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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20화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20화 수석 소믈리에

내전의 문이 열리기 전부터 앞뜰에는 술 냄새보다 사람 냄새가 먼저 모여 있었다.

긴장한 땀, 막 씻어 낸 비누풀, 비싼 향낭의 무거운 사향.

백화원주들이 하나씩 기둥 아래에 섰다. 황 주방장이 가장 앞에 있었고 발효고 원주와 약선방 원주, 저장고 원주가 그 뒤를 지켰다. 누구도 준우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준우는 봉인 상자를 두 손으로 들었다.

상자 안의 병은 조용했다. 병목의 검은 점도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조용하다는 사실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설아가 낮게 말했다.

"교주께서 나오십니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필요한 말은 하겠습니다."

"그게 가장 걱정입니다."

그녀는 무심한 얼굴로 말했지만 준우가 상자를 쥔 손등을 한번 보았다. 화상 자국과 냉상 자국이 아직 옅게 겹쳐 있었다.

"손은?"

"잔을 들 수는 있습니다."

"들 수 있는 것과 들어도 되는 것은 다릅니다."

준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것은 며칠 동안 자신이 남에게 해 온 말이었다.

내전 문이 열렸다.

독고성은 문턱에 기대어 나왔다. 얼굴은 전날보다 맑았으나 눈 아래에는 잠 못 든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흰 옷자락은 바람도 없는데 발목 언저리에서 천천히 흔들렸다.

그가 앞뜰의 사람들을 한 번 훑고 준우의 상자를 보았다.

"열지 않았군."

"열 이유가 없었습니다."

"열고 싶지는 않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 열었습니다."

독고성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황 주방장이 앞으로 나왔다.

"교주님. 백화전의 원주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보인다."

"그렇다면 그 병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말단 하나가 만든 미완성 술 때문에 백화전의 출입과 재료 장부가 뒤집혔습니다."

준우는 황 주방장을 보았다.

그의 손에는 술독을 오래 다룬 사람 특유의 굳은살이 있었다. 적염마근 인장 문제는 아직 풀리지 않았고 그 의심 하나로 모든 말을 거짓으로 만들 수도 없었다.

"맞습니다. 그래서 확인하지 않은 술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런 자가 어찌 전각을 말합니까?"

독고성이 손을 들었다.

앞뜰이 조용해졌다.

"오늘부터 준영은 백화전주다."

누군가 숨을 삼켰다.

"또한 신교 수석 주향사로 삼는다. 내 잔에 들어갈 술과 물, 향을 이 자가 먼저 본다."

황 주방장의 얼굴이 굳었다.

"교주님, 전각의 직위는 장로회의 재가를 거쳐야 합니다."

"내 잔도 재가를 거치겠느냐."

"그 뜻이 아니라……"

"뜻은 안다."

독고성의 시선이 준우에게 옮겨왔다.

"네가 내 잔을 멈췄다. 그 권한을 이름으로 준다."

준우는 무릎을 꿇지 않았다. 상자를 든 손에 힘만 조금 더 주었다.

"그 권한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설아의 눈썹이 움직였다. 원주들 사이에서 낮은 숨소리가 났다.

"말해라."

"검증되지 않은 술은 교주님께도 올리지 않습니다. 전각의 누구도 제 기록을 건너뛰어 병을 열 수 없습니다. 그리고 빙화주는 제 술이 아니라 백화전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독고성은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술을 원해도?"

"그때도 몸의 반응과 기록이 먼저입니다."

"내 명보다?"

준우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하신 부탁보다 먼저일 수는 없습니다."

독고성의 눈이 깊어졌다.

잠시 뒤 그가 웃었다. 방을 누르던 웃음이 아니었다. 오래 비어 있던 잔을 손에 쥔 사람이 흘릴 법한 짧은 숨이었다.

"좋다. 내 잔을 멈출 권한을 주마. 대신 틀리면 네가 그 이유를 밝혀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황 주방장이 이를 악물었다.

"말로 만든 권한입니다. 병 안에 든 것이 위험하다면 지금 열어 모두가 확인하면 됩니다."

"안 됩니다."

준우는 상자를 마룻바닥에 놓았다. 뚜껑은 열지 않았다. 대신 병입 때 병목을 감쌌던 천련극문수 천을 작은 유리접시에 올렸다.

"병목을 닦은 천입니다. 향이 가장 먼저 닿은 자리죠."

그는 접시 아래에 미지근한 물그릇을 놓고 천 가장자리만 적셨다.

서늘한 어린 과실 향이 가늘게 피어올랐다. 매실 발효액의 산미가 뒤따랐다.

그 다음 순간 향 한가운데가 툭 끊겼다.

없어졌다.

황 주방장이 코를 찡그렸다.

"향이 약한 것뿐이오."

"약하면 가장자리부터 옅어집니다. 이건 가운데가 비었습니다."

준우는 유리침 끝을 천 위로 움직였다. 향이 끊긴 부분에서만 물기가 늦게 말랐다. 다른 자리에는 투명한 막이 남았지만 그 부분은 금세 바싹 마른 채 차가웠다.

"냉기 때문이오."

"그럼 적열마근의 열기에 대면 풀려야 합니다."

석덕이 준비한 이중 접시를 가져왔다. 준우는 바깥 접시에 적열마근 줄기에서 난 잔열만 닿게 했다. 천은 타지 않았다. 향은 더 퍼졌다.

그러나 빈 자리는 그대로였다.

위천이 기록판을 펼쳤다.

"병입 직후 병목 온도는 열여섯 도. 한 식경 뒤 열세 도. 검은 점이 나타난 자리만 열한 도였습니다."

"검은 점?"

저장고 원주가 되물었다.

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병 안에 움직이는 점이 있습니다. 나무 찌꺼기인지 독인지 아직 모릅니다. 그래서 봉인했습니다."

"그걸 숨겼단 말이냐!"

"숨겼다면 교주님 앞에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준우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완성이라고 부르고 누군가에게 마시게 했겠죠."

문칠이 뒤에서 입술을 깨물었다. 병입 때 모래를 나르던 손이 아직도 붉었다.

황 주방장이 손가락으로 준우를 가리켰다.

"무공도 없는 잡역부가 전각의 원주들을 시험하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아닙니다. 술을 시험하겠다는 말입니다."

"사람이 술을 빚는다. 사람을 빼고 무슨 시험을 한단 말이오."

그 말에는 반박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준우는 잠깐 봉인 상자를 보았다. 병 하나를 살리려던 손이 다른 사람의 몸을 시험대에 올릴 뻔했다. 그런 방식으로 만든 직위라면 받지 않는 편이 나았다.

"그래서 사람을 재료로 쓰지 않겠습니다."

준우가 말했다.

"술의 온도와 향, 침전, 기포부터 기록합니다. 누가 마셔야 한다면 그 사람의 체질과 내상부터 읽고 대조주를 둡니다. 중단해야 하면 교주님 앞에서도 중단합니다."

"누가 그 권한을 허락하오?"

"내가 한다."

독고성의 목소리가 앞뜰을 눌렀다.

"그리고 장로회가 확인하고 싶다면 하게 둬라."

황 주방장의 눈빛이 번뜩였다.

"장로회 앞에서 말입니까?"

"그러면 좋겠습니다."

준우가 먼저 받았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장로들은 각자의 맥과 식사, 최근 복용한 약과 술을 숨기지 않습니다. 같은 술을 한 항아리로 따르지 않습니다. 대조주를 두고 한 모금 뒤에는 반드시 멈춥니다."

원주들이 웅성거렸다.

"장로들을 환자 취급하겠다는 것이냐."

"환자가 아니어도 몸은 다릅니다. 화공을 쓰는 사람에게 냉한 술을 강제로 먹이면 병이 됩니다. 술은 직위 높은 사람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마시는 사람에게 맞춰야 합니다."

설아가 준우 옆으로 와 섰다.

"봉인병과 장부는 내가 맡습니다. 수석 주향사의 절차를 어기는 자는 교주 명을 어기는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독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해질 무렵 장로회를 열어라."

앞뜰 끝에서 종이 울렸다.

원주들이 물러날 때 황 주방장은 준우 앞에만 멈췄다.

"장로들의 잔은 천마의 잔보다 가볍지 않소."

"그래서 더 천천히 따르겠습니다."

황 주방장은 대답하지 않고 돌아섰다.

설아가 봉인 상자를 들었다.

"하루면 준비하겠습니까?"

"장로 수만큼 술을 빚지는 못합니다."

"그럼 무엇을 할 겁니까?"

준우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내전 앞뜰 한쪽에는 원주들이 두고 간 찻잔과 물잔이 아직 남아 있었다. 잔마다 물의 높이가 달랐다. 어떤 잔에는 손가락 두 마디만 한 물이 남았고 어떤 잔은 바닥까지 비어 있었다.

그는 저장고 원주가 쥐었던 잔을 먼저 집었다. 잔 가장자리에 희미한 기름막이 남았다. 아침부터 진한 골수탕을 먹은 사람의 잔이었다. 그 위로 쑥을 달인 쓴 냄새가 얹혀 있었다.

"장로회에 누구를 부르는지 아십니까?"

설아가 물었다.

"아직은 이름만 들었습니다."

"그 이름만으로 술을 맞추겠다는 겁니까?"

"이름으로는 못 맞춥니다."

준우는 잔을 빛에 비췄다.

"그러니 지금부터 묻겠습니다. 각 장로가 어느 전각에서 밥을 먹는지, 밤마다 무슨 약을 달이는지, 누가 물 대신 술을 마시는지요. 마시기 전에 먹은 것까지 알아야 술을 멈출 수 있습니다."

설아의 시선이 잠깐 차가워졌다.

"그건 장로들의 사생활입니다. 쉽게 내놓지 않을 겁니다."

"그럼 잔을 들지 않아도 됩니다."

"그들이 그 말을 받아들일까요?"

"받아들이지 않겠죠. 그래서 잔부터 보려는 겁니다."

준우는 다른 잔을 집었다. 잔 바닥에는 맑은 물 자국만 남았지만 가까이 대자 차가운 철 냄새가 났다. 물을 마신 뒤에도 속을 태우는 내상을 가진 사람이 남기는 냄새였다.

그는 두 잔을 나란히 놓았다.

"한 사람에게는 산미가 약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칼이 됩니다. 장로들이 제 직위를 시험한다면 저도 그들의 잔이 사람을 해치지 않는지 시험해야 합니다."

설아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 소매에서 작은 열쇠 꾸러미를 꺼냈다. 봉인함의 열쇠와 장부방의 열쇠, 내전 약재고의 열쇠가 서로 다른 끈에 묶여 있었다.

"장부방은 한 시진만 열겠습니다. 필요한 것을 적으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확인합니다."

"왜 도와주십니까?"

"교주께서 권한을 주셨으니까요."

그녀는 말을 끊었다가 낮게 덧붙였다.

"그리고 당신이 멈추지 않으면 누군가는 죽을 테니까."

준우는 열쇠를 받지 않았다. 대신 설아가 연 장부방 문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직위는 문을 여는 열쇠가 아니었다.

열린 문 앞에서 어느 선까지 들어갈지 결정해야 하는 책임이었다.

준우는 원주들이 남기고 간 빈 잔들을 보았다.

같은 잔이라도 누구의 손에 들리느냐에 따라 독이 되거나 약이 됐다.

"먼저 잔을 든 사람들을 읽겠습니다."

그는 봉인 상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상자 안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병목의 무향 점이 유리를 긁는 소리였다.

장로회에는 술보다 먼저 꺼내야 할 것이 있었다.

각자의 몸에 오래 묻어 있던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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