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14화: 벼락을 가두는 통
쩍.
밤새 금이 자랐다.
그슬린 적양포를 담은 항아리 옆면에서 붉은 즙이 한 방울씩 배어 나왔다.
위철이 받침을 덧댔지만 냉기문이 열릴 때마다 금은 손톱 한 마디씩 길어졌다.
“다른 항아리로 옮기면 또 같습니다.”
준우는 바닥에 놓인 두 나무를 보았다.
검붉은 고대 삼나무.
검은 벼락 자국이 마디를 가로지른 대나무.
다음 날 아침, 백화전의 기물 수리를 맡던 목수 장덕이 술성에 들어왔다.
설아는 그의 공구함부터 열었다. 톱과 대패, 끌의 수를 확인한 뒤 출입 장부에 하나씩 적었다.
장덕이 혀를 찼다.
“나무 깎으러 온 사람에게 칼잡이 검문이라니.”
“술성 안에서는 나무 조각 하나도 기록한다.”
“목수더러 톱밥까지 세라는 말이오?”
설아의 시선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필요하면.”
장덕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나무 앞에 앉자 다시 목소리가 커졌다.
“통이라면 대나무요. 속을 파고 마디만 살리면 물 한 방울 새지 않소.”
위철이 고대 삼나무를 두드렸다.
“이건 광산 버팀목으로 백 년을 견딘 나무다. 대나무 따위와 같나.”
“버팀목에 술을 부어 마시시오?”
“그 대통에는 벼락이나 담아 마시고?”
준우는 두 사람 사이에 작은 잔 여섯 개를 놓았다.
“둘 다 잘라 주십시오.”
“어느 쪽으로 통을 만들 건데?”
“그걸 알아보려고 자르는 겁니다.”
고대 삼나무와 벼락 대나무를 얇게 켰다.
첫 조각은 미지근한 물에 담갔다. 두 번째는 뜨거운 물에 세 번째는 완숙 적양포 원주를 물에 묽힌 잔에 넣었다.
반 각 뒤부터 차이가 났다.
삼나무를 담근 뜨거운 물에서는 송진 향이 코를 찔렀다. 원주를 머금은 조각을 혀끝에 대자 쓴맛이 달고 무른 과실 향까지 덮었다.
노칠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걸로 통을 짜면 술이 아니라 나무즙이 되겠습니다.”
벼락 대나무 쪽은 달랐다.
불에 그은 냄새 뒤로 쇠붙이 같은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 혀를 찌르는 힘은 적양포의 화기를 짧게 끊었지만 끝에 재를 씹은 듯한 맛이 남았다.
준우가 젖은 조각을 등잔에 비췄다.
검은 벼락 자국을 따라 머리카락보다 가는 틈이 벌어져 있었다.
“둘 다 그대로는 못 씁니다.”
장덕의 수염이 씰룩였다.
“그러면 사람은 왜 불렀소?”
“못 쓰는 이유를 고쳐 달라고 불렀습니다.”
준우는 삼나무 조각의 표면을 긁었다.
오래된 겉면을 벗기자 송진 향이 더 짙어졌다. 충분히 말리지 않은 속살이었다.
“삼나무는 술을 담을 몸통으로 씁니다. 다만 생나무 향을 걷어 내야 합니다.”
이번에는 벼락 대나무를 휘었다.
실금은 벌어졌지만 섬유 자체는 질겼다. 두 겹으로 돌리자 부러지지 않고 삼나무 조각을 단단히 죄었다.
“대나무는 바깥에서 통을 조입니다. 술에 직접 닿는 건 아주 작은 시험편만 남깁니다.”
장덕이 코웃음 쳤다.
“쇠테도 없이 나무판을 대나무로 묶겠다고?”
“벼락의 기운이 적양포 열을 어떻게 흘리는지 봐야 합니다.”
“안 되면?”
준우는 금이 간 항아리 아래 받침을 바꿨다.
“왜 안 됐는지 적고 다시 합니다.”
첫 통은 해가 기울기 전에 모양을 갖췄다.
장덕은 삼나무 판을 길게 켜고 뜨거운 증기에 쪄 휘었다. 위철은 벼락 맞은 마디 중 갈라진 부분을 잘라 내고 온전한 섬유만 길게 뽑았다.
두 사람은 계속 다퉜다.
판재가 얇다.
테가 굵다.
밑판의 결이 맞지 않는다.
그래도 손은 쉬지 않았다.
노칠이 완숙 원주 한 바가지를 가져왔다.
“좋은 것부터 넣습니까?”
“마른 나무 틈을 불리고 빠져나오는 향을 먼저 볼 겁니다. 아직 좋은 술은 아닙니다.”
준우는 먼저 물을 채웠다.
새는 곳이 없었다.
물을 비우고 완숙 원주를 절반쯤 부었다. 미온풍 구역에서도 통은 버텼다.
위철이 웃었다.
“봐라. 백 년 묵은 나무라 했지.”
네 사람이 통을 중앙 냉기 굴로 옮겼다.
냉기문을 한 눈금 여는 순간, 대나무 테가 낮게 울었다.
끼익.
바닥 가장자리에 붉은 방울 하나가 맺혔다.
한 방울.
두 방울.
곧 가는 줄기가 되어 흘렀다.
설아가 손을 들었다. 손끝에 맺힌 서리가 통의 틈으로 향했다.
준우가 그 앞을 막았다.
“얼려 막으면 녹을 때 더 크게 벌어집니다.”
설아의 입술은 이미 희었다. 차가운 굴에서 공복으로 냉공까지 쓰면 명치 통증이 다시 올라올 터였다.
준우는 준비해 둔 따뜻한 물병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이건 검으로 해결할 일이 아닙니다.”
설아가 물병과 준우를 번갈아 보았다.
“누가 검을 쓴다고 했지?”
손끝의 서리는 사라졌다.
“먼저 원주부터 받겠습니다.”
준우는 새는 통 아래 그릇을 밀어 넣었다. 장덕과 위철이 통을 기울이고 노칠이 원주를 받아 냈다.
손등을 타고 붉은 즙이 흘렀다.
장덕의 얼굴이 굳었다.
“내 통이 샜소.”
“우리 통입니다.”
준우는 젖은 판재 사이에 얇은 종이를 밀어 넣었다.
위쪽 틈에는 종이가 들어가지 않았다. 아래쪽은 손가락 한 마디만큼 깊이 들어갔다.
같은 두께로 깎은 판재도 마른 정도가 달랐다. 냉기를 먹자 덜 마른 아래쪽 판재가 더 크게 오그라들었다.
대나무 테도 따뜻한 제작 구역에서는 조여들었지만 냉기 안에서는 힘이 풀렸다.
“통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준우가 풀린 테를 가리켰다.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였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판재를 겉만 말렸다.
준우의 판단이었다.
“전부 풉니다.”
장덕이 물었다.
“시험 원주는 계속 익고 있는데 며칠씩 나무를 말릴 수 있소?”
“며칠을 아끼려다 원주 전부를 바닥에 쏟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첫 통을 해체했다.
판재를 다시 같은 두께로 밀었다. 뜨거운 증기를 고르게 먹인 뒤 미온풍이 드는 선반에 간격을 두고 세웠다.
노칠은 판재마다 처음 무게를 적었다. 한 시진마다 다시 달아 수분이 빠지는 정도를 맞췄다.
대나무 테는 불에 직접 굽지 않았다.
위철이 뜨거운 모래를 담은 긴 홈을 팠다. 장덕은 그 안에 대나무를 묻어 천천히 돌렸다.
“광산에서 젖은 밧줄 말리던 방법이오.”
장덕이 대나무를 꺼내 휘어 보았다.
“성질 급한 돌쟁이도 쓸 만한 걸 아는군.”
“나무쟁이 손으로 확인해야 믿겠나?”
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웃지 않았지만 말끝의 날은 무뎌졌다.
준우는 마른 삼나무 판재 안쪽에 불을 댔다.
첫 판은 불꽃이 스치자마자 뗐다. 생송진의 날카로운 향만 줄었다.
두 번째 판은 표면이 옅은 갈색이 될 때까지 구웠다. 고소한 나무 향과 마른 약초 같은 떫은 향이 났다.
세 번째는 더 오래 불을 먹였다.
표면이 검게 부풀었다 가라앉자 그 아래에서 연기와 함께 엷은 단내가 올라왔다.
노칠이 세 판의 향을 차례로 맡았다.
“한 통에 같은 나무를 쓰는 게 아니었습니까?”
“원주가 다르니까요.”
덜 익은 적양포 원주는 산미가 날카로웠다. 강하게 그은 판재에 닿으면 탄 맛과 신맛이 서로 싸울 터였다.
완숙 원주는 달지만 향을 붙잡을 뼈대가 약했다. 중간 불로 구운 판재의 떫은 성질이 필요했다.
그슬린 원주는 화기와 탄내가 거칠었다. 강하게 구운 면을 일부 섞어 향의 방향을 하나로 모아야 했다.
“나무 향으로 나쁜 맛을 덮는 게 아닙니다.”
준우는 판재 세 장에 서로 다른 먹표를 남겼다.
“각 원주에 없는 부분만 빌립니다.”
두 번째 통은 판재의 위치까지 장부에 그렸다.
장덕이 판을 맞췄다. 위철은 뜨거운 모래에서 꺼낸 대나무 테를 두 겹으로 돌렸다.
첫 통에서 가장 크게 벌어졌던 밑판에는 결을 엇갈리게 댔다.
노칠이 완숙 원주를 천에 적셔 안쪽을 얇게 닦았다. 틈은 천천히 불었고 과한 송진 향은 천에 묻어 나왔다.
이번에는 물을 채운 채 냉기문을 열었다.
한 눈금.
반 각을 기다렸다.
다시 한 눈금.
대나무 테의 검은 벼락 자국을 따라 차가운 기운이 번졌다. 테는 낮게 울었지만 풀리지 않았다.
세 번째 눈금에서 설아가 바닥에 손가락을 댔다.
“마르다.”
그제야 물을 비웠다.
세 종류의 작은 시험 통도 같은 방식으로 채웠다.
덜 익은 원주에는 약하게 구운 판재를 썼다.
완숙 원주에는 중간 불 판재를 넣었다.
그슬린 원주 통에는 강하게 구운 판재 하나와 손톱 크기의 벼락 대나무 시험편을 매달았다.
대나무가 술에 오래 닿아 재 맛을 내기 전에 꺼낼 수 있도록 실 끝은 마개 밖에 묶었다.
그슬린 원주가 들어가자 통 표면의 온기가 빠르게 올랐다.
기포가 굵어졌다.
위철이 냉기문을 더 열려 했다.
“한 번에 열면 첫 통과 같습니다.”
준우는 기포 사이의 간격을 셌다.
열 번 숨을 쉬는 동안 여섯 번.
다섯 번.
네 번.
기포가 줄어든 뒤에야 냉기문을 한 눈금 더 열었다.
대나무 테가 짧게 떨렸다.
뚝.
노칠이 바닥을 내려다봤다.
붉은 물은 없었다.
통 안에서 기포 하나가 터진 소리였다.
한 시진이 지나도 바닥은 말라 있었다.
준우는 세 시험 통에서 한 모금씩 덜었다.
덜 익은 원주는 여전히 셨다. 다만 혀를 찌르던 끝이 삼나무의 서늘한 향 뒤로 짧아졌다.
완숙 원주는 중간 불 판재의 약한 떫은맛을 얻었다. 물처럼 퍼지던 단맛이 입안 한가운데 모였다.
마지막으로 그슬린 원주를 맡았다.
탄내 아래 숨어 있던 검붉은 과실 향이 먼저 올라왔다. 목을 긁던 화기는 줄었고 불에 구운 삼나무 향이 길을 이어 주었다.
준우는 즉시 대나무 시험편을 빼냈다.
재 맛이 번지기 전이었다.
세 잔을 한 방울씩 합쳤다.
산미가 단맛을 세웠다. 완숙 원주의 부드러운 과실 맛이 가운데를 채우고, 그슬린 향이 짧고 깊게 남았다.
완성된 술은 아니었다.
그래도 서로 싸우던 세 원주가 처음으로 같은 방향을 보았다.
장덕이 물었다.
“이제 됐소?”
“첫 통은 됐습니다.”
“첫 통?”
“같은 결과를 다음 통에서도 내야 합니다.”
장덕은 욕을 삼키는 얼굴로 새 판재를 집었다.
“먹표부터 다시 알려 주시오.”
위철은 말없이 뜨거운 모래를 고르게 폈다.
노칠은 원주의 양과 기포 간격을 장부에 적었다.
술성에 항아리 대신 나무 통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불을 먹인 정도도, 판재의 위치도, 대나무 테를 감은 횟수도 모두 기록됐다.
삼나무는 술에 향과 떫은 뼈대를 주었다.
벼락 대나무는 냉기와 열기 사이에서 통을 죄었다.
항아리는 술을 가뒀다.
새 통은 술과 함께 숨을 쉬었다.
그날 밤, 준우는 냉기 굴을 마지막으로 돌았다.
통마다 마개와 먹표, 바닥의 물기, 대나무 매듭을 확인했다.
네 번째 통 앞에서 발이 멈췄다.
강하게 구운 판재 셋, 중간 불 판재 아홉.
장부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통 안에서 올라오는 향에는 생삼나무의 날카로운 송진 냄새가 한 줄 섞여 있었다.
준우가 등잔을 가까이 댔다.
마개 아래 판재 하나에는 장덕이 찍은 세모 먹표가 없었다. 대신 물에 한 번 번진 둥근 먹자국이 남아 있었다.
대나무 테의 매듭도 달랐다.
장덕은 끝을 바깥으로 빼는 평매듭을 썼다.
이것은 잡아당길수록 안으로 숨어드는 매듭이었다.
옅은 먹 냄새 밑에서 마른 꽃 같은 향이 스쳤다.
준우는 통에 손대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문 앞 장부에는 오늘 들어온 사람과 나간 사람의 수가 같았다.
공구 수도, 완성한 통의 수도 맞았다.
그런데 누군가 검수를 마친 통 하나를 풀고 판재를 바꾸고 다시 묶었다.
술성의 문은 잠겨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밖이 아니라 이미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