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86화: 요마들의 군세
콰아아아앙—!
지하 동굴 전체가 무너져 내리며, 흑요석 문 '공허의 문'이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그 너머의 검고 깊은 나락으로부터, 수만 마리의 기괴하고 불길한 형상을 한 공허의 마수들과 형체 없는 검은 망령(Void Wraiths)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 세계의 생태계에 존재하지 않는, 머리가 세 개 달린 보랏빛 늑대들이나 뼈만 앙상한 검은 거수들이었다.
"전원 방패를 올려라! 밀리지 마라!"
카일의 포효와 함께, 청색 기사들이 백은 방패를 겹쳐 성당 진입로에 두터운 성벽 같은 phalanx 방진을 구축했다.
콰콰콰콰쾅—!
공허의 마수들이 제국의 기사단 방진에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기사들의 백은 방패에 성국의 잔여 신성 마법이 실려 있어, 마수들이 방패에 부딪칠 때마다 백색 불꽃이 튀며 타올랐다. 그러나 마수들의 corrosive(부식성) 검은 침과 날카로운 발톱들은 기사들의 갑옷과 무기를 조금씩 시커멓게 썩게 만들고 있었다.
"루나! 마법 포격을 시도하라!"
지그프리트가 소리쳤다.
"마법사단! 정화 위상의 파동 마법을 펼쳐라!"
루나가 마탑의 마법사들을 지휘하여 지팡이를 흔들었다.
허공에 소환된 거대한 백색 마법 서클들이 일제히 신성 파동을 뿜어냈다. 공허의 마수들이 파동에 쓸려 나가며 은빛 연기로 소멸했으나, 흑요석 문 너머에서 기어 나오는 마수들의 수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크헉!"
"사, 사지가 썩어 들어간다!"
전열 곳곳에서 공허의 기운에 부식된 기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전황은 순식간에 피비린내와 검은 연기가 뒤엉킨 아수라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에단은 성신마검을 느슨하게 쥔 채, 혼란스러운 전장의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의 은빛 눈동자에 서린 광채는 동요도, 공포도 없었다. 오직 피를 갈구하는 천마의 차갑고 날카로운 위용만이 서려 있을 뿐이었다.
"쥐새끼들이 너무 많군. 길 청소 좀 해 줘야겠어."
에단이 발끝으로 바닥을 가볍게 딛었다.
그의 신형이 유령처럼 상공을 날아, 마수들이 가장 빽빽하게 밀집되어 있는 지옥의 진형 한가운데로 거침없이 낙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