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8화: 독주와 해독제
“그 잔, 마시지 마십시오!”
당묵의 입술이 잔에 닿았다.
준우는 손에 잡히는 대로 빈 접시를 던졌다.
쨍그랑!
접시가 잔 옆을 때렸다. 검은 끈 술이 탁자와 바닥으로 튀었다.
당묵의 은침은 준우의 목 앞에서 멈췄다. 한 치만 더 나아가면 목울대가 꿰뚫릴 거리였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압니다. 장로님 잔을 깨뜨렸습니다.”
“그것만으로 끝날 것 같으냐?”
오독문 제자들이 일어났다. 철혈도문과 음사곡 사람들도 손을 병기로 옮겼다.
조금 전까지 풀렸던 연회전의 공기가 다시 팽팽해졌다.
준우는 당묵 뒤의 수행원을 가리켰다.
“저자가 검사한 잔을 치우고 새 잔으로 바꿨습니다.”
수행원의 안색은 변하지 않았다.
“소인은 빈 잔을 치웠을 뿐입니다.”
“빈 잔은 왼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오른손 소매에서 새 잔을 꺼냈고요.”
“증거가 있느냐?”
당묵이 물었다.
준우는 깨진 잔을 보았다. 바닥의 술은 돌 틈으로 곧장 스며들지 않았다. 얇은 막이 남았고 흘러내린 자국도 원래 술보다 느렸다.
“지금부터 찾겠습니다.”
당묵의 은침이 목을 한 치 눌렀다. 따끔한 통증과 함께 피 한 방울이 맺혔다.
“찾지 못하면?”
“제가 그 잔에 남은 술을 마시겠습니다.”
상석에서 독고성이 웃었다.
“좋다. 내 연회에서 잔을 깼으니 목숨 정도는 걸어야지.”
말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아니었다. 독고성의 손가락이 잔 가장자리를 일정한 간격으로 두드렸다.
톡. 톡. 톡.
설아가 검집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검은 돌이 움푹 패었다.
“누구도 움직이지 마라.”
그녀는 당묵의 수행원과 출입문 사이를 막아섰다. 움직임은 빨랐지만 숨을 고르는 순간 왼손이 잠깐 명치를 눌렀다.
준우는 보았지만 지금은 묻지 않았다.
시종에게 같은 병과 깨끗한 잔 두 개를 가져오게 했다. 하나에는 병의 술을 다른 하나에는 바닥에 남은 술을 깨끗한 천 조각으로 찍어 짜 넣었다.
양은 몇 방울뿐이었다.
준우는 두 잔을 같은 각도로 기울였다.
병에서 따른 술은 얇고 고른 자국을 남기며 곧장 내려왔다.
의심 잔의 술은 달랐다. 벽에 달라붙은 액체가 굵은 기둥을 만들었다. 방울이 아래로 불룩하게 맺혔는데도 한참을 버티다가 무겁게 떨어졌다.
“술의 눈물입니다.”
혁련웅이 인상을 썼다.
“술이 울기라도 한다는 말이냐?”
“흔들거나 기울이면 잔 벽에 눈물 같은 자국이 남습니다. 술이 진할수록 천천히 흐르죠.”
준우는 두 잔을 나란히 세웠다.
“같은 병에서 나왔다면 흐르는 속도도 비슷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쪽에는 술보다 끈적한 무언가가 섞였습니다.”
당묵이 새 은침을 꺼내 의심 잔에 담갔다.
침은 여전히 밝았다.
“은침은 멀쩡하다.”
“금속과 바로 반응하지 않는 독도 있지 않습니까?”
당묵의 눈이 가늘어졌다.
“있지. 그러나 네가 그것까지 안다는 듯 말하면 허풍이다.”
“독은 모릅니다. 술과 다른 것이 들어갔다는 것만 압니다.”
그 대답에 당묵이 은침을 거두었다.
준우는 등잔불을 가까이 가져왔다. 의심 잔을 불에 직접 올리지 않고 두 손으로 감싸 조금씩 덥혔다.
차가울 때는 곡주와 계피초 향뿐이었다.
온기가 오르자 표면의 기름막이 느슨해졌다.
매실 향 밑에서 썩은 달걀 껍데기 같은 냄새가 바늘 끝만큼 솟았다. 한 번 숨을 내쉬는 사이 사라질 만큼 미세한 유황 잔향이었다.
준우는 즉시 잔을 내려놓았다.
“장로님도 확인해 보십시오. 가까이 대지는 마시고요.”
당묵은 장갑을 낀 손으로 공기를 끌어왔다. 얼굴에서 노기가 사라졌다.
“만천화우독.”
오독문 제자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그게 뭡니까?”
“여러 화독을 기름성 약재로 싸 놓은 독이다. 찬 잔에서는 잠들고 사람의 입에 들어가면 깨어난다. 은침은 겉껍질만 건드리니 변하지 않지.”
당묵의 시선이 바닥에 튄 몇 방울에 꽂혔다.
“옷에 묻은 자는 손대지 마라. 피부에 상처가 있으면 그리로도 파고든다.”
사절들이 다급히 물러났다. 설아가 시종들에게 재와 빈 항아리를 준비하라고 손짓했다.
준우가 물었다.
“해독은 가능합니까?”
“독이 퍼지기 전이라면. 한 모금 삼켰다면 나라도 장담 못 한다.”
당묵이 수행원을 돌아보았다.
“양우. 누가 시켰느냐?”
수행원 양우의 턱이 움직였다.
준우는 그가 대답하려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깨무는 것임을 알아챘다.
“입을 막으십시오!”
설아가 움직였다.
그녀의 손이 양우의 턱을 잡기 직전, 양우가 옆의 시종을 밀쳐 냈다. 소매에서 검은 가루가 뿌려졌다.
설아의 검집이 바람을 갈랐다. 가루가 사람에게 닿기 전에 빈 탁자 위로 몰렸다.
유령희의 소매에서도 가느다란 현이 튀어나왔다. 현은 양우의 발목을 감아 당겼다.
양우는 넘어지면서도 문 쪽으로 몸을 날렸다.
설아가 그의 어깨를 찍어 바닥에 눌렀다.
“살려서 잡아라.”
그러나 양우의 입가에는 이미 검은 피가 번지고 있었다.
준우는 곧장 다가갔다. 입에서는 쓴 행인 냄새와 유황 냄새가 한꺼번에 났다. 혀 밑에는 깨진 밀랍 껍질이 붙어 있었다.
“토하게 하면 됩니까?”
“안 된다.”
당묵이 준우 옆에 무릎을 꿇었다.
“다시 올라오며 목을 태울 수 있다. 숯가루가 있느냐?”
“백화전 화로에 있습니다. 청련근 물로 풀면 열을 조금 늦출 수 있겠습니까?”
“매실 발효액도 아주 묽게 타라. 산미가 독막을 한꺼번에 벗기지 않을 정도로만.”
준우가 고개를 들었다.
“숯가루, 청련근 물, 매실 발효액을 가져오세요. 발효액 하나에 물 스물, 먼저 절반만.”
황 주방장이 가장 먼저 뛰었다.
준우는 잠깐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매번 배합을 비웃던 자가 이번에는 묻지도 않았다.
그사이 양우의 입을 벌려 남은 밀랍 조각을 빼냈다. 손끝에 끈적한 송진이 묻었다.
갓 깎은 나무에서 흐른 듯한 향.
빙화주 받침에 남아 있던 것과 같았다.
황 주방장이 가져온 숯가루를 당묵이 손가락으로 비볐다.
“곱다. 써도 된다.”
준우는 숯가루를 청련근 물에 풀고 묽은 매실액을 몇 방울 섞었다. 당묵이 맥을 짚는 동안 양우의 입 안쪽으로 아주 조금씩 흘려 넣었다.
양우가 거세게 몸을 떨었다. 설아가 어깨와 턱을 고정했다. 그녀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누가 시켰습니까? 백화전에 들어온 적 있습니까?”
양우의 흐려진 눈동자가 준우를 향했다.
“잔은…… 이미…… 안에…….”
말이 끝나지 않았다.
몸에서 힘이 빠졌다.
당묵이 맥을 짚은 손을 떼고 고개를 저었다.
준우는 검게 젖은 숯가루를 내려다보았다.
맛과 향을 찾는 데는 자신이 있었다. 잔에 든 죽음은 막았다. 하지만 이미 스스로 깨문 죽음까지 되돌릴 수는 없었다.
“네 처치가 틀린 건 아니다.”
당묵이 말했다.
“저 독환은 깨무는 순간 심맥을 태운다. 말을 세 마디나 남긴 건 우리가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준우는 양우의 눈을 감기고 일어섰다.
멈춰 있을 시간도 없었다. 바닥의 독은 아직 살아 있었다.
“깨진 잔에서 세 걸음 안의 음식은 전부 치우십시오. 천으로 문지르지 말고 재를 두껍게 덮어 긁어 내세요. 사용한 그릇과 재는 항아리에 따로 봉합니다.”
시종들이 즉시 움직였다.
“모든 잔은 손님 앞에서 씻고 병에서 바로 따릅니다. 한 번 상에서 물러난 잔은 다시 쓰지 마세요.”
혁련웅이 큰 손으로 자기 술병을 잡았다.
“내 잔은 내가 지키지. 오늘은 술보다 잔이 더 무섭군.”
유령희가 양우의 시신을 보며 말했다.
“오독문의 장로가 신교 연회에서 독살됐다면 사파 연합은 오늘 밤 갈라졌을 것이다.”
“그게 목적이었을 겁니다.”
준우가 답했다.
“당묵 장로님 한 분을 죽이는 것보다 서로를 범인으로 여기게 만드는 것.”
당묵은 깨지지 않은 원래 병을 들었다.
“이 술을 다시 내게 따라라.”
“괜찮으시겠습니까?”
“독을 막아 준 술꾼 앞에서 독이 무서워 잔을 놓을 수는 없지.”
준우는 새 잔을 씻어 당묵의 눈앞에서 직접 술을 따랐다.
당묵은 이번에는 은침을 넣지 않았다. 한 모금을 천천히 굴린 뒤 삼켰다.
“이번 것은 맛이 나는군.”
그 말에 멈췄던 연회가 조심스럽게 다시 움직였다.
준우는 웃지 못했다.
새 송진 냄새 사이로 서늘한 쇠 냄새가 다시 스쳤다.
푸른 소매.
혼란이 벌어진 사이 사라졌던 인물이었다.
준우는 설아를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아주 작게 저었다. 교주와 사절들이 모인 연회장을 비울 수 없다는 뜻이었다.
“황 주방장, 이곳을 맡아 주십시오.”
“내가 왜 네 명을…….”
황 주방장은 독고성의 시선을 받고 말을 삼켰다.
“잔 하나도 물러난 것을 다시 올리지 마라. 알겠다.”
준우는 냄새를 따라 옆문으로 나갔다.
회랑은 어두웠다. 등잔 기름과 젖은 돌 냄새 사이로 송진 향이 점처럼 이어졌다.
모퉁이를 돌자 푸른 소매가 보였다.
“멈추십시오!”
상대가 돌아보았다. 얼굴은 검은 천으로 가렸고 소매 안쪽의 흰 매화가 달빛에 드러났다.
그가 작은 병 하나를 바닥에 세웠다.
“그걸 당묵에게 줘라.”
목소리는 젊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양우와 한패입니까?”
대답 대신 푸른 인영이 난간을 밟았다.
준우도 몸을 날렸지만 손가락은 빈 소매 끝조차 스치지 못했다. 상대는 담장을 한 번 딛고 어둠 너머로 사라졌다.
무공 없는 몸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준우는 작은 병 앞에 쪼그려 앉았다. 손대지 않고 냄새부터 맡았다.
마른 감초. 청련근. 약한 석회 냄새.
적어도 만천화우독과 같은 유황 잔향은 없었다.
병마개에서는 새 송진 냄새가 났다.
양우의 독환과 같고 바뀐 받침과도 같은 냄새였다.
연회전으로 돌아온 준우는 병을 당묵 앞에 놓았다.
당묵은 마개를 열어 손으로 향을 끌어왔다. 액체 한 방울을 은쟁반에 떨어뜨리고 자신의 해독분을 가장자리에서 섞었다.
치익.
희미한 흰 김이 피었다.
“감초와 청련근, 석회수. 만천화우독의 화기를 눌러 피막을 굳히는 배합에 가깝다.”
“해독제가 맞습니까?”
“직접 먹여 보기 전에는 확정 못 한다. 적어도 독살하러 가져온 물건처럼 보이지는 않는군.”
독을 준비한 자와 해독 배합을 가져온 자.
둘은 같은 문을 지나왔지만 같은 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독고성이 잔을 내려놓았다. 충혈된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톡. 톡. 톡.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잔을 두드리고 있었다.
설아가 그 소리를 듣고 굳었다.
“교주님. 어젯밤에도 잠들지 못하셨습니까?”
독고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잔 가장자리에 가느다란 금이 갔다.
“한 놈은 내 손님을 죽이러 왔고 다른 놈은 살릴 약을 들고 내 집을 드나들었다.”
독고성의 목소리 밑으로 낮은 마기가 울렸다.
“소춘.”
“예.”
“밤이 새기 전에 둘 다 누구의 잔을 받았는지 찾아내라.”
준우는 정체 모를 병을 쥐었다.
연회는 끝나지 않았다.
독잔을 준비한 손은 신교 안쪽까지 닿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