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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18화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18화 첫 번째 병입

독 안쪽에서 난 금은 머리카락보다 가늘었다.

그런데 냄새는 거기서 먼저 새어 나왔다.

차가운 향은 위로 도망쳤고 적열마근에서 온 열기는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서로 밀어내는 두 기운 사이에서 술덧은 조용히 부풀었다.

끓는 소리도 없었다.

거품도 크지 않았다.

그 침묵 때문에 더 위험했다.

"모두 뒤로."

준영이 병입대 앞에 손을 들었다.

석덕이 먼저 물러섰고 위천이 기록판을 끌어안은 채 한 걸음 늦었다. 문칠은 물통을 들고 있다가 다아의 눈짓을 받고서야 발을 뗐다.

"쏟아 버립니까?"

다아가 물었다.

"쏟으면 더 빨리 번집니다."

준영은 독에 얼굴을 가까이 대지 않았다. 대신 코끝에서 한 뼘 떨어진 공기를 읽었다.

냄새는 세 겹이었다.

맨 위에는 어린 과실 같은 서늘한 향이 있었다. 가운데에는 매실 발효액이 만든 가는 산미가 있었다. 바닥에는 적열마근의 매운 뿌리 냄새가 가라앉아 있었다.

그 셋이 술 안에서 섞인 것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출구를 찾는 중이었다.

"술이 상한 게 아닙니다. 아직 자기 자리를 못 찾은 겁니다."

"자리라니요?"

문칠이 물었다.

"향은 병목으로 먼저 빠지고 싶어 합니다. 열기는 바닥을 잡고 버티고요. 냉기는 둘 사이에서 찢어지고 있습니다."

다아의 검집이 병입대 옆으로 내려갔다.

"그럼 멈추는 게 맞지 않습니까?"

"멈추면 향이 먼저 죽습니다. 지금 병입하지 않으면 남는 건 매운 물뿐입니다."

석덕이 독의 아래쪽을 보았다. 금 끝에서 붉은 빛이 이빨처럼 돋고 있었다.

"전부 옮길 수는 없습니다."

"전부 옮기지 않습니다."

준영은 벌림 대수나무 마개를 집었다. 전날 밤까지 모래 속에 묻어 숨을 죽인 마개였다. 석덕이 그것을 보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아직 덜 말랐습니다."

"그래서 씁니다. 완전히 마른 마개는 지금 열기를 튕깁니다."

준영은 천련극문수로 씻어 둔 병을 가리켰다.

"첫 병만 합니다. 나머지 옹기는 건드리지 말고 모래 둑으로 격리하십시오."

"하나만 살리면 나머지는 버리는 겁니까?"

"하나도 못 살리면 전부 버리는 겁니다. 하나를 살려야 나머지를 왜 잃었는지도 압니다."

대답은 짧았다.

그 말에 작업장 안이 조용해졌다.

문칠이 모래 포대를 끌어왔다. 위천은 손이 떨리는 와중에도 병입대와 독 사이 거리를 적었다. 석덕은 마개 세 개를 골라 병 옆에 나란히 놓았다.

준영은 병을 병입대 가운데 세웠다.

병 안에는 물기 한 방울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천련극문수가 지나간 흔적이 유리 안쪽을 아주 희게 식혀 놓았다.

그는 작은 대나무 관을 독 옆에 꽂았다.

관 끝이 술덧에 닿기 직전 다아가 손목을 잡았다.

"균열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독 바닥의 금이 조금 더 길어졌다.

붉은 기운이 금 끝에서 흔들렸다.

준영은 관을 더 깊이 넣지 않았다. 향이 모인 윗부분만 살짝 건드렸다.

첫 방울이 관 안으로 들어왔다.

맑지 않았다.

붉지도 않았다.

빛을 머금은 흰 안개가 액체 속에 얇게 섞여 있었다.

위천이 숨을 삼켰다.

"마셔도 되는 겁니까?"

"아직 술도 아닙니다."

준영은 병 입구 위에 손을 얹었다.

"향 먼저."

대나무 관이 아주 천천히 기울었다. 첫 줄기가 병 안쪽 벽을 타고 내려갔다. 그 순간 병목에서 흰 김이 올랐다.

향이 도망치려 했다.

다아가 즉시 검을 반쯤 뽑았다.

"베겠습니다."

"베지 말고 막으십시오."

"같은 말 아닙니까?"

"다릅니다. 자르면 향이 죽습니다. 길만 좁히십시오."

다아의 검이 병목 옆 공기를 가로질렀다. 칼날은 병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병목 위로 오르던 흰 김이 얇은 벽에 막힌 듯 안쪽으로 접혔다.

준영은 그 틈에 두 번째 줄기를 흘렸다.

이번에는 냉기가 들어갔다.

병 안의 술빛이 잠시 푸르게 죽었다. 차가움이 향을 붙잡았다. 병벽에 가는 물무늬가 생겼고 곧 사라졌다.

"문칠. 바닥 모래."

문칠이 준비해 둔 모래를 병입대 아래에 얇게 뿌렸다.

"위천. 병목 온도."

"차갑습니다. 너무 차갑습니다. 조금 더 식으면 금이 갑니다."

"석덕. 두 번째 마개는 빼십시오. 숨이 막혔습니다."

석덕이 놀라 마개를 들어 냄새를 맡았다. 곧 얼굴이 굳었다.

"안쪽이 탁합니다."

"첫 번째."

석덕이 벌림 대수나무 마개를 손에 들었다. 그의 손바닥에 땀이 맺혔다.

준영은 마지막 관을 잡았다.

적열마근 계열의 열기는 관 안으로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그것은 액체라기보다 뿌리였다. 보이지 않는 줄기를 병입대 바닥에 박아 놓고 버텼다.

"이놈이 술을 만드는 게 아니라 술을 붙잡고 있었군."

준영이 낮게 중얼거렸다.

다아의 얼굴이 굳었다.

"제 몸에서 움직이는 것과 닮았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누르겠습니다."

다아가 왼손을 병목 위로 올렸다.

준영이 바로 막았다.

"진기 넣지 마십시오."

"그럼 병이 깨집니다."

"사람을 태워서 살린 병은 술이 아닙니다."

다아의 눈이 흔들렸다. 분노인지 당혹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저는 도구가 아닙니다. 제가 선택하면 됩니다."

"그래서 말리는 겁니다. 선택을 잃고 난 뒤에도 몸은 값을 받습니다."

준영은 그녀의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 대신 병목 옆 허공을 가리켰다.

"진기를 붓지 말고 길만 끊으십시오. 열이 당신을 먹지 못하게."

다아는 잠시 그를 보았다.

그리고 검을 완전히 뽑지 않은 채 칼집 끝으로 바닥의 공기를 눌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이 생겼다.

적열마근의 열기가 그 선 앞에서 움찔했다. 곧 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준영은 바로 관을 기울였다.

세 번째 줄기가 병 안으로 들어갔다.

병이 울었다.

소리는 아주 낮았다. 멀리서 종을 천으로 감싸 때린 듯한 울림이었다.

병목 안쪽에 흰 향이 말려 내려가고 붉은 열기가 그 뒤를 물었다. 푸른 냉기는 둘 사이를 가르며 아주 얇은 층을 만들었다.

"마개."

석덕이 마개를 건넸다.

준영은 바로 막지 않았다.

한 번 식혔다.

병목을 천련극문수 적신 천으로 감싸고 숨을 셋 세었다.

한 번 데웠다.

적열마근 줄기에서 올라온 잔열을 병목 바깥에 스치게 했다.

다시 식혔다.

이번에는 다아의 검집이 병목 위 공기를 누르고 준영의 손이 마개를 밀었다.

벌림 대수나무가 병 안으로 아주 조금 들어갔다.

삐걱.

마개가 울었다.

석덕이 이를 악물었다.

"더 밀면 깨집니다."

"덜 밀면 샙니다."

준영은 손가락 끝에 힘을 더했다.

마개가 멈췄다.

그 순간 병 안의 향이 한꺼번에 아래로 가라앉았다. 붉은 열기는 위로 치솟았다가 병목 바로 밑에서 멈췄다. 푸른 냉기가 그 둘을 가늘게 감았다.

병은 깨지지 않았다.

아무도 바로 숨을 쉬지 못했다.

위천이 가장 먼저 기록판을 내려다보았다.

"첫 병입 완료."

그 말은 선언이라기보다 확인에 가까웠다.

문칠이 주저앉듯 모래 위에 손을 짚었다.

"살았습니까?"

준영은 병을 들지 않았다.

"병은 살았습니다."

"술은요?"

"그건 아직 모릅니다."

그는 병입대 왼쪽에 빈 상자를 밀어 놓았다. 안쪽에는 천련극문수에 적신 천이 깔려 있었다.

"첫 병은 봉인 상자에 넣습니다. 나머지 옹기는 모래 둑 밖으로 내지 마십시오. 비교군으로 남깁니다."

"비교군이라면 다시 병입합니까?"

석덕이 물었다.

"아닙니다. 오늘은 안 합니다. 지금 남은 술덧은 병입 대상이 아니라 원인입니다."

다아가 병목을 보았다. 그녀의 입술에서 피가 조금 배어 나왔다. 아까 진기를 붓지는 않았지만 열기와 마주 선 것만으로도 내상이 흔들린 듯했다.

준영은 곧바로 천련극문수를 탄 물잔을 내밀었다.

"마시지 말고 입만 적시십시오."

"저는 괜찮습니다."

"괜찮다는 말은 기록에 도움이 안 됩니다."

다아는 반박하려다가 잔을 받았다.

그때 병목 안쪽에서 아주 작은 검은 점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나무 마개의 그림자처럼 보였다. 그러나 점은 마개에 붙어 있지 않았다. 병 안쪽 유리면에서 느리게 움직였다.

말 모양처럼 보이는 작은 먹물 자국이었다.

그것이 움직이는 자리에서 냄새가 사라졌다.

향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빈 곳이 생겼다. 과실 향도 산미도 적열마근의 매운 뿌리 냄새도 그 점 주위에서는 아주 얇게 잘려 나갔다.

준영의 표정이 식었다.

"격리."

석덕이 놀라 병을 보았다.

"성공한 것 아닙니까?"

"그래서 격리합니다."

"왜요?"

"성공한 병에 원인을 모르는 것이 들어 있으면 실패한 병보다 위험합니다."

다아가 검집을 다시 쥐었다.

"천마께 올리지 않겠다는 뜻입니까?"

"올리지 않습니다."

준영은 병목의 검은 점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 술은 천마의 몸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제 눈을 통과해야 합니다."

문칠이 봉인 상자의 뚜껑을 가져왔다.

준영은 병을 직접 들었다. 병 안의 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검은 점만 아주 느리게 병목 안쪽을 긁었다.

향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았다.

대신 그 작은 점 주위에서만 냄새가 사라지고 있었다.

첫 병은 완성됐다.

그리고 아직 아무에게도 마실 수 없는 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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