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11화: 붉은 잔의 증언
포로의 어금니 안쪽에는 매화 매(梅)가 새겨져 있었다.
독고성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검은 마기가 포로의 목을 감쌌다. 피투성이 사내의 무릎이 돌바닥에 박혔다.
“누가 보냈느냐.”
포로는 입을 다물었다.
마기가 한 겹 더 짙어졌다. 어깨뼈가 삐걱이는 소리가 대연회전 끝까지 번졌다.
설아의 검은 이미 포로의 목을 받치고 있었다. 지하 준비실에서 베인 소매 아래로 핏물이 배었고 다른 손은 명치 가까이 굳어 있었다.
“대답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는다.”
포로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준우가 상석 앞으로 나섰다.
“지금 죽이면 안 됩니다.”
검은 기운이 곧장 준우의 어깨를 눌렀다. 무릎이 꺾일 듯 흔들렸다.
“내가 잠든 사이 겁뿐 아니라 귀도 잃었느냐?”
“저자가 신교 사람인지 사파 사람인지 모른 채 죽습니다.”
준우는 타다 남은 장부를 펼쳤다.
빈 상자.
세 번째 잔.
“그러면 오늘 밤의 독잔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도 영원히 모릅니다.”
혁련웅이 탁자를 내리쳤다.
“내 앞에서 잡힌 놈이다. 내 잔을 노린 것이겠지.”
“문주님의 잔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유령희가 은빛 현을 손가락에 감았다.
“신교 지하에서 잡힌 자가 신교의 장부를 들고 있었지요. 미리 준비한 연극이 아니라는 증거도 없고요.”
설아의 검끝이 유령희 쪽으로 돌아갔다.
그 순간 왼손이 명치에 더 깊이 눌렸다. 그녀는 신음조차 삼켰지만 준우는 창백해진 입술을 보았다.
“그래서 모두 보는 앞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준우는 자객에게서 빼낸 두 향낭과 청동 치아 틀을 탁자 위에 놓았다.
치아 틀 안의 검은 막은 터지지 않은 채 제거됐다. 그러나 가장자리는 조금 찢겨 있었다.
당묵이 은침으로 포로의 잇몸을 살폈다.
침 끝이 옅은 자색으로 변했다.
“독막 일부가 상처에 스며들었소.”
“살릴 수 있습니까?”
“지금은 퍼지는 걸 늦출 뿐이오. 때리거나 마기로 짓누르면 피가 빨라져 죽는 시간도 당겨질 거요.”
독고성의 눈이 당묵에게 향했다.
당묵은 물러서지 않았다.
“죽이려면 그대로 누르시오. 말을 들으려면 거두고.”
전각의 기둥이 낮게 울렸다.
한동안 누구도 숨을 크게 쉬지 못했다.
독고성이 손을 내렸다.
포로를 누르던 마기가 바닥으로 흩어졌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뼈를 으깨지는 않았다.
“반 각이다.”
준우에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입을 열지 않으면?”
“입보다 먼저 몸이 대답하게 하겠습니다.”
준우는 작은 그릇 세 개를 가져오게 했다.
첫째에는 미지근한 물만 담았다. 둘째에는 같은 물에 매실 발효액 한 방울을 섞었다. 셋째에는 청련근 물을 더해 향과 온도를 낮췄다.
술은 넣지 않았다.
상처 입고 목마른 사람은 물만 닿아도 삼킨다. 신맛에는 침이 고이고 찬 향에는 숨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차이를 먼저 보지 않으면 공포를 진실로 오해한다.
준우는 물에 적신 천을 포로의 입술에 댔다.
목울대가 한 번 움직였다.
매실액을 댔을 때는 콧방울이 벌어지고 침을 삼키는 간격이 짧아졌다. 청련근 물에서는 들숨이 조금 길어졌다.
준우는 순서를 바꿔 한 번 더 확인했다.
반응은 같았다.
“매화.”
포로의 호흡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황 주방장이 시켰나?”
황 주방장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포로는 반응하지 않았다.
“혁련웅 문주가 시켰나?”
혁련웅이 주먹을 쥐었다.
이번에도 같았다.
거짓 질문을 섞었다. 이름만 던져 눈동자가 움직였다는 이유로 범인을 만들 수는 없었다.
준우는 포로의 어금니 각인과 향낭을 나란히 놓았다.
푸른 소매 인물의 소매 안쪽에도 흰 매화가 있었다.
그러나 그 문양은 천에 수놓은 흰 매화였다. 이것은 치아 안쪽에 숨긴 한 글자였다. 닮았다는 것만으로 같은 편이라 할 수 없었다.
“설아 님, 이 향낭만 데워 주십시오. 포로에게는 진기가 닿지 않게.”
설아가 검을 든 손을 거두지 않은 채 다른 손가락을 뻗었다.
아주 가는 진기가 향낭의 표면만 훑었다.
첫 번째 향낭에서는 꿀기름 냄새가 퍼졌다.
포로의 반응은 없었다.
두 번째에서는 마른 대추 향이 올랐다.
그때도 같았다.
두 향낭을 붙이자 단 향이 겹쳤다. 적염마근의 매운 뿌리 냄새가 그 아래로 숨었다.
포로가 숨을 멈췄다.
한 번.
준우는 향낭을 떼었다가 다시 붙였다.
두 번째에도 같은 지점에서 들숨이 끊겼다.
단 향 때문만은 아니었다.
따뜻해진 천 끝에서 젖은 돌 같은 냄새와 마른 계피초 잔향이 아주 희미하게 올라왔다. 흑한초 냉기를 옮긴 빙화주 원액을 데운 잔에 따랐을 때 남는 냄새였다.
준우가 직접 만든 향이었다.
“이 향낭은 빙화주 원액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황 주방장이 코웃음 치려다 멈췄다.
“계피초는 백화전 어디에나 있다.”
“그래서 계피초만 말한 게 아닙니다.”
준우는 첫째 향낭을 치우고 흑한초를 보관할 때 썼던 빈 천을 멀리서 펼쳤다.
포로는 청련근 물을 맡았을 때처럼 들숨만 길어졌다.
마른 계피초 잎만 가까이했을 때도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
두 향낭을 다시 합쳤을 때에만 숨을 멈췄다.
“각각의 향을 아는 게 아닙니다. 이 조합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합니다.”
독고성의 붉은 눈이 포로를 꿰뚫었다.
“내 술을 훔쳤느냐?”
포로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래도 입은 열리지 않았다.
혁련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마의 술이 아니라면 남은 건 우리 셋의 잔이다.”
“아직 누구의 잔이라고 정할 수 없습니다.”
준우는 연회전 시종에게 사절들의 잔을 가져오게 했다.
혁련웅의 큰 철잔.
유령희의 얇은 은잔.
당묵의 청자 잔.
세 개를 한 줄로 놓았다.
준우가 첫 번째 잔을 들자 포로는 움직이지 않았다.
두 번째도 같았다.
세 번째 청자 잔을 들었을 때 콧방울이 떨렸다.
당묵의 은침이 포로의 목 앞에서 멈췄다.
“나를 노렸군.”
“아닐 수 있습니다.”
준우는 세 잔을 비우고 빈 술병 하나를 가져왔다.
원래 연회 마지막에는 사절 셋이 한 병의 화합주를 나눠 마실 예정이었다. 한 병에서 첫 잔을 혁련웅에게, 두 번째를 유령희에게, 세 번째를 당묵에게 따르는 순서였다.
양우의 독잔 사건 뒤 준우가 폐기한 절차였다.
그는 빈 병을 기울였다.
첫째 잔.
둘째 잔.
마지막으로 셋째 잔.
병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포로의 시선은 병목을 따라갔다.
“세 번째 잔에만 독을 넣는 게 아닙니다.”
준우가 말했다.
“한 병에서 나눠 마셨다고 모두 믿게 만드는 겁니다. 세 번째 잔에서 독이 드러나는 순간, 앞의 두 분도 같은 독을 마셨다고 생각하겠죠.”
혁련웅의 주먹 아래 탁자가 갈라졌다.
“그러면 신교가 우리 셋을 한꺼번에 죽이려 했다고 판단했을 테고.”
유령희가 은빛 현을 거뒀다.
“살아남기 위해 먼저 칼을 뽑았겠지요. 서로에게.”
당묵은 포로의 입가에 흐른 검은 피를 닦았다.
“고작 잔 하나로 연회전을 전쟁터로 만들 셈이었나.”
포로가 처음으로 웃었다.
“이미…… 만들었지.”
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준우는 빈 나무 상자를 가져오게 했다. 설삼 상자와 잔 상자, 술병 상자를 차례로 포로 앞에 놓았다.
몸의 반응은 방향만 가리켰다. 답을 대신하지는 못했다.
“무엇을 들여왔지?”
포로가 검은 피를 뱉었다.
붉고 검은 방울 하나가 비어 있던 세 번째 잔에 떨어졌다.
“들여온 게 아니다.”
준우의 등이 서늘해졌다.
“그럼 무엇을 빼냈나?”
포로의 시선이 향낭으로 향했다.
“네가 만든…… 차가운 술.”
설아의 검끝이 그의 목을 눌렀다.
“누구에게 가져갔지?”
“모른다.”
“거짓말이다.”
“우린 상자를 옮겼을 뿐이다. 잔은 이미 안에 있다고 들었다.”
양우가 죽기 전에 남긴 말과 같았다.
준우가 다급히 물었다.
“누가 그 말을 했지?”
포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매화가 핀 쪽을…… 믿지 마라.”
턱이 굳었다.
당묵이 즉시 포로의 목 뒤를 짚고 약가루를 잇몸에 밀어 넣었다. 청련근 물로 독을 씻어 냈지만 검은 선은 이미 목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비켜!”
당묵의 손끝에서 푸른 기운이 세 번 뛰었다.
포로의 가슴은 다시 오르지 않았다.
대연회전이 고요해졌다.
독고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고 있던 마기가 기둥과 천장을 울렸다. 얕은 잠에서 깬 뒤 눌러 두었던 화기가 다시 치받았다.
설아가 검을 돌렸지만 몸이 반 박자 늦었다.
준우는 술병이 아니라 차가운 청련근 물을 올렸다.
“이건 술이 아닙니다.”
“감히 내게 물을 내느냐?”
“지금 술을 더하면 저들이 원한 대로 됩니다.”
독고성의 손이 잔 위에서 멈췄다.
“마시라는 게 아닙니다. 냄새만 따라가십시오. 목덜미 열기가 더 오르는지만 확인하겠습니다.”
독고성은 잔을 부수지 않았다.
청련근의 서늘한 향을 한 번 들이마셨다. 검은 마기가 더 솟지는 않았다.
준우는 그 짧은 틈에 황 주방장을 돌아보았다.
“빙화주 원액 봉인대를 확인해야 합니다. 장부와 밀랍 번호까지 전부.”
“지금 나를 의심하느냐?”
“지금은 누구도 믿지 않습니다.”
황 주방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독고성의 시선이 닿자 즉시 달려 나갔다.
준우는 빙화주 원액을 완성한 뒤 작은 봉인병 두 개로 나눴다. 한 병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한 병과 비교할 수 있게 한 조치였다.
둘 다 천마에게는 한 방울도 올리지 않았다.
잠시 뒤 황 주방장이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봉인 기록과 잘린 끈 하나가 들려 있었다.
“장부에는 청(靑) 일 번과 이 번, 두 병이다.”
“봉인대에는요?”
“일 번뿐이다.”
준우와 설아가 직접 봉인대로 향했다.
청 일 번 병은 고정대 안에 남아 있었다. 밀랍의 눌림과 준우가 새긴 얕은 흠도 그대로였다.
그 옆 고정대는 비어 있었다.
청 이 번의 봉인 끈만 안쪽에서 잘린 채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빈 자리에는 향낭에서 맡은 것과 같은 꿀기름 냄새가 얇게 남아 있었다.
장부만 조작한 것이 아니었다.
검증되지 않은 빙화주 원액 한 병이 정말 사라졌다.
준우가 만든 술이었다.
입과 목의 열을 급히 빼앗고 배 안에서 늦게 온기를 올리도록 만든 술. 건강한 사람과 다른 내공을 가진 자가 잘못 마시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아직 아무도 몰랐다.
누군가는 그 불완전한 술을 독 대신 쓰려 했다.
준우는 잘린 봉인 끈을 움켜쥐었다.
“모든 출구를 막아야 합니다.”
설아가 창백한 얼굴로 검을 들었다.
“병을 찾을 때까지 아무도 못 나간다.”
대연회전에는 아직 수십 개의 잔이 남아 있었다.
그중 어느 잔이 세 번째가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