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91화: 심연의 부름
성당 지하의 갈라진 틈새는 평범한 어둠이 아니었다. 그것은 빛마저 왜곡하여 집어삼키는 절대적인 허무, 공허(Void)의 파편들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심연이었다.
"에단! 정말로 혼자 갈 생각인가?"
카일이 에단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의 눈빛에는 동생을 향한 진심 어린 걱정이 깃들어 있었다.
"형님, 저 밑에 도사리고 있는 존재는 당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제국 최고의 기사들이라 해도 단 일 초도 버티지 못하고 영혼이 찢겨 나갈 겁니다."
에단이 조용히 카일의 손을 떼어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전생이든 현생이든, 내 목숨을 거두어 갈 수 있는 존재는 천하에 없었습니다. 저 아래에 있는 마왕이라는 자가 아무리 대단한 괴물이라 해도 말입니다."
에단은 흑사(黑蛇)를 다시 굳게 쥐었다. 검날을 타고 흐르는 흑색 기운이 심연의 어둠과 공명하는 듯 격렬하게 요동쳤다.
옆에 서 있던 루나가 에단의 손을 지긋이 잡았다. 그녀의 은빛 마력이 에단의 온몸을 부드럽게 감쌌다.
"에단, 내 마력을 그대의 영혼에 링크해 둘게. 비록 그곳까지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마력이 끊기지 않는 한 그대를 지탱할 힘이 되어 줄 거야."
"고맙군, 루나. 밖의 잔챙이들은 형님과 함께 처리해 줘."
말을 마친 에단은 망설임 없이 붉은 빛이 요동치는 심연의 균열 속으로 몸을 던졌다.
스스스스스—!
균열 속으로 들어서자마자, 온몸의 감각이 마비되는 듯한 극심한 중력의 왜곡이 느껴졌다. 상하좌우의 구분이 사라진 공간, 끝없는 낙하감 속에서 에단은 기경팔맥을 활성화해 몸의 중심을 잡았다.
쿵!
마침내 발이 지면에 닿았을 때, 에단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기괴한 보랏빛과 붉은빛이 뒤엉킨 이계의 풍경이었다. 대지는 굳어버린 검은 피 같았고, 하늘은 찢어진 시공간의 틈새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간의 중심부,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거인의 형상이 에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상반신은 기괴한 갑주를 입은 악마의 형상이었고, 얼굴은 어둠 그 자체로 가득 차 눈동자조차 보이지 않는 존재. 그가 바로 마왕 아스타로트의 투영(Projection)이었다.
[어리석은 필멸자여. 신성을 사칭하는 천사들을 도륙하고 이곳까지 기어들어 왔구나.]
아스타로트의 목소리가 에단의 뇌리로 직접 내리꽂혔다. 그 목소리 자체에 정신을 오염시키는 강력한 정신 지배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렸을 터였다.
하지만 에단은 픽 웃으며 검끝을 땅에 긋고 나아갔다.
"하찮은 뱀 새끼가 주둥이만 살았군. 네놈이 이계의 마왕이냐?"
[이곳은 나의 영역이다. 여기서는 너의 하찮은 마력도, 검술도 그 무엇도 존재할 수 없다. 오직 무(無)로 돌아갈 뿐이다.]
아스타로트가 거대한 손을 들어 올리자, 대지 전체가 에단을 집어삼킬 듯이 솟구치며 차원의 균열이 사방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공간 자체가 찢어지는 파열음이 심연의 공간을 가득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