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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3화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3화: 백화전의 새 주인

천마전에서 백화전으로 돌아오는 길, 준우는 두 다리가 자기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살았다.

분명 살았다.

그런데 가슴은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내일 같은 시각에 다시 술을 올려라. 오늘보다 못하면 죽는다.”

독고성의 목소리가 귓속에 아직도 박혀 있었다. 칭찬을 받은 것 같긴 했다. 문제는 이 동네의 칭찬 뒤에는 사형 집행 유예가 붙는다는 점이었다.

‘미슐랭 심사위원도 저렇게 살벌하게 예약을 잡지는 않았는데.’

백화전 주방에 들어서자마자 웅성거리던 시종들이 파도처럼 갈라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소춘은 똥물이나 나르는 잡역부였다.

이제는 천마전에서 살아 돌아온 잡역부였다.

천마신교에서는 그 차이가 컸다.

황 주방장은 술독 앞에 서 있었다. 기름진 얼굴에 억지 웃음이 붙어 있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소춘아.”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그래서 더 불길했다.

“예, 주방장님.”

“교주님께서 네놈을 살려 보내셨다지?”

“일단은 그렇습니다.”

“일단?”

“내일 같은 시각에 오늘보다 나은 술을 올리라 하셨습니다.”

주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누군가 들고 있던 국자를 떨어뜨렸다. 쇠가 돌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울렸다.

황 주방장의 턱살이 떨렸다.

“그렇다면 더더욱 백화전의 법도를 따라야 한다. 네놈은 말단 시종이다. 술고 열쇠도 약재 장부도 만질 수 없다.”

“그러면 내일 죽습니다.”

“그건 네 사정이고.”

준우는 잠깐 황 주방장을 바라보았다.

아직 모르는 모양이었다. 내일 자신이 실패하면 소춘만 죽는 게 아니라 백화전 전체가 천마의 짜증값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주방장님. 산딸기주는 다 썼습니다. 백당도 계피초도 수량을 봐야 합니다. 술고와 약재고를 열어 주셔야 합니다.”

“건방진 놈.”

황 주방장이 한 걸음 다가왔다.

“천마전에서 운 좋게 혀를 놀렸다고 네놈이 술을 안다 착각하느냐? 백화전은 수십 년 동안 교주님의 식음을 맡아 온 전각이다. 네놈 같은 잡역부가 함부로 뒤질 곳이 아니다.”

그가 손짓하자 마도 주방장 둘이 술고 문 앞을 막아섰다. 또 다른 자는 재료 장부를 품 안에 넣었다.

준우는 그 모습을 보고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와. 중세 무협판에서도 재고 장부로 갑질을 하는구나.’

그때 문밖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날아왔다.

“그 수십 년 동안 오늘 같은 술은 왜 올리지 못했지?”

모두가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설아였다.

은백색 경갑에는 검은 마기의 그을음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흑목 명패 하나와 빈 술잔이 들려 있었다. 빈 잔은 독고성이 조금 전 내려놓은 그 잔이었다.

황 주방장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우호법님!”

설아는 대답하지 않고 주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녀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시종들이 숨을 죽였다.

“소춘.”

“예, 우호법님.”

“교주님의 명이다.”

설아가 흑목 명패를 던졌다. 준우는 얼떨결에 두 손으로 받았다.

묵직했다.

명패 앞면에는 백화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천마전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오늘부터 다음 술이 완성될 때까지 너를 백화전 임시 부전주로 삼는다. 술고와 약재고를 열람하고 사용할 권한을 가진다. 필요한 시종을 부릴 수 있고 술과 약재의 배합에 관한 한 누구도 네 명을 거역하지 못한다.”

준우는 잠시 명패를 내려다보았다.

권한이었다.

동시에 목줄이었다.

명패 가장자리에는 손때 하나 없었다. 원래라면 이런 물건은 부전주나 전주급 인물이 평생에 한 번 받을까 말까 한 권위일 터였다.

그걸 어제까지 물동이를 나르던 소춘이 쥐고 있었다.

뒤쪽에서 시종 하나가 숨을 삼켰고 다른 하나는 준우의 발치도 똑바로 보지 못했다. 백화전의 질서가 소리 없이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교주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다. ‘개흙 맛이 아닌 술을 만든 놈에게 재료를 아끼지 말라.’”

주방 안 어딘가에서 작게 숨 삼키는 소리가 났다.

천마식 격찬은 역시 품격이 남달랐다.

황 주방장이 벌떡 고개를 들었다.

“우호법님! 소춘은 어제까지만 해도 그릇을 닦던 놈입니다. 그런 자에게 부전주라니요!”

설아의 눈이 황 주방장을 향했다.

“교주님의 잔을 채운 것은 네가 아니었다.”

그 한마디에 황 주방장의 입이 닫혔다.

준우는 속으로 길게 숨을 내쉬었다.

‘좋아. 일단 재료는 볼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조금 전과 달라져 있었다. 시종들의 눈에는 공포가 있었고 마도 주방장들의 눈에는 노골적인 적의가 있었다.

승진이라기보다 사형장 한복판에 의자를 받은 기분이었다.

“술고를 열겠습니다.”

준우가 말하자 설아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술고 문을 막고 있던 주방장들이 비켜섰다. 비킨다기보다 설아의 눈빛에 밀려난 것에 가까웠다.

문이 열리자 눅눅한 냄새가 먼저 쏟아졌다.

준우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아니, 이건 좀 심한데.”

황 주방장이 이를 갈았다.

“뭐가 심하다는 것이냐?”

“곰팡이 냄새가 납니다. 술독에서가 아니라 벽에서요. 그리고 약재 냄새가 술고까지 넘어왔습니다. 보관 구역이 분리되어 있지 않군요.”

“술은 강하면 장땡이다. 약재 향이 배면 오히려 효능이 더해진다.”

“그건 술이 아니라 약재 찌꺼기 물입니다.”

주방 안이 술렁였다.

황 주방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준우는 첫 번째 술독의 마개를 열었다. 코를 가까이 대지 않아도 거친 알코올 향이 확 올라왔다.

“과발효. 끝 향이 탔습니다. 목을 태우고 단전의 열을 긁겠네요. 천마님께 올리면 잔보다 목이 먼저 날아갑니다.”

시종 하나가 움찔했다.

준우는 두 번째 술독을 열었다.

“신맛이 썩었습니다. 산미가 아니라 식초입니다. 입맛을 여는 게 아니라 혀를 접게 만들 겁니다.”

세 번째.

“열성 약재가 너무 많습니다. 오늘 영사주와 같은 문제입니다. 겉으로는 보양주처럼 보이지만 지금 교주님께는 기름 부은 횃불입니다.”

마도 주방장 하나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네놈이 냄새 한 번 맡고 어찌 그런 말을 하느냐!”

“혀로 확인하면 더 정확합니다만 지금은 목숨이 아까워서요.”

“뭐라?”

“정 원하시면 주방장님이 먼저 한 잔 드셔도 됩니다. 제가 옆에서 증상을 기록하겠습니다.”

마도 주방장의 입이 다물렸다.

설아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움직인 것 같았다. 물론 너무 짧아서 착각일 수도 있었다.

준우는 네 번째 술독 앞에서 멈췄다.

향이 이상했다.

겉으로는 단 향이 있었다. 마른 대추, 꿀, 볶은 곡물. 그런데 그 아래에 아주 얇은 쇳내와 매운 뿌리 냄새가 숨어 있었다.

마치 향 좋은 비단으로 칼날을 감싼 느낌이었다.

그는 마개를 닫았다.

“이건 누가 손댔습니까?”

황 주방장의 눈매가 순간 굳었다.

“백화전의 귀한 보양주다.”

“보양주라기에는 화기가 지나칩니다. 일부러 열을 올리는 약재를 더 넣었군요.”

“무슨 헛소리냐!”

설아가 조용히 물었다.

“문제가 있느냐?”

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교주님의 상태에는 위험합니다. 단전의 열을 누르는 게 아니라 더 긁습니다. 향은 달게 덮어놨지만 끝에 매운 뿌리 냄새가 올라옵니다. 입에서는 늦게 터질 겁니다.”

설아의 시선이 황 주방장에게 향했다.

황 주방장은 황급히 엎드렸다.

“저,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오래전부터 있던 술독입니다!”

준우는 굳이 더 몰아붙이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범인 찾기가 아니라 내일 마실 술이었다.

그는 쓸 수 있는 술독 세 개와 폐기해야 할 술독 다섯 개를 나누어 표시했다. 백당은 얼마 남지 않았고 계피초도 잎 끝이 말라 향이 죽어 있었다.

대신 차가운 기운을 품은 청련근 조각과 산미가 약한 매실 발효액이 조금 있었다. 오래된 곡주 한 항아리는 향이 흐렸지만 바탕이 깨끗했다.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오늘보다는 나은 구조를 만들 수 있어.’

그때 황 주방장이 낮게 웃었다.

“소춘아. 네놈이 참 말을 잘하는구나.”

준우는 돌아보았다.

황 주방장은 어느새 웃고 있었다. 웃음은 부드러웠지만 눈은 독했다.

“그러나 백화전은 말재주로 굴러가지 않는다. 술을 안다 했느냐? 그렇다면 내일 교주님께 올리기 전에 먼저 우리 앞에서 증명해라.”

“무엇을 말입니까?”

황 주방장이 술고 가장 안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검은 천으로 덮인 항아리가 있었다. 다른 술독과 달리 붉은 봉인이 세 겹으로 붙어 있었다.

“백년진독주. 백화전의 비장이다. 향과 맛만으로 그 안의 약재와 독성을 알아맞혀 보아라. 맞히면 네놈의 권한을 인정하마.”

설아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황 주방장.”

“우호법님. 교주님께 위험한 술을 올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소춘이 정말 냄새만으로 술을 읽는다면 문제없지 않겠습니까?”

말은 그럴듯했다.

준우는 검은 항아리를 바라보았다.

봉인 사이로 아주 희미한 향이 새고 있었다. 달콤했다. 오래 묵은 과실청처럼 농밀했다.

그런데 끝이 이상하게 서늘했다.

봉혈산의 차가운 풀향과는 달랐다. 혀뿌리에서 먼저 굳을 것 같은 냉기.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목 안쪽이 살짝 조여 왔다.

‘이거, 그냥 술이 아닌데.’

내일은 천마에게 더 나은 술을 올려야 한다.

그 전에 백화전의 비장이라는 독주를 감별해야 한다.

준우는 명패를 손안에서 꽉 쥐었다.

권한을 얻었다.

대신 적도 한꺼번에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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