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94화: 심연 너머로
스으으으으—!
에단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성이 공허의 공간 전체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하단전의 천마성단이 임계점을 넘어 초고속으로 회전하며, 에단의 뼈와 근육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육체의 한계를 아랑곳하지 않고 이끌어낸 극성의 힘이었다.
"이것이 내 전생의 마지막 기억이자, 내 무도의 정점이다."
에단의 음성은 기묘할 정도로 차분했다.
그가 쥔 흑사(黑蛇)의 검날이 붉은 광염과 함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공간의 왜곡과 중력의 응축이 검끝에 집중된 결과였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최종오의, 암흑성도(暗黑星屠)!"
지이이이잉—!
에단이 검을 내지르는 순간, 공간 전체의 소리가 사라졌다.
그것은 단순히 참격이 아니었다. 한 점의 블랙홀이 허공에 탄생한 것처럼, 모든 빛과 물질, 그리고 아스타로트의 투영체가 지닌 무한한 재생력까지도 에단의 검끝으로 빨려 들어가 파괴되는 우주적인 붕괴 현상이었다.
[이, 이것은…… 공간마저 빨아들이는…… 말도 안 되는……!]
아스타로트의 투영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온몸이 갈가리 찢겨 나가며 에단의 검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거대한 몸집이 한 줌의 검은 연기로 응축되더니, 이내 허공에서 폭발하듯 흩어졌다.
쿠콰콰콰콰콰!
심연의 공간이 격렬하게 뒤흔들리며 붕괴하기 시작했다. 마왕의 투영이 사라지자, 불안정하게 요동치던 차원의 균열 역시 서서히 그 크기를 줄여갔다.
에단은 흑사를 검집에 꽂아 넣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몸 안의 내공이 급격히 소모되어 전신이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후우…… 역시 투영체 따위를 지워봤자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되는군."
에단이 전방을 노려보았다.
투영체가 사라진 자리, 차원의 틈새 깊은 곳에 마왕 아스타로트의 본체와 연결된 검붉은 통로가 여전히 미세하게 박동하고 있었다. 비록 지금은 에단의 일격으로 일시적으로 안정되어 균열이 닫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통로를 통해 마왕은 언제든 다시 힘을 모아 제국을 침공할 터였다.
"에단! 들려?"
귀가 먹먹해지는 침묵 속에서 루나의 전음이 아련하게 들려왔다. 그녀가 연결해 둔 마력 링크를 통해 간신히 의사가 소통되는 것이었다.
"루나. 내 말 잘 들어라."
"응! 마왕의 기운이 약해졌어. 성공한 거지?"
"투영체는 부쉈지만, 쥐새끼 대장의 집 안방으로 들어가는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내가 직접 건너가서 끝장내겠다."
"뭐? 안 돼! 그곳은 공허의 본류야! 살아있는 생명체가 들어가면 영혼까지 침식당해 소멸하고 말 거라고!"
루나의 목소리에 극도의 당혹감과 공포가 실려 있었다.
"걱정 마라. 내 성정상, 나를 노리는 원수를 살려두고 발 뻗고 자는 꼴은 못 본다. 밖의 문은 최대한 닫히지 않게 마력 결계로 입구만 유지해 줘. 금방 목을 따고 돌아올 테니."
말을 마친 에단은 차원의 통로가 완전히 닫히기 전, 그 붉은 실오라기 같은 균열을 향해 거침없이 몸을 던졌다.
진짜 공허의 영역, 마왕 아스타로트가 지배하는 절대 무(無)의 세계로의 진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