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10화: 밀실의 향
독고성의 호흡이 다시 짧아졌다.
두 번째 잔을 마신 뒤 아직 반 시진도 지나지 않았다.
준우는 상석 옆 종이에 줄 하나를 더 그었다. 잠든 시각, 호흡이 고르게 된 시각, 손끝 경련이 돌아온 시각. 그 간격이 생각보다 빠르게 줄고 있었다.
“교주님 곁을 비울 수 없습니다.”
설아의 목소리는 낮았다.
연회전에는 혁련웅과 유령희가 남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잔을 들고 있었지만 마시지는 않았다. 천마가 잠들었다는 사실을 이미 보았다. 지금 사절들을 급히 내보내면 약화를 감추려 한다고 광고하는 꼴이었다.
혁련웅이 턱을 괴었다.
“천마의 잠을 지키는 데에도 칼이 필요한가?”
설아의 눈이 차갑게 돌아갔다.
“필요하다면 문주께서 가진 것부터 받겠습니다.”
유령희가 잔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쓸었다.
“우리를 붙들어 두려는 말로 들리는군요.”
“독살범이 연회전 안에 잔을 들여놓았습니다. 누구도 확인 전에는 나가지 못합니다.”
설아는 물러서지 않았다.
사절을 가둔 것이 아니라 증거와 함께 묶어 둔다는 선언이었다.
당묵이 독고성 가까이에 자리를 옮겼다. 손가락을 손목에 대지 않고 그 위에 흐르는 기운만 살폈다.
“심맥이 크게 변하면 바로 알리겠소.”
“당가의 사람에게 교주님을 맡기라고?”
“내 제자 노릇을 하던 놈이 독잔을 바꿨소.”
당묵의 얼굴이 굳었다.
“그 빚을 갚기 전에는 나도 이 전각을 나갈 생각이 없소.”
설아가 준우를 보았다.
허락은 아니었다. 얼마나 걸리느냐는 질문이었다.
“반 각 안에 동선만 확인하겠습니다.”
준우는 흰 천에 싸 둔 봉랍 조각을 황 주방장에게 내밀었다.
“이 송진, 백화전 어디에서 씁니까?”
황 주방장은 손부터 뻗다가 멈췄다. 준우가 천을 펴 준 뒤에야 코를 가까이했다.
“병마개에 쓰는 건 아니다.”
“어떻게 압니까?”
“백화전 솔진은 세 번 끓인다. 술에 풋내가 옮지 않게.”
그가 봉랍을 손톱으로 살짝 긁었다.
“이건 송진에 들기름을 섞었어. 습기 막는 칠이다.”
준우는 출납 장부를 펼쳤다. 설삼 본 상자의 반출 기록은 깨끗했다. 너무 깨끗해서 오히려 쓸모가 없었다.
그는 송진 대신 들기름 항목을 찾았다.
지난달 초, 지하 준비실 방습 보수.
그 뒤로도 닷새마다 등잔기름 한 병. 보름마다 닦는 천 두 장. 지난 사흘 동안에는 청동 잔 세 벌까지 내려갔다.
“보수가 아직 안 끝났습니까?”
황 주방장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 준비실은 두 달 전에 폐쇄했다. 물이 차서 술을 둘 수 없었어.”
“그런데 누군가는 계속 쓰고 있군요.”
장부 아래에는 황 주방장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또 내 인장인가.”
“인장이 찍혔다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준우는 장부를 덮었다.
황 주방장의 인장이 도둑맞았는지, 그가 거짓말을 하는지는 아직 몰랐다. 손에 쥔 의심을 증거처럼 휘두르면 진짜 범인은 그 뒤에 숨는다.
설아가 황 주방장에게 명했다.
“여기 남아 모든 술병과 잔을 다시 세어라. 하나라도 없어지면 네 목으로 갚는다.”
황 주방장은 반박하지 않았다.
설아는 독고성을 한 번 돌아본 뒤 검을 들었다. 몸을 돌리는 순간 손이 명치 위에 잠깐 머물렀다.
죽 두 숟갈로 버틸 수 있는 밤이 아니었다.
“반 각이다.”
“그 전에 돌아오겠습니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공기가 눅눅해졌다.
폐쇄 준비실 앞에는 새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자물쇠에는 먼지가 묻었지만 열쇠 구멍 가장자리만 반들거렸다.
설아가 손잡이를 잡으려 하자 준우가 손목을 막았다.
“안에 있습니다.”
문 너머는 조용했다.
그러나 냄새는 조용하지 않았다.
등잔기름. 눅눅한 나무. 벽을 칠한 새 송진.
그 아래에 젖은 가죽과 칼집을 닦는 쇠기름이 있었다. 오래 숨을 참은 사람에게서 나는 신 땀 냄새도 한 줄이 아니었다.
준우는 들고 온 묵은 곡주의 마개를 열었다.
“무슨 짓이지?”
“공기는 거짓말을 덜 합니다.”
그는 문턱을 따라 술을 가늘게 흘렸다.
얇은 액체가 문 아래로 스며들었다. 한쪽으로 고르게 퍼져야 할 가장자리가 네 방향에서 끊어졌다 이어졌다. 안쪽에서 억누른 숨이 서로 다른 박자로 밀려 나온 것이다.
준우는 다시 냄새를 맡았다.
왼쪽 둘은 쇠기름이 가까웠고 오른쪽 하나는 젖은 가죽 냄새가 짙었다. 문 바로 뒤에서는 청동 녹 특유의 떫은 냄새가 났다.
“적어도 넷입니다. 문 뒤 하나, 좌우에 셋.”
“너는 뒤로 물러나라.”
“뒤에도 길이 있는지 먼저 보십시오.”
준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등 뒤에서 아주 옅은 기름 냄새가 움직였다.
등잔기름이 아니었다.
칼날을 닦은 기름이었다.
“뒤에도 하나!”
설아가 문을 걷어차는 동시에 몸을 틀었다.
쾅!
문짝이 안으로 꺾였다. 검은 그림자 넷이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앞의 둘은 칼을 뒤의 둘은 가는 청동 쇠사슬을 던졌다.
설아의 검이 첫 칼을 튕겼다.
두 번째 칼은 소매를 찢었다. 쇠사슬 하나가 기둥을 감고 다른 하나가 설아의 발목 뒤를 훑었다.
동시에 뒤쪽의 다섯 번째 자객이 준우에게 달려들었다.
준우는 몸을 숙였다.
칼끝이 머리카락을 잘랐다. 차가운 바람이 정수리를 훑었다.
그는 품에 든 병을 꺼냈다.
술은 사람을 살리려고 섞는 것이었다.
망설이는 동안 두 번째 칼이 내려왔다.
준우는 병을 바닥에 내리쳤다.
묵은 곡주에 잔을 씻으려고 챙긴 식초가 섞여 있었다. 액체가 문 뒤에 뿌려 둔 푸른 청동 가루 위로 퍼졌다.
치익.
작은 거품과 함께 떫고 신 냄새가 확 솟았다. 독도 폭발도 아니었다. 하지만 숨을 맞춰 움직이던 자객들의 코와 목을 한순간 찌르기에는 충분했다.
한 명이 기침했다.
쇠사슬이 반 박자 늦었다.
설아의 검이 그 틈을 파고들어 자객의 어깨를 갈랐다.
다섯 번째 자객의 발도 젖은 바닥에서 미끄러졌다. 준우는 옆 선반을 밀어 칼길을 막았다.
쾅!
선반이 부서지며 숯가루 통이 떨어졌다.
준우는 숯가루 한 줌을 움켜쥐었다. 불꽃에는 던지지 않았다. 등잔 뒤의 반사판 앞으로 흩뿌렸다.
검은 가루가 빛을 가렸다.
준우에게는 충분했다.
눈이 아니라 냄새로 자객의 위치를 따라갈 수 있었다.
“설아 님, 오른쪽 쇠사슬 두 번째 고리!”
“보인다.”
“아니요. 거긴 새것입니다. 그 아래 푸른 녹이 밴 고리!”
설아는 묻지 않았다.
검로를 낮춰 준우가 짚은 곳을 베었다.
쨍!
청동 가루로 억지로 빛을 감춘 낡은 고리가 끊어졌다. 팽팽하던 연환진의 한 축이 무너졌다. 설아가 풀려난 쇠사슬을 걷어 차 자객 둘의 발을 묶었다.
그러나 그녀의 호흡도 거칠어졌다.
검을 크게 휘두를 때마다 왼손이 명치 쪽으로 끌렸다. 위통이 돌아온 것이다.
남은 자객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칼끝이 설아의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준우의 코에 달큰한 향이 스쳤다.
꿀기름.
오른쪽 자객의 향낭에서는 마른 대추 냄새가 났다. 둘이 가까워지자 단 향과 기름 향이 겹쳤다. 그제야 그 아래 숨은 적염마근의 매운 뿌리 냄새가 흐려졌다.
각각으로는 반쪽이었다.
둘이 붙어 움직일 때만 은폐 향이 완성됐다.
“둘씩 짝을 맞춥니다!”
준우가 외쳤다.
“향낭 찬 놈부터 떼어 놓으십시오!”
설아의 검이 자객의 향낭 끈을 끊었다. 꿀기름에 덮여 있던 매운 향이 확 드러났다.
자객의 눈이 흔들렸다.
한 번의 흔들림이면 충분했다.
설아의 검자루가 턱을 올려쳤다. 한 명이 쓰러지고 다른 한 명은 벽 틈의 좁은 통로로 몸을 던졌다.
설아가 쫓으려 했지만 준우가 막았다.
“가시면 안 됩니다.”
“놓치라는 말이냐?”
“지금 쫓으면 피를 토하십니다.”
설아의 입술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검을 거두지 않았지만 더 뛰지도 않았다.
바닥에 쓰러진 자객 하나가 입을 다물었다.
설아가 즉시 턱을 틀어 벌렸다. 혀 밑에는 독환이 없었다.
대신 어금니 안쪽에 얇은 청동 틀이 끼워져 있었다. 틈 사이로 검은 막이 터지려 했다.
준우가 천 조각을 말아 이를 벌렸다. 설아가 청동 틀을 칼끝으로 뽑아 냈다.
검은 막은 터지지 않았다.
“양우와는 다른 방식입니다.”
“자결을 준비했다는 건 같지.”
그때 준비실 안쪽에서 불빛이 솟았다.
달아나지 못한 자객 하나가 장부 더미에 등잔을 엎은 것이다.
설아의 검이 그의 손목을 꿰뚫었다.
준우는 술에 젖은 천을 장부 위로 덮었다. 불길은 꺼졌지만 종이 절반이 검은 재로 부서졌다.
남은 장을 조심스럽게 들추자 두 구절만 읽을 수 있었다.
빈 상자.
그리고 세 번째 잔.
잔은 이미 안에.
죽어 가던 양우의 말이 떠올랐다.
그 말과 연결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빈 상자가 설삼 상자인지 세 번째 잔이 독고성의 잔인지도 몰랐다.
준우는 해석 대신 종이를 접었다.
자객의 향낭, 청동 가루, 새 송진이 묻은 장갑, 소매 안쪽의 푸른 실도 각각 다른 천에 쌌다.
“이자들이 설삼 상자를 열었겠군.”
설아가 말했다.
“같은 물건을 썼다는 것만 압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잡아 온 자에게 물을 수 있을 정도로는 충분합니다. 목을 벨 정도로는 아닙니다.”
순간,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졌다.
쿵.
지하의 등잔불이 일제히 한쪽으로 눕었다.
대연회전 쪽에서 검은 마기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설아의 얼굴이 굳었다.
“교주님이 깨셨다.”
반 각은 아직 지나지 않았다.
두 사람이 포로를 끌고 연회전으로 돌아왔을 때 독고성은 이미 상석에 앉아 있었다.
눈은 잠들기 전보다 더 붉었다.
깨진 탁자 아래로 검은 기운이 가늘게 흘렀다. 혁련웅은 술잔을 내려놓았고 유령희의 손에는 어느새 은빛 현이 걸려 있었다.
당묵이 준우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잠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독고성이 피투성이 포로를 내려다보았다.
“잡아 왔군.”
“하나는 놓쳤습니다.”
“살아 있는 하나면 된다.”
독고성의 손이 들렸다.
설아의 검이 포로의 목을 받쳤다. 사절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여기서 포로를 죽이면 천마신교는 독살범의 입을 스스로 닫는 셈이었다.
준우가 상석 앞으로 한 걸음 나갔다.
“아직 죽이면 안 됩니다.”
전각의 마기가 준우의 어깨를 눌렀다.
“내가 잠든 사이 겁도 함께 없어진 모양이구나.”
“저자가 누구에게 고용됐는지 밝히지 못하면 오늘 밤의 독잔이 신교의 짓인지 사파의 짓인지도 밝힐 수 없습니다.”
혁련웅의 눈이 가늘어졌다.
유령희의 손가락이 은빛 현에서 멈췄다.
준우는 타다 남은 장부를 꺼냈다.
“그리고 저자는 교주님의 잔이 아닌 세 번째 잔을 준비했습니다.”
독고성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좋다.”
그가 포로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네 혀의 값이 네 목보다 비싸다는 것을 증명해라.”
포로가 피 묻은 이를 드러냈다.
청동 틀이 빠진 어금니 안쪽에 작은 글자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매화 매(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