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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16화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16화: 술독 속의 밀서

붙잡힌 자는 실패보다 입을 여는 일을 두려워했다.

준우는 포로를 술성의 폐쇄 시험실로 옮겼다.

회색 독분이 든 통은 젖은 천째 밀봉했다. 남은 옥갑과 검은 독환, 금표, 밀서는 서로 다른 상자에 넣었다.

한곳에 두면 냄새도 증거도 섞인다.

장덕과 위철, 노칠에게는 모든 통의 마개와 바닥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원주를 맛보지는 마십시오. 물기, 판재, 밀랍만 봅니다.”

장덕은 네 번째 통을 완전히 비운 뒤 판재를 한 장씩 걷어 냈다. 위철은 배수 홈의 젖은 천을 집게로 들어 옹기 안에 봉했다. 노칠은 독분을 가둔 통에서 가장 먼 곳부터 원주의 양과 침전 높이를 적었다.

새로 열린 통은 없었다.

독분이 닿은 것도 역함정으로 쓴 빈 통뿐이었다.

장덕이 생삼나무 판재를 내려놓았다.

“우리가 만든 술은 살았소.”

“사람도 아직은 살아 있습니다.”

준우가 폐쇄 시험실을 보자 장덕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군.”

“알아내고 정하겠습니다.”

설아가 포로의 무릎 뒤를 차 꿇렸다.

“본산으로 압송한다.”

“지금 움직이면 연락선이 끊깁니다.”

“교주를 죽이러 온 자다.”

“그래서 누가 보냈는지 알아야 합니다.”

포로는 웃지 않았다. 맹 자가 남은 밀서를 볼 때만 목덜미에서 식은땀 냄새가 짙어졌다.

무림맹을 믿는 사람의 반응이 아니었다.

준우는 그의 장화를 벗겼다.

바닥 홈에 술성의 검은 돌가루가 끼어 있었다. 그 아래에는 누런 모래와 가느다란 주황빛 섬유가 눌려 있었다.

손톱으로 긁자 마른 귤껍질 향이 났다.

북부 폐광에는 귤나무가 없었다.

밀서의 먹에서도 같은 향이 아주 옅게 섞여 있었다. 마른 꽃과 아교 냄새 아래 감춰진 흔적이었다.

금표를 감쌌던 볏짚에도 강가의 눅눅한 흙내와 귤 향이 배어 있었다.

서로 다른 물건 셋이 같은 곳을 가리켰다.

“서쪽으로 들어왔군요.”

포로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묶인 손가락이 한 번 오므라들었다.

준우는 세 잔을 놓았다.

첫 잔에는 물을 담았다.

두 번째는 매실 발효액을 물에 묽게 풀었다.

세 번째에는 장화에서 떼어 낸 귤껍질 한 조각을 따뜻한 물에 띄웠다.

“독을 먹일 생각은 없습니다.”

“마교도의 말을 믿으라고?”

처음 나온 온전한 문장이었다.

“믿지 않아도 됩니다. 향은 이미 기억하고 있으니까.”

준우가 첫 잔을 코앞에 댔다. 반응이 없었다.

매실 향에도 포로의 숨은 일정했다.

세 번째 잔이 가까워지자 숨 사이가 짧아졌다. 시선은 잔이 아니라 닫힌 문 쪽으로 향했다.

그 향이 나는 곳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일을 두려워했다.

“서쪽 교역소에서 접선했습니까?”

포로의 입술이 다물렸다.

“강모래가 묻은 장화로 곧장 산을 올랐고 밀서에는 귤껍질로 표식을 남겼습니다. 연락책은 술성 안까지 들어오지 않았겠죠.”

설아가 검집을 포로의 어깨에 얹었다.

무게가 조금씩 늘었다.

“이름.”

포로의 무릎 아래 돌바닥이 갈라졌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독환을 깨물 때보다 오래 버텼지만 끝내 고개가 내려갔다.

“진소백.”

“소속.”

“무림맹 외당.”

설아의 검집이 멈췄다.

외당은 이름 없는 정보원과 운반책이 모이는 말단 조직이었다. 그가 맹의 이름을 댔다고 해서 맹주가 독살을 명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누가 명했지?”

“모른다.”

검집이 다시 무거워졌다.

진소백의 어깨가 내려앉았다.

“정말 모릅니다. 얼굴도, 이름도. 매달 서쪽 교역소의 방이 바뀌었습니다.”

준우가 물었다.

“그런 자가 무림맹 사람이라는 건 어떻게 압니까?”

진소백은 대답하지 못했다.

반쪽 인장과 암호문.

그에게도 증거는 그것뿐이었다.

준우는 금표를 천 위에 펼쳤다.

매수금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했다. 금속 냄새 사이에 눅눅한 볏짚과 쓴 약재 냄새가 배어 있었다.

금표 한 장의 모서리에는 붉은 실이 짧게 끼어 있었다. 실 끝은 서툰 나비 모양으로 묶였다.

어른이 물건을 봉하는 매듭이 아니었다.

진소백이 처음으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만지지 마라.”

설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금보다 귀한가 보군.”

준우는 그의 소매 안쪽을 살폈다. 솔기를 뜯자 접어 둔 빈 약봉지가 나왔다.

종이에는 여섯 개의 먹점이 찍혀 있었다. 가장 오래된 점은 습기를 먹어 번졌고 마지막 점만 또렷했다.

약봉지의 쓴 냄새가 금표에 밴 냄새와 같았다.

“한 달마다 하나씩 받았습니까?”

진소백의 완강하던 얼굴에 금이 갔다.

“누가 먹는 약입니까?”

“…….”

“당신은 아닙니다. 독환을 물고 뛰는 사람에게 이렇게 순한 해열약을 주지는 않을 테니까.”

그는 무림맹을 위해 죽으려 한 게 아니었다.

누군가 살아 있게 하려고 죽으려 했다.

“아이입니까?”

진소백이 고개를 들었다.

그 눈빛만으로 답은 충분했다.

“딸이 일곱입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겨울마다 폐병을 앓소. 아내와 아이를 서쪽 교역소 객점에 데려갔습니다. 명을 하나 끝낼 때마다 약봉지를 보냈소. 붉은 실은 아이가 묶은 겁니다. 살아 있다는 뜻으로.”

“어느 객점이지?”

“모릅니다. 알아내려 한 달에는 약이 오지 않았소.”

설아가 차갑게 말했다.

“그 말을 믿고 교주의 목숨을 걸 수는 없다.”

“알고 있습니다.”

진소백은 눈을 감았다.

“내가 한 짓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오. 이 술을 교주가 마셨다면 몇이 죽었을지 나도 압니다.”

그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러니 죽이시오. 내일 자정까지 보고가 없으면 어차피 셋 다 죽소.”

“내일?”

준우가 물었다.

“귤껍질을 매단 서쪽 강변 수레에 밀서를 넣소. 자정이 지나 수레가 떠나면 연락은 영영 끊깁니다.”

본산으로 압송해 심문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준우는 밀서와 금표를 번갈아 봤다.

살기 위해 처음 천마의 잔을 고쳤던 자신과 가족을 살리기 위해 독을 들고 온 진소백.

목을 조른 손은 비슷했다.

그러나 선택은 달랐다.

“죽이지 않겠습니다.”

설아가 준우를 보았다.

“풀어 주겠다는 말이면 네가 먼저 죽는다.”

“풀어 주는 게 아닙니다. 돌려보내는 겁니다.”

준우는 네 번째 통에서 빼 둔 생삼나무 판재를 가져왔다.

독분을 넣었던 자라면 그 흔적을 알아볼 터였다. 반대로 접선자는 독이 실제 천마의 잔에 들어갔는지 곧장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독을 넣었고 사흘 뒤 교주께 올린다고 보고하십시오.”

진소백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자가 믿을 것 같소?”

“믿게 할 흔적을 만들 겁니다. 다만 성공했다고 하지는 마십시오.”

독살이 끝났다고 하면 상대는 천마의 상태를 확인하려 들 것이다.

아직 잔에 들어갔다고만 해야 접선자는 기다린다.

설아가 물었다.

“그사이 도망가면?”

“가족을 두고 도망갈 사람이라면 독환을 깨물지도 않았을 겁니다.”

“정은 보증이 아니다.”

“그래서 추적은 호법께 부탁드리는 겁니다.”

설아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보고 기한은 내일 자정.

진소백을 놓치면 가족도 연락선도 사라진다. 지금 죽이면 배후는 다른 손을 살 것이다.

그녀는 진소백의 뒷목에 손가락을 대고 미세한 냉기를 흘렸다. 살갗 아래로 푸른 점 하나가 번졌다가 사라졌다.

“사흘 동안은 찾을 수 있다.”

냉기를 거둔 설아의 입술이 잠깐 창백해졌다. 그녀는 명치 아래를 누르려던 손을 내리고 곧장 검을 잡았다.

“가족의 생존만 확인해라. 접선자를 쫓거나 독을 더 만지면 그 자리에서 벤다.”

진소백이 마른침을 삼켰다.

준우는 작은 시험 잔에 묽은 원주를 따랐다. 긴 집게로 회색 독분 한 알갱이만 떼어 넣었다.

맛보지 않았다.

잔을 흔들지도 않았다.

가루는 물에서보다 빠르게 술 아래로 가라앉았다. 바닥에는 바늘 끝만 한 검은 침전이 남았다.

생판재 조각을 잠깐 담갔다 빼자 송진 향 아래 쇠를 말린 냄새가 얇게 붙었다. 독분 원본은 다시 봉하고 판재만 밀랍 천으로 감쌌다.

진소백이 냄새를 확인했다.

“같소.”

설아는 판재의 갈라진 결 안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냉기를 심었다.

준우가 판재를 건넸다.

“첫째, 가족이 살아 있는지 직접 확인하십시오. 둘째, 접선자의 얼굴을 보려 하지 마십시오. 셋째, 받은 물건은 열지 말고 가져오십시오.”

“가족이 살아 있으면 그대가 시키는 보고를 하겠소.”

진소백은 판재를 받지 않은 채 말했다.

“죽었으면?”

“연락 장소만 남기고 돌아오십시오.”

“도망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소?”

“그러면 호법이 먼저 찾을 겁니다.”

설아의 시선이 대답을 대신했다.

진소백은 그제야 판재를 품에 넣었다.

“살아 있다면 돌아오겠소. 내 죄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니 일이 끝나면 처분도 받겠소.”

“당신을 용서한 게 아닙니다.”

준우는 밀봉된 독분 통을 보았다.

“당신이 죽으면 명령한 자는 다른 손을 삽니다. 이번에는 그 손을 따라갈 겁니다.”

진소백의 결박이 풀렸다.

옛 운반 갱도의 어둠이 그를 삼켰다.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설아는 입구를 바라봤다.

“배신하면 벤다.”

“그 전에 가족부터 찾아야 합니다.”

준우는 시험 잔으로 돌아왔다.

바닥에 가라앉았던 검은 침전이 그대로였다.

그때 설아의 손끝에 남은 냉기가 잔 가까이를 스쳤다.

침전이 가늘게 떨렸다.

그리고 거꾸로 떠올랐다.

술 표면에 닿은 검은 점들이 냉기를 피해 붉은 원주 안쪽으로 모였다.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독이 아니었다.

기운을 찾아 달라붙는 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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