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84화: 무(無)의 파괴
"공허의 아가리 속으로 삼켜져라!"
공허의 기사가 바닥에 대검을 내리찍자, 에단이 디디고 있던 대지 전체가 보랏빛의 공간 왜곡 홀(Void Pocket)로 변하며 아래로 함몰되어 그를 빨아들이려 했다.
일단 빨려 들어가는 순간, 존재의 성질 전체가 붕괴되어 우주의 먼지가 되는 즉사 트랩이었다.
그러나 에단은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검형(天魔劍形) 제8초."
에단은 성신마검을 크게 양옆으로 휘둘렀다.
"천마멸겁(天魔滅劫)."
쿠르르릉— 쾅!
에단의 칼날에서 뿜어져 나온 칠흑의 뇌전 마기 폭풍이 왜곡되고 있던 보랏빛 공간 홀 전체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공간을 지우려던 공허의 구멍 자체가, 에단의 압도적인 무학 기압에 억눌려 역으로 으스러지며 비명을 지르고 붕괴했다.
"이, 공간 제어가 깨지다니?!"
공허의 기사가 경악하며 대검을 가로막았으나, 에단은 이미 공중을 날아 기사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에단의 검끝이 기사의 칠흑 가슴갑옷 정중앙의 핵(Core)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퍼억!
성신마검 흑사의 은하수 날끝이 공허의 핵을 관통하자, 기사를 지탱하고 있던 검은 암흑 물질들이 부르르 떨더니 순식간에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끄아아아아악!"
공허의 기사는 비명을 지르며 칠흑의 연기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차원의 문을 지키던 문지기가 완벽하게 참살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요동치던 '공허의 문'의 틈새는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오히려 틈새 너머의 검고 깊은 나락 속에서, 수천 명의 악마들을 이끄는 고대 공허의 지배자—'공허의 마왕 아스타로트(Astaroth)'의 형언할 수 없는 웅장하고 불길한 영혼 파장이 흘러나왔다.
"하찮은 필멸자 녀석이 감히 나의 문지기를 참살했구나. 그러나 쐐기돌들이 모두 부서진 이상 이 문은 이틀 내로 완전히 개방될 것이다. 나의 공허 군세가 너희의 그 하찮은 제국과 대륙 전체를 무(無)로 지워버릴 것이니, 짧은 승리를 만끽해 두거라."
나락의 지배자의 선언과 함께, 문 틈새의 진동이 가라앉으며 검은 안개가 잦아들었다.
에단은 흑사를 검집에 넣으며, 검게 물든 흑요석 문을 묵묵히 쳐다보았다.
"이틀이라. 준비할 시간이 아주 넉넉하군."
에단의 은빛 눈동자에 서린 광채가 더욱 짙어졌다. 대륙의 생존을 건, 공허의 마왕과의 최종 결전이 요새 지하에서 조용히 잉태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