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95화: 공허의 옥좌
차원의 통로를 통과하는 감각은 온몸의 살점이 뜯겨 나가는 듯한 고통을 동반했다. 차원의 장벽을 무단으로 횡단하는 필멸자에게 가해지는 우주의 반발력이었다.
하지만 에단은 굳건히 버텼다. 천마성단에서 흘러나오는 강인한 내공이 그의 피부와 장기를 단단히 보호하고 있었다.
스윽.
마침내 발이 다시 무언가를 딛는 느낌이 들었을 때, 사방은 온통 정적이 흐르는 암흑뿐이었다.
지상도, 성채 지하도 아니었다. 이곳은 하늘에 무수한 보랏빛 궤성과 부서진 행성의 파편들이 정지된 채 떠 있는 기묘한 우주 공간과 닮아 있었다. 중력은 완전히 소멸해 있었고, 호흡할 공기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과연…… 생명이 발붙일 수 없는 무(無)의 세계로군."
에단은 폐의 호흡 대신, 모공을 통해 내공을 순환시키는 태식법(胎息法)으로 호흡을 대체했다.
그리고 그의 눈앞, 무수한 행성의 파편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공전하는 중심부에, 거대한 검은색 수정으로 이루어진 옥좌가 보였다.
그 옥좌에 앉아 있는 것은, 앞서 상대했던 투영체와는 궤를 달리하는 존재였다.
형체는 인간과 유사했으나 온몸이 검붉은 공허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액체처럼 일렁이고 있었고, 머리 위에는 부러진 세 개의 뿔이 기괴한 왕관처럼 돋아 있었다. 그의 두 눈에는 은하수의 붕괴를 연상케 하는 칠흑 같은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가 바로 공허의 지배자, 마왕 아스타로트의 본신(Real Body)이었다.
[기어코 이곳까지 발을 들이밀었구나, 차원의 미아여.]
아스타로트의 목소리는 고막이 아니라 에단의 영혼 전체를 뒤흔들며 울렸다. 기괴한 공명이 심장을 직접 압박해 왔다.
"차원의 미아라. 틀린 말은 아니군. 전생의 기억을 안고 이 낯선 세상의 망나니 공자로 태어났으니 말이다."
에단이 천천히 공중을 딛고 나아갔다. 중력이 없는 공간이었지만, 그가 지닌 중력 마법은 오히려 이 무중력 상태에서 자유자재로 지디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덕분에 재미있는 구경을 많이 했지. 네놈 같은 벌레를 사냥하는 것도 그중 하나고."
[오만하구나. 이곳은 나의 영토이며, 내가 곧 법칙이다. 지상에서 나의 투영을 상하게 한 힘은 칭찬해 주마만, 본신의 내 앞에서 그 힘은 일낱 먼지에 불과하다.]
아스타로트가 옥좌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가 움직이자, 주변에 떠돌던 거대한 암석과 행성 파편들이 일제히 에단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하나하나가 제국의 도성 하나쯤은 가볍게 날려버릴 수 있을 법한 파괴력을 지닌 질량의 폭풍이었다.
쿠구구구구!
"질량의 공격이라. 펜드래건의 후계자에게 그런 장난감이 통할 거라 생각했나?"
에단이 비웃으며 검을 비스듬히 눕혔다. 그의 주변으로 자색의 마도 장막이 펼쳐지며 날아드는 암석들을 빗겨 나가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스타로트의 진짜 공격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암석들의 폭풍 너머로, 공간의 인과 자체를 뒤흔드는 마왕의 검붉은 마력이 에단의 영혼을 직접 겨냥해 뻗어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