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9화: 숲속의 사냥 대회
펜드래건 공작가가 다스리는 대삼림의 입구.
오색 찬란한 깃발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화려한 마차들과 사냥마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오늘은 가문이 주최하는 연례 행사인 '봄맞이 사냥 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공작가의 직계 자제들인 카일과 루나를 비롯해, 제국 서부의 수많은 명문 귀족 영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 무리 속에서, 에단은 검은색 야외 활동복을 입고 등에 흑사(黑蛇)를 멘 채 덤덤하게 서 있었다.
그의 은빛 머리칼은 바람에 날리며 독보적인 분위기를 풍겼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소문만 듣고 비아냥거리기 바빴다.
"저기 보라고. 펜드래건의 망나니 둘째 공자도 참석했군."
"검은 또 저게 뭐람? 다 낡아빠진 고철 덩어리를 메고 나왔군. 사냥은커념 멧돼지한테 쫓겨 다니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어."
그때, 저 멀리서 발렌시아 후작가의 마차가 도착했다.
마차에서 내린 헨리 발렌시아는 화려한 가죽 갑옷을 입고 어깨를 잔뜩 으스대며 걸어왔다. 하지만 그의 눈밑은 휑뎅그렁했고, 안색은 몹시 파리했다.
어젯밤 보낸 초일류 살수들이 단 한 명도 돌아오지 않고 연락이 두절되었기 때문이었다. 불안감에 휩싸여 밤을 지새운 헨리였다.
헨리가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중, 에단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헨리의 동공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 이 자식이 왜 멀쩡하게 살아 있는 거지?!'
그림자 손톱의 최정예 살수 다섯이 투입되었는데, 에단의 머리카락 한 올 상하지 않은 채 뻔뻔하게 서 있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에단은 헨리를 향해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싱긋 웃어 보였다. 그리고 입모양으로 나직하게 읊조렸다.
'선물은 잘 받았다.'
그 입모양을 알아챈 헨리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려왔고, 무릎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에단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살수들을 자신이 직접 처리했다는 뜻이었다. 마력도 없는 쓰레기가 대체 어떻게 그런 괴물 같은 짓을 한단 말인가.
"어이, 헨리! 왜 그렇게 안색이 안 좋아? 꼭 유령이라도 본 사람 같군."
헨리의 곁으로 다가온 청년은 가이어 자작가의 장남이자 뛰어난 기사로 소문난 루시안 가이어였다. 루시안은 에단의 등에 멘 낡은 검을 보며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에단 공자. 사냥 대회는 장난이 아니오. 그런 녹슨 쇳덩이로 마수를 잡겠다니, 펜드래건의 이름이 울겠소."
루시안의 도발에 주위의 귀족 자제들이 낄낄대며 동조했다.
에단은 흥미롭다는 듯 루시안을 쳐다보았다.
"그럼 가문의 이름이 울지 않도록, 내기라도 하나 하겠소?"
"내기?"
루시안이 코방귀를 꼈다.
"하! 재미있군. 어떤 내기를 원하시오? 멧돼지 한 마리라도 잡으면 내가 금화 백 닢이라도 주랴?"
"멧돼지 같은 시시한 짐승으로 내기를 해서야 재미가 없지."
에단이 흑사의 자루를 툭툭 쳤다.
"가장 높은 등급의 마수를 사냥해 오는 자가 승리하는 것으로 하지. 판돈은…… 각자 가진 영지의 광산 개발권이나, 그에 상응하는 금화 천 닢으로."
금화 천 닢.
평범한 자작 가문의 1년 예산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주위의 귀족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루시안 또한 예상외로 판돈이 커지자 멈칫했으나, 상대가 마력도 없는 에단이었기에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확신했다.
"좋소! 그 내기, 받아들이지! 펜드래건의 둘째 공자께서 금화 천 닢을 기부하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루시안이 큰소리로 외쳤다.
"나, 나도 참가하겠다!"
옆에서 부들부들 떨던 헨리가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는 에단에게 지고 싶지 않았고, 이번 기회에 루시안을 이용해 에단을 숲속 깊은 곳에서 완전히 묻어버릴 계략을 머릿속으로 굴리고 있었다.
"좋다. 참여할 놈들은 다 걸어라."
에단이 오만한 눈빛으로 그들을 훑었다.
웅장한 뿔나팔 소리가 대삼림에 울려 퍼졌다. 사냥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귀족 영식들이 일제히 말을 몰아 숲속으로 질주해 들어가는 가운데, 에단은 흑사를 고쳐 매며 천천히 걸어서 숲으로 진입했다.
"사냥을 시작해 볼까."
천마의 눈빛이 먹잇감을 노리는 야수처럼 날카롭게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