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93화: 전장의 유산
성채 외부의 전장은 처절한 혈투의 도가니였다.
에단이 심연의 균열 속으로 뛰어든 지 수십 분이 지났지만, 지상의 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광포해진 공허의 마수들이 성당 주변의 갈라진 틈새에서 끊임없이 기어 나와 제국 연합군을 위협하고 있었다.
"방패병들은 대열을 유지해라! 단 한 마리도 이 방어선을 넘게 해서는 안 된다!"
카일 펜드래건이 푸른 투기를 뿜어내며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끝에서 뻗어 나간 예리한 참격이 돌진하던 공허의 늑대 세 마리의 목을 일거에 베어 넘겼다.
그러나 마수들의 숫자는 끝이 없었다. 마치 대지 자체가 살아있는 괴물이 되어 마수들을 끊임없이 잉태해 내는 듯했다.
"크아아악!"
"구, 구원병을! 우측 방어선이 뚫린다!"
여기저기서 제국 기사들의 처절한 비명과 절규가 울려 퍼졌다.
쿠우우우웅!
그때, 하늘에서 거대한 은빛 마법진이 전개되며 수십 개의 마력 창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마력 창들이 지면에 박힐 때마다 광포한 폭발이 일어나며 마수들의 육체를 무자비하게 짓뭉갰다.
"모두 물러서세요! 광역 결계를 전개합니다!"
루나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이마를 훔치며 지팡이를 높이 쳐들었다. 그녀의 은빛 머리칼이 마력의 파동을 타고 허공으로 흩날렸다.
루나의 지시에 따라 제국 마도사들이 마력을 보태자, 성당 주변을 감싸는 거대한 은빛 방벽이 형성되었다. 마수들이 방벽에 부딪힐 때마다 보랏빛 불꽃을 뿜으며 타올랐다.
"하아, 하아……."
루나는 거친 숨을 내쉬며 지하로 이어지는 균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영혼과 연결된 에단의 마력 링크가 격렬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심연 속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파괴적인 충돌이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하는 진동이었다.
'에단…… 무사해야 해.'
동일한 시간, 심연의 공간.
쿠구구구구!
아스타로트의 투영체는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 오히려 심연 전체의 공허 에너지를 급속도로 빨아들이며 더욱 기괴하고 거대한 형태로 팽창하고 있었다.
[필멸자여, 네놈의 무위는 확실히 인정하마. 그러나 이 공간에 존재하는 한, 나의 재생은 무한하다. 네놈의 하찮은 마력과 체력이 먼저 바닥을 드러낼 뿐이다!]
실제로 에단의 숨결은 다소 거칠어져 있었다. 이계의 공허 에너지는 에단의 기경팔맥을 끊임없이 침식하려 들었고, 이를 막아내며 극의의 무공을 펼치는 것은 엄청난 공력을 소모하는 일이었다.
"과연 그렇군. 껍데기를 아무리 베어봤자 본체가 저 너머에 있는 한 이 인형극은 끝나지 않는다는 소린가."
에단이 검날의 피를 털어내듯 흑사를 가볍게 흔들었다.
검은 칼날에 깃든 삼매진화의 불꽃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확실히 아스타로트의 말대로 장기전은 불리했다. 에단의 강대한 공력도 이 차원 자체의 거부 반응 앞에서는 소모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질 끌 이유가 없지. 단 한 방에 그 머리통과 함께 차원의 연결 통로 자체를 날려버리는 수밖에."
에단이 자세를 낮추었다. 그의 두 눈이 핏빛보다 더 붉은 천마의 살기로 채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