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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88화

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88화: 공허의 사도

마수들의 참살이 이어지던 전장의 중앙.
깨진 흑요석 문 너머에서, 기이할 정도로 길쭉한 사지를 지니고 보랏빛 로브를 걸친 거대한 존재가 소리 없이 나타났다.

공허의 마왕 아스타로트의 첫 번째 심복이자 교단의 진짜 맹주, '공허의 사도 니힐루스(Nihilus)'였다.

니힐루스는 손에 쥔 나선형의 검은 지팡이를 허공 높이 지켜들었다.

"어리석은 피조물들아. 존재의 흔적조차 지워질 시간이다. 절대 허무(Absolute Nullification)!"

웅웅웅웅—!

니힐루스의 지팡이 끝에서 뿜어져 나온 투명한 무형의 파동이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그 파동이 요새 전체를 휩쓰는 순간,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루나가 지휘하던 마법 서클들이 일제히 깜빡거리더니 연기처럼 사라졌고, 카일과 기사들의 검에 감돌던 강렬한 오라 역시 빛을 잃고 쇠붙이로 돌아갔다. 공기 중에 흐르던 모든 자연 마나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되어 정지해 버린 것이다.

"마, 마력이 느껴지지 않아!"
"내 오라가…… 사라졌다!"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자신들이 가진 힘의 원천이 한순간에 소멸하자, 극도의 절망감에 휩싸여 비틀거렸다. 마나에 의존하는 이세계의 기사와 마법사들에게 마력 차단 영역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하하하! 마나의 굴레에 갇힌 미천한 생명체들아! 힘의 근원이 사라진 지금, 너희는 그저 고기방패에 불과하다!"
니힐루스가 비열하게 광소하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수천 마리의 마수들이 기세를 올려 기사들의 방진을 덮쳐가기 시작했다.

그 절체절명의 절망 속에서, 오직 단 한 사람 에단만이 성신마검을 느슨하게 쥔 채 니힐루스를 향해 뚜렷하게 걸어 나가고 있었다.

에단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나를 지운다라. 이세계의 위선자들은 하나같이 상대의 힘의 근원을 지우는 잔머리 굴리기에 바쁘구려."

"에단 펜드래건! 네놈의 그 사악한 검은 기운 역시 마나의 일종일 터! 마나가 차단된 이 영역에서 네놈이 칼질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니힐루스가 에단을 비웃었다.

에단은 흑사를 가볍게 흔들며, 천마 특유의 극도로 오만하고 광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착각이 심하군. 내가 다루는 마(魔)는 하늘이 내린 마나가 아니라, 수천 번의 사선을 넘나들며 완성된 내 육체의 기골과 절대적인 영혼의 의지 그 자체이니 말이오."
에단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보이지 않는 순수 물리적 패기가, 마나가 차단된 의사당 공기를 거칠게 왜곡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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