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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6화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6화: 우호법의 위장병

붉은 가루 위에 손자국이 선명했다.

준우는 빙화주 원액에서 세 걸음 떨어진 곳에 모두를 세웠다. 등잔을 바닥 가까이 내리자 항아리 받침 아래의 가루가 핏자국처럼 번들거렸다.

“적염마근이 맞느냐?”

설아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한 손은 검자루에 다른 손은 소매 아래 감춰져 있었다. 준우는 그녀가 조금 전부터 명치 아래를 누르고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향은 같습니다.”

준우는 손자국을 살폈다.

가루가 손바닥 안쪽에만 고르게 눌려 있었다. 받침을 들거나 밀었다면 손가락 끝으로 끌린 자국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건 도장을 찍은 것처럼 반듯했다.

“누군가 일부러 남긴 것 같습니다.”

“술이 상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확인할 겁니다. 봉인은 제가 뜯겠습니다.”

준우는 매듭에 코를 가까이했다.

마른 삼실.

밀랍.

밤새 식은 옹기의 흙냄새.

코를 찌르는 적염마근 향은 없었다. 항아리 목과 밀랍의 갈라진 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얇은 칼로 봉인을 벗기자 맑은 곡물 향이 먼저 올라왔다. 매실의 산미가 뒤따르고 그 아래에는 길고 곧은 냉기가 깔려 있었다.

준우는 원액 한 방울을 흰 천에 떨어뜨렸다.

젖었을 때의 향.

반쯤 말랐을 때의 향.

술기가 사라진 뒤 천에 남는 끝 향까지 차례로 가렸다.

매운 뿌리 냄새는 없었다.

“원액에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설아의 눈매는 풀리지 않았다.

“확실하냐?”

“지금 확인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요. 그래도 바로 교주님께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따로 덜어 온도와 진기에 대한 반응을 더 봐야 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다.”

“목숨은 하나뿐입니다.”

설아는 반박하지 않았다.

준우는 이번에는 받침 옆면을 살폈다. 오래된 나무라면 술과 곰팡이 냄새가 겹겹이 배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옆면에서는 갓 벗긴 나무껍질과 끈적한 송진 냄새가 났다.

“받침이 바뀌었습니다.”

“무슨 뜻이지?”

“원래 받침을 가져가고 새것을 놓았습니다. 거기에 가루와 손자국을 남긴 겁니다.”

“왜 그런 짓을 하지?”

준우는 봉인된 원액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겁을 먹고 술을 버리게 하려고. 아니면 서로를 물어뜯게 하려고.”

설아의 시선이 배합실 안 사람들을 훑었다.

문을 지키다 자리를 비운 어린 시종은 울먹이며 엎드렸다. 남아 있던 시종은 누구도 문을 넘지 않았다고 맹세했다.

“손을 펴라.”

설아의 한마디에 시종들이 일제히 손바닥을 내밀었다. 모두 바닥의 자국보다 작았다.

곧 황 주방장과 마도 주방장들도 끌려왔다.

황 주방장이 준우를 노려보았다.

“또 나를 범인으로 몰 셈이냐?”

“손부터 펴십시오.”

“잡역부 놈이 감히 누구에게 명령을…….”

설아의 엄지가 검 코등이를 밀었다.

찰칵.

그 작은 소리에 황 주방장은 입을 다물고 손을 폈다.

손바닥 크기는 비슷했다. 하지만 황 주방장은 칼을 오래 잡은 탓에 검지 아래 굳은살이 두꺼웠고 가루에 찍힌 자국은 새끼손가락 쪽이 더 거칠었다.

“같지 않습니다.”

황 주방장이 코웃음을 치려던 순간이었다.

설아의 어깨가 굳었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음 사람에게 다가갔지만 두 번째 걸음이 흔들렸다. 소매 아래 감췄던 손이 다시 명치 아래를 짓눌렀다.

“우호법님.”

“조사를 계속해라.”

“언제부터 아팠습니까?”

“쓸데없는 질문이다.”

“어제 독주를 시음하기 전부터였습니까?”

설아가 준우를 돌아보았다. 대답 대신 날아온 눈빛이 칼날 같았다.

그리고 한 걸음을 더 떼다가 허리를 숙였다.

마른기침 끝에 붉은 피가 손바닥 위로 튀었다.

배합실이 얼어붙었다.

준우는 곧장 다가갔다. 피는 검붉지 않고 선홍색이었다. 쇠 냄새 아래로 신물이 상한 듯한 냄새가 강했다.

“공복이면 속을 바늘로 긁는 것처럼 아프고 신물이 올라오죠?”

“내 몸을 아는 척하지 마라.”

“독한 술을 마시면 배가 타는 것 같고요.”

설아의 침묵이 답이었다.

황 주방장이 끼어들었다.

“호법께 약을 올리는 것은 의원의 몫이다. 냄새 좀 맡는다고 의원 행세까지 할 셈이냐?”

“의원이 올 때까지 피를 더 토하게 두자는 말씀입니까?”

준우는 어린 시종을 향해 손가락을 세웠다.

“매실 발효액, 청련근 물, 꿀. 그리고 묵은 곡주는 흔들지 말고 맑은 윗부분만 떠 오세요. 뜨거운 물과 냉수도 함께.”

시종이 달려 나갔다.

설아가 벽을 짚고 몸을 세웠다.

“교주님의 술이 먼저다.”

“원액은 오염되지 않았고 표본만 더 보면 됩니다. 지금 망가지고 있는 건 우호법님의 위장이고요.”

“명령이다.”

“쓰러진 분의 명령은 잠깐 안 듣겠습니다.”

검집이 반 치쯤 들렸다.

준우는 피하지 않았다.

“제 목을 베고 나서 의원을 기다리셔도 됩니다. 다만 그때까지 또 피를 토하실 겁니다.”

설아는 검집을 내렸다.

그것으로 허락은 충분했다.

준우는 매실 발효액의 맑은 부분만 고운 천에 다시 걸렀다. 향은 좋았지만 그대로 쓰면 산미가 상처 난 속을 찌른다.

청련근 물을 섞어 날을 무디게 했다. 꿀은 단맛이 느껴지기 직전까지만 녹였다. 묵은 곡주는 향과 약효를 운반할 정도만 넣었다.

술이라기보다 술의 경계에 가까운 낮은 도수였다.

문제는 기포였다.

작은 기포는 적은 양의 향도 입안 전체로 펼쳐 준다. 무거운 약재 냄새를 들어 올리고 술을 많이 넘기지 않아도 맛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거품이 거칠면 아픈 위장을 더 두드린다.

준우에게는 발효를 미세하게 깨울 장비도 진기도 없었다.

대신 눈앞에는 무림에서 손꼽히는 고수가 있었다.

“우호법님, 병을 잡아 주십시오.”

설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나더러 술을 빚으라는 것이냐?”

“직접 드실 거니까 직접 돕는 편이 안전합니다.”

“무엇을 하면 되지?”

준우는 병을 젖은 천으로 감싸 냉수 대야에 세웠다.

“촛불 하나도 끄지 못할 만큼만 병 바닥에 진기를 흘려보내십시오. 따뜻하게 하지 말고 흔들기만 한다는 느낌으로.”

설아가 병목을 잡았다.

손끝에서 보이지 않는 진동이 번졌다.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잔당과 효모 찌꺼기가 눈송이처럼 떠올랐다.

병 안쪽에서 작은 거품이 피어났다.

“그만.”

진동이 즉시 멎었다.

준우는 마개를 단단히 눌렀다가 머리카락 한 올만큼 틈을 주었다.

칙.

과한 압력이 빠져나갔다.

다시 닫고 한 번 더 짧게 열었다. 표면을 뒤덮던 거친 거품이 가라앉자 바늘 끝만 한 기포만 천천히 떠올랐다.

준우는 작은 잔의 절반도 채우지 않았다.

옅은 금빛 술 위로 기포가 가느다란 줄을 만들었다. 매실 향은 산뜻했고 청련근의 풋내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한 번에 마시지 마십시오. 입에 잠깐 머금었다가 조금씩 넘기세요.”

설아는 잔을 받아 향부터 확인했다.

첫 모금이 넘어갔다.

미세한 기포가 혀 위에서 터졌다. 매실 향이 짧게 퍼진 뒤 꿀의 둥근 단맛이 산미를 감쌌다. 차갑게 식힌 액체가 목을 지나가도 독한 술처럼 열을 남기지 않았다.

설아의 미간이 깊게 패었다.

준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 호흡.

두 호흡.

설아가 천천히 손을 명치에서 뗐다.

“배 안쪽을 긁던 것이…… 조금 가라앉았다.”

준우는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청련근이 열을 누르고 꿀과 묽은 곡주가 매실의 신맛을 감쌌습니다. 기포는 향을 펼칠 만큼만 남겼고요.”

설아가 잔 속을 내려다보았다.

“마공을 이런 데 쓰는 놈은 처음 본다.”

“저도 마공으로 기포를 만드는 분은 처음 봅니다.”

설아는 두 번째 모금을 마셨다. 늘 팽팽하던 어깨가 손톱 한 마디만큼 내려갔다.

황 주방장이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잠시 감각을 속였을 뿐이다. 매실물 몇 방울로 오래된 병이 낫겠느냐?”

“낫는다고 한 적 없습니다.”

준우는 설아가 세 번째 모금을 들기 전에 잔을 가져왔다.

“출혈을 가라앉히고 의원이 올 때까지 버티게 하는 겁니다. 오늘은 공복에 독주도 금지입니다. 빙화주 표본 시음은 다른 사람을 세우겠습니다.”

“내게 금주를 명하는 것이냐?”

“살고 싶으시면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시종들은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황 주방장은 준우의 목이 언제 떨어질지 기다리는 얼굴이었다.

설아가 입술에 남은 술을 닦았다.

“지금부터 소춘의 배합을 방해하는 행위는 교주님의 명을 방해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황 주방장의 얼굴에서 기대가 사라졌다.

“또한 오늘 본 것은 입 밖에 내지 마라.”

그 말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두가 알았다.

우호법이 피를 토했다.

천마의 칼이라 불리는 자에게도 약점이 있었다.

그 비밀을 지키라는 명령은 경고였다. 동시에 준우에게는 처음 받은 확실한 보호였다.

준우는 고개를 숙이다가 새 받침 아래에 걸린 것을 발견했다.

푸른 실 한 올.

가루에 반쯤 묻힌 실을 핀셋처럼 젓가락으로 집었다. 코끝에 대자 받침과 같은 송진 냄새 그리고 서늘한 쇠 냄새가 났다.

황 주방장의 갈색 소매와는 다른 천이었다.

“침입자는 푸른 옷을 입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준우가 황 주방장의 손을 다시 보았다.

“적어도 황 주방장 혼자 벌인 일은 아닐 겁니다.”

황 주방장은 억울한 표정을 지을 틈도 없이 굳었다. 자신을 향하던 의심 일부가 다른 곳으로 움직였는데도 안도하지 못했다.

그때 복도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천마전의 검은 패를 든 전령이 문 앞에 엎드렸다.

“교주님의 명이오.”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사흘 뒤 사파 연합의 사절단이 도착한다. 백화전은 환영 연회의 모든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하셨소.”

전령의 시선이 준우에게 멈췄다.

“연회의 술은 임시 부전주 소춘이 총괄하라는 명도 함께 내리셨소.”

준우는 푸른 실을 손가락에 감았다.

천마 한 사람의 잔도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번에는 독과 칼을 품은 사파의 손님들이 떼로 온다.

그리고 그 술을 준비할 백화전 안에는 이미 적의 손이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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