 봉랍에 눌린 가느다란 색 하나가 보였다.

푸른 실 한 올.

빙화주 받침 아래에서 발견했던 것과 같은 색이었다.

같은 사람이 남겼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 준우가 손댈 재료를 먼저 골라 보고 있었다.

준우는 실을 별도 봉투에 넣고 시각을 적었다.

등 뒤에서 독고성의 호흡이 한 번 거칠어졌다.

얕은 잠이 벌써 흔들리고 있었다.

천마가 다시 눈을 뜨기 전에 설삼 상자를 연 손을 잡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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