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97화: 천마극의 (天魔極意)
화아아아아아아앙!
에단의 영혼을 연료 삼아 타오르는 삼매진화(三昧眞火)는 더 이상 단순한 푸른 불꽃이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인과와 업보를 태워버리는 정화의 불꽃이자, 절대적인 파괴의 백색 광염으로 진화해 가고 있었다.
"쿠윽……!"
영혼이 한 올 한 올 타들어 가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에단의 의식은 오히려 물을 끼얹은 듯 맑아졌다.
전생의 백운휘로서 보냈던 수백 년의 고독한 세월, 그리고 현생의 에단 펜드래건으로서 겪은 가문과의 연대와 동료들과의 유대. 정도와 마도의 경계, 차원의 벽마저 허물어지는 깨달음이 그의 영혼 속에서 마침내 하나로 합일되었다.
지이이이잉—!
에단의 눈동자가 완전한 순백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의 등 뒤로 거대하고 신비로운 천마(天魔)의 잔영이 백색의 불꽃으로 형상화되어 타올랐다. 천마의 잔영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우주 만물의 법칙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듯한 엄숙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세계의 하늘과 땅, 마도의 이치와 무림의 극의가 융합된 궁극의 경지.
바로 천마극의(天魔極意)—신마합일(神魔合一)의 단계였다.
[이, 이것은…… 대체 무슨 힘이란 말이냐! 필멸자의 영혼에서 어찌 이런 신성조차 범접할 수 없는 법칙이 흘러나오는가!]
아스타로트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깊은 당혹감과 공포가 서렸다.
공허 붕괴로 넓혀가던 검붉은 영역이 에단의 백색 불꽃에 닿자마자 물방울이 달궈진 쇠판에 닿은 것처럼 치익 소리를 내며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린 탓이었다. 공허조차 태워 없애는 백색 삼매진화의 위력이었다.
"아스타로트. 너는 공허가 모든 것의 종착지라고 했지."
에단이 천천히 흑사를 들어 올렸다.
그가 검을 움직이자, 주변의 부서진 별의 파편들이 백색 불꽃의 궤적을 그리며 에단의 뒤로 모여들었다.
"틀렸다.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은, 바로 이 검 끝에 담긴 일념(一念)이다."
에단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백색 광염이 흑사의 검날로 순식간에 응축되었다. 검은 칼날은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눈부신 백색의 빛을 발하는 하나의 광선검처럼 변해 있었다.
"내 이 검으로, 네놈의 존재는 물론이고 네놈이 둥지를 틀고 있는 이 차원 자체를 세상에서 지워주마."
에단은 가볍게 지면을 딛고 허공을 향해 치솟았다.
그의 신형이 움직이는 궤적을 따라 백색의 은하수가 펼쳐지며 공허의 어둠을 사정없이 몰아냈다.
[크으윽! 건방진 필멸자 놈! 나의 모든 마력을 쏟아부어 너를 소멸시키겠다!]
아스타로트 역시 자신의 파멸을 예감한 듯, 온몸의 검붉은 액체를 쥐어짜 내어 거대한 공허의 폭풍을 형성했다. 마왕의 온 존재를 건 최후의 격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