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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7화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7화: 마교의 연회

사흘은 술을 익히기에는 짧았고 사람을 죽이기에는 길었다.

준우는 대연회전 뒤편에 놓인 술병 마흔두 개를 노려보았다. 같은 묵은 곡주에서 갈라졌지만 병목의 끈은 셋으로 나뉘어 있었다.

붉은 끈은 차게 식힌 술. 흰 끈은 미지근하게 데운 술. 검은 끈은 향을 세운 술이었다.

황 주방장이 혀를 찼다.

“사파의 호걸들은 독한 술을 물처럼 마신다. 이런 장난질보다 백년진독주를 푸는 편이 낫다.”

“목을 얼려 기맥을 막는 술을 환영주로 내면 연회가 아니라 선전포고입니다.”

“같은 상에서 서로 다른 술을 내면 차별이라 여길 것이다.”

준우는 사절 명단을 접었다.

“같은 술을 줬다가 셋 중 하나가 쓰러지면 그게 더 큰 차별이죠.”

오늘 오는 핵심 사절은 셋이었다.

철혈도문주 혁련웅. 패도적인 화염도법을 익힌 거한.

음사곡주 유령희. 냉한 음공으로 소문난 여인.

오독문 장로 당묵. 어릴 때부터 독을 먹어 혀가 반쯤 굳은 독공 고수.

한 병으로 모두를 만족시키라는 건 매운탕, 빙수, 해독제를 한 냄비에 끓이라는 소리였다.

설아가 안쪽 문으로 들어왔다. 창백한 낯은 여전했지만 걸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의원은 뭐라고 했습니까?”

“살아 있다고 했다.”

“그건 진단이 아니라 관찰인데요.”

“죽을 병은 아니니 제때 먹고 독주를 피하라더군.”

설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웃으면 벤다.”

준우는 입꼬리를 얌전히 내렸다. 그녀 손에는 작은 찐빵 반쪽이 들려 있었다. 공복을 피하라는 말은 들은 모양이었다.

“빙화주 표본은?”

“밀봉 상태와 온도 반응 모두 이상 없습니다. 그래도 오늘 연회에는 안 씁니다. 교주님용 원액을 손님 시험에 쓸 수는 없으니까요.”

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준우는 시종들을 둘러보았다.

“첫 잔은 절반만 따르세요. 손님이 화를 내도 가득 붓지 마십시오. 얼굴빛, 손 떨림, 숨소리가 달라지거나 잔의 자리가 바뀌면 바로 저를 부르고요.”

“술을 따르며 무공까지 보라는 것이냐?”

황 주방장이 비웃었다.

“칼 든 손님이 취했는지 보라는 겁니다. 오늘은 잔을 엎으면 술만 쏟아지는 자리가 아니니까.”

그때 앞문을 울리는 북소리가 세 번 이어졌다.

사파 연합 사절단이 도착했다.

대연회전의 문이 열렸다.

검고 붉은 신교의 깃발 아래로 무인들이 들어왔다. 누구도 먼저 고개를 숙이지 않으려 걸음까지 맞추지 않았다.

상석에는 독고성이 턱을 괸 채 앉아 있었다. 나른해 보였지만 그 앞 열 걸음 안으로 들어간 사절들은 하나같이 호흡이 짧아졌다.

“먼 길을 왔군.”

독고성의 한마디에 모두가 멈췄다.

혁련웅이 가장 먼저 웃었다. 곰가죽을 두른 어깨가 문짝만 했다.

“천마께서 술을 잘 빚는 기인을 얻었다기에 길도 쉬지 않고 왔소. 그런데…….”

그의 시선이 준우의 낡은 옷에 꽂혔다.

“저 잡역부가 그 기인이오?”

“마셔 보고 판단해라.”

독고성이 말했다.

혁련웅은 기다렸다는 듯 상 앞에 앉았다.

“좋소. 가장 독한 것으로 가져오너라. 내 목을 태우지 못하면 신교가 우리 철혈도문을 어린애 취급한 것으로 알겠다.”

살기가 번졌다. 시종 하나가 붉은 끈 병을 들려다 검은 끈 병으로 손을 옮겼다.

“붉은 끈.”

준우가 말했다.

잔에 담긴 술은 맑고 향도 얌전했다. 차게 식힌 곡주에 청련근 물을 아주 조금 섞고 매실 껍질 향만 입힌 술이었다.

“이게 가장 독한 술이냐?”

“아닙니다.”

“그럼 나를 모욕하는 것이냐?”

혁련웅의 오른손이 탁자를 짚었다.

잔이 미세하게 떨렸다.

준우는 그 손을 보았다. 손등은 붉고 손톱 가장자리는 말라 갈라져 있었다. 웃을 때마다 숨에서 뜨거운 쇠와 오래 묵은 술 냄새가 섞여 나왔다.

“사흘 동안 제대로 주무신 적 없으시죠?”

“무슨 헛소리냐.”

“오른손이 떨리고 입이 마르고 숨은 뜨겁습니다. 화염도법을 쓰신 뒤 독주로 열을 더 밀어 넣으신 것 아닙니까?”

혁련웅의 웃음이 멎었다.

“한 잔 더 태우면 오늘 칼을 놓치실 겁니다.”

철혈도문 제자들이 벌떡 일어났다. 설아의 엄지가 검 코등이를 밀었다.

독고성은 재미있다는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혁련웅이 잔을 들었다.

“틀리면 네놈 목을 술병째 날려 주마.”

그는 술을 단숨에 삼켰다.

차가운 매실 향이 먼저 입안을 열고 곡주의 부드러운 단맛이 뒤를 받쳤다. 청련근의 냉기는 목을 얼리지 않고 열기만 얇게 훑어 내렸다.

시종이 기름이 빠질 때까지 구운 양갈비를 놓았다. 혁련웅은 고기를 한 점 씹고 다시 잔을 비웠다.

한 호흡.

두 호흡.

탁자를 누르던 오른손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혁련웅이 손을 폈다가 쥐었다.

“술이 약한데 힘이 빠지지 않는군.”

“손님을 쓰러뜨리는 게 술의 힘은 아니니까요.”

“건방진 말이 마음에 든다. 한 병 내놔라.”

대연회전의 공기가 조금 풀렸다.

그 틈을 타 비파 소리 같은 웃음이 흘렀다.

“사내의 손 한번 맞혔다고 기고만장하구나.”

유령희가 검은 장갑을 벗었다. 희고 긴 손가락 끝은 핏기가 없었다.

그녀가 자신의 호리병을 열자 달콤한 꽃향이 퍼졌다. 가까이 있던 시종의 눈이 순간 흐려졌다.

“내 잔도 읽어 보겠느냐?”

준우는 잔에 코를 대지 않았다.

“잔은 됐습니다. 손을 봤으니까요.”

“내 손이 어때서?”

“이 더운 전각에서 손끝이 새하얗습니다. 차가운 술을 드시면 오늘 밤 손가락이 굳을 겁니다.”

유령희의 미소가 얇아졌다.

준우는 흰 끈 병을 열었다. 묵은 곡주를 미지근하게 데우고 대추 한 조각으로 향만 둥글게 만든 술이었다. 바삭하게 지진 연근전이 곁에 놓였다.

유령희는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곡물 향이 꽃향에 지친 코를 씻었다. 대추의 단 향은 짧았고 연근전의 소금기가 끝맛을 또렷하게 세웠다.

“내 음공이 냉하다는 것은 명단에도 적혀 있었겠지.”

“명단에는 손을 숨기는 버릇까지는 안 적혀 있었습니다.”

유령희가 장갑을 다시 끼며 웃었다.

이번 웃음에는 살기가 조금 덜했다.

마지막까지 잔을 들지 않은 당묵이 코웃음을 쳤다.

“술로 병을 맞히는 재주는 의원에게나 팔아라. 술상에서 중요한 건 독이 들었느냐 아니냐뿐이다.”

그의 피부에는 희미한 잿빛이 돌았다. 허리춤에는 크기가 다른 은침이 열두 개나 매달려 있었다.

준우가 빈 잔과 검은 끈 병을 그의 앞으로 밀었다.

“직접 검사하십시오.”

당묵의 눈이 가늘어졌다.

“수작을 부릴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냐?”

“오독문 장로님 눈앞에서 수작을 부릴 만큼 오래 살기 싫지는 않습니다.”

당묵은 은침으로 잔과 술병을 차례로 훑었다. 침은 변색되지 않았다.

그제야 준우가 술을 따랐다.

매실 산미를 조금 높이고 데운 잔 가장자리에 계피초를 한 번 문질러 향을 세운 술이었다. 양은 다른 잔의 절반뿐이었다.

“겨우 이것이냐?”

“단맛이 잘 안 느껴지시죠?”

당묵의 은침이 멈췄다.

“독공을 오래 익혀 혀끝이 둔해졌습니다. 독한 술을 많이 부어도 알코올만 목을 긁을 뿐입니다. 이건 신맛과 향으로 드실 수 있습니다.”

당묵은 의심을 거두지 않은 채 술을 머금었다.

선명한 매실의 산미가 굳은 혀 옆을 찔렀다. 뒤이어 계피초 향이 코로 올라왔다. 담백하게 삶아 구운 닭고기를 씹자 약재의 쓴 잔향이 잘렸다.

당묵이 천천히 눈을 떴다.

“맛이…… 나는군.”

그 한마디에 주변 오독문 제자들이 술렁였다.

혁련웅이 크게 웃었다.

“독을 너무 먹어 혀가 썩었다더니 잡역부 덕에 사람 흉내를 내는군!”

당묵의 손에서 은침이 번뜩였다.

유령희의 소매에서도 가느다란 현 하나가 풀렸다.

준우는 세 사람의 잔을 차례로 채웠다.

“싸우시려면 다 드신 뒤에 하십시오. 지금 피가 튀면 음식 향을 망칩니다.”

잠깐의 침묵 뒤, 독고성이 웃음을 터뜨렸다.

“들었느냐? 오늘 술 맡은 놈이 술상에서는 피도 허락하지 않는다는군.”

황 주방장의 얼굴이 굳었다.

독고성이 준우를 내려다보았다.

“같은 손님인데 왜 다른 술을 주었지?”

연회전이 조용해졌다. 이것은 설명이 아니라 판결을 요구하는 질문이었다.

준우는 세 잔을 보았다.

“같은 대접은 같은 술을 억지로 붓는 게 아닙니다.”

그는 혁련웅의 차가운 잔, 유령희의 따뜻한 잔, 당묵의 작은 잔을 차례로 가리켰다.

“각자 자기 발로 이 전각을 나갈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독고성이 잔을 들었다.

“마셔라.”

그 한마디로 연회가 다시 움직였다.

잔이 부딪치고 웃음이 터졌다. 서로의 무공을 헐뜯던 말은 어느 술이 더 나은지를 두고 다투는 소리로 바뀌었다.

준우는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송진.

서늘한 쇠.

푸른 소매의 시종 하나가 기둥 뒤로 사라지고 있었다.

준우는 곧장 뒤를 따랐다. 상대는 상을 든 채 사람들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소매가 의자 모서리에 걸렸다.

푸른 천 안쪽으로 흰 매화 문양이 드러났다 사라졌다.

‘신교 문양이 아니다.’

준우가 속도를 높이려던 순간, 다른 움직임이 시야 끝에 걸렸다.

당묵의 뒤에 선 수행원이 빈 잔을 치우는 척 손을 겹쳤다.

은침으로 확인한 잔이 물러나고 손대지 않은 새 잔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너무 자연스러워 아무도 보지 못했다.

당묵이 새 잔을 집어 들었다.

준우는 푸른 소매를 놓치고 몸을 돌렸다.

“그 잔, 마시지 마십시오!”

당묵의 입술이 이미 잔 가장자리에 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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