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8화: 천마의 살계 (殺界)
"적이다! 흩어져라!"
살수들의 우두머리가 급박하게 외치며 연막탄을 터뜨리려 했다.
그러나 에단의 움직임이 한층 더 빨랐다.
스릉—!
흑색의 칼날이 검집에서 뽑혀 나오는 서늘한 소리와 함께, 방 안에 한 줄기 흑색의 궤적이 선을 그렸다.
스팟!
"꺼흑!"
연막탄을 쥐려던 살수의 목에서 핏물이 분수처럼 뿜어 나왔다. 그는 비명횡사하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이, 이 자식이!"
좌우에서 두 명의 살수가 동시에 단검을 찔러왔다. 단검 끝에는 푸르스름한 독기가 어려 있었다. 스치기만 해도 살이 썩어 들어가는 맹독이었다.
에단은 흑사를 세로로 세워 가볍게 막아섰다.
챙! 챙!
단검과 흑사가 맞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에단은 반발력을 이용해 신형을 뒤로 띄우며, 동시에 검을 횡으로 길게 휘둘렀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검형(天魔劍形) 제1초, 흑룡토수(黑龍吐水).
에단의 정화된 마기가 흑사의 검신을 타고 회오리치며 방출되었다.
비록 미미한 내력이었으나, 검의 궤적 끝에 깃든 예리한 검기(劍氣)는 살수들의 방어구를 종잇장처럼 찢어발겼다.
서걱!
"아악!"
두 명의 살수가 상체가 비스듬히 잘려 나가며 바닥에 피를 뿌렸다. 단 일격에 세 명이 무력화되자, 남은 두 명의 살수의 눈에 극도의 공포가 깃들었다.
'이게 어찌 마력도 오라도 없는 망나니란 말인가! 이건 소드 마스터의 검기잖아!'
그들은 깨달았다. 정보가 완전히 잘못되었다. 눈앞에 서 있는 은발의 청년은 사냥감을 가장한 굶주린 포식자였다.
"후퇴! 후퇴하라!"
살수들의 조장이 창문을 깨고 밖으로 뛰어내리려 했다.
"내 처소에 발을 들여놓고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더냐."
에단이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스으읍!
전생의 마교 비전 흡기공인 마라흡성(魔羅吸星)의 변형이었다. 강한 흡인력이 허공을 찢으며 도망치려던 조장의 덜미를 잡아챘다.
조장의 신형이 허공에서 멈칫하는 순간, 에단이 유령처럼 그 뒤를 포착했다.
퍽!
에단의 손가락이 조장의 단전과 척추의 혈도를 정확하게 관통했다.
"끄아아악!"
조장은 온몸의 뼈가 어긋나는 듯한 격통과 함께 단전이 파괴되는 충격을 받으며 바닥에 처박혔다. 그는 남은 힘을 쥐어짜 내 이빨 사이에 숨겨둔 독약을 씹으려 했다.
"어림없다."
에단은 조장의 턱관절을 손으로 가볍게 쳐서 탈골시켜 버렸다. 독약을 삼킬 기회조차 주지 않은 냉혹한 대처였다.
"읍! 으읍!"
조장은 턱이 빠진 채 침을 흘리며 공포에 질린 눈으로 에단을 올려다보았다.
에단은 검에 묻은 피를 시체의 옷자락에 닦아내며, 조장의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그의 은빛 눈동자에 서린 차가운 살기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수천, 수만 명을 도륙해 본 절대자의 눈빛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해라. 턱을 맞춰 줄 테니 허튼짓을 하면 다음엔 손가락뼈부터 하나씩 갈아 주마."
에단이 턱을 툭 쳐서 맞추자, 조장은 신음하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누가 보냈지?"
"그, 그림자 손톱…… 길드다……."
조장은 살기 위해 침을 흘리며 자백했다. 에단 앞에서는 어설픈 기개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의뢰인은 누구냐."
"발렌시아 후작가…… 헨리 도련님이다…… 에단 공자의 사지를 잘라 오라고 의뢰하셨다…… 제발 목숨만은……."
"헨리라. 역시 그 철부지 녀석이군."
에단이 조소했다.
"좋은 정보를 주었으니 고통 없이 보내주마."
"사, 살려……!"
콰직.
에단의 손가락이 조장의 목뼈를 가볍게 부러뜨렸다. 조장의 눈동자가 풀리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방 안에는 다섯 구의 시체와 흩뿌려진 피비린내만이 가득했다.
에단은 창밖을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레오."
그림자 속에서 집사 레오가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걸어 나왔다. 그는 밖에서 대기하다 소란을 듣고 들어왔다가, 에단이 살수들을 도륙하는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던 터였다.
"공, 공자님……."
레오의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시체들을 깔끔하게 치워라. 그리고 흔적을 지워."
에단이 피 묻은 흑사를 검집에 넣으며 말했다.
"가문에는 비밀로 해라. 이 살수들은…… 발렌시아가 나에게 준 아주 훌륭한 '선물'이 될 테니까."
레오는 에단의 차갑고 거대한 기세에 압도되어, 군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공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