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96화: 종말의 붕괴
쿠구구구구구!
아스타로트의 손끝에서 시작된 검붉은 파동이 허공을 메우자, 주변에 떠돌던 별들의 파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파괴가 아니었다. 공간 자체의 밀도가 0이 되며, 물리적 법칙이 무너져 내리는 파멸의 징조였다.
[필멸의 존재여. 너는 본질을 깨닫지 못하는구나. 공허는 무(無)이며, 무는 곧 모든 존재의 종착지다. 내가 손을 들면, 네가 발을 딛고 있는 차원의 개념마저 사라진다!]
"공허 붕괴(Void Collapse)."
아스타로트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검붉은 구체가 급속도로 팽창하며 에단이 있는 사방의 공간을 집어삼켰다.
에단이 즉시 천마만근추와 중력 장막을 겹겹이 쳤으나, 중력의 법칙조차 작동하지 않는 완전한 허무 속에서 마력 장막은 마치 물에 젖은 종이처럼 쉽게 녹아내렸다.
"윽……!"
에단의 입에서 핏물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피부가 실시간으로 갈라지고, 기경팔맥에 흐르는 마성과 마력이 뒤엉키며 폭류를 일으켰다. 중력이 지탱해 주던 에단의 물리적 육체가 공간의 붕괴와 함께 해체되려는 위기였다.
[네놈의 무공도, 펜드래건의 중력도 결국 이 세계의 인과 아래에 있는 힘. 존재하지 않는 무(無)의 공간에서는 그 어떤 것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스러지거라.]
아스타로트가 손을 흔들자, 붕괴의 영역이 에단의 심장 바로 앞까지 밀려들었다.
에단의 온몸이 마치 유리가 깨지듯 미세한 균열로 뒤덮였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시야가 붉게 물들어 갔다.
'여기서 끝인가……?'
그 순간, 그의 영혼에 연결된 아주 얇은 은빛의 실, 루나의 마력 링크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지상에서 그녀가 온 힘을 다해 에단의 존재를 이 세계에 붙잡아두기 위해 자신의 생명력을 갈아 넣으며 마력을 보내주고 있었던 것이다.
'에단…… 포기하지 마…… 제발……!'
루나의 애절한 목소리가 정신이 아득해져 가던 에단의 뇌리를 강타했다.
"그렇군…… 내가 지금 있는 곳은 펜드래건의 둘째 아들 에단의 육체지."
에단이 피범벅이 된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하지만 내 본질은…… 무림의 천하를 피로 물들였던 천마(天魔) 백운휘다."
에단은 하단전에 남은 모든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았다.
마도와 정도, 그리고 이세계의 마력까지 뒤엉켜 혼탁해진 에너지 속에서, 가장 순수하고 파괴적인 전생의 불꽃—삼매진화(三昧眞火)의 불씨를 찾아내어 그것을 자신의 영혼과 함께 태우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악!
에단의 심장에서 시작된 푸른 불꽃이 그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육체의 고통을 초월하여 영혼 자체를 연소시키는 삼매진화의 불꽃. 그것은 공허의 붕괴조차 삼켜버릴 듯이 눈부시게 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