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82화: 심연의 균열
우르르릉— 쾅!
대의회장이나 성당의 붕괴 때와는 차원이 다른 묵직한 지진이 성도 전체를 진동시켰다.
대성당 본당 중앙의 대리석 바닥이 쩍 갈라지며, 지옥의 유황 냄새 대신 형언할 수 없는 차갑고 습하며 냄새조차 없는 검은 안개(Void Mist)가 지하에서 쏟아져 나왔다.
안개가 스치는 궤적마다 흰 대리석 바닥이 부식되듯 시커멓게 썩어 들어갔다.
"에단, 저건 단순한 흑마법이 아니야! 마력 자체가 소멸하고 있어!"
루나가 경비 마법을 시도했으나, 뿜어져 나온 마력이 검은 안개에 닿는 순간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원소의 근원 자체를 소멸시키는 공허의 힘이었다.
에단과 루나는 청색 기사들의 엄호를 받으며 갈라진 바닥 틈새의 지하 비밀 밀실로 진입했다.
지하 동굴의 가장 깊은 끝.
그곳에는 높이 2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칠흑의 흑요석 문—'공허의 문(Gate of the Void)'이 쇠사슬이 모두 끊어진 채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문 표면에 새겨져 있던 은빛 봉인 룬들은 세 결계석의 소멸로 힘을 잃어 모조리 깨져 있었다.
문 틈새로 검은 안개가 거칠게 요동치는 가운데, 흑요석 문 앞으로 철갑을 두른 거구의 기사 하나가 소리 없이 다가왔다.
철갑 아래는 육체가 없었다.
오직 투명하고 시커먼 암흑 물질(Antimatter)로 채워진 실루엣만이 일그러진 보랏빛 눈동자를 빛내고 있었다. 공허의 차원 수호자, '공허의 기사(Void Knight)'였다. 그가 손에 쥔 대검은 칼날의 형체 없이 오직 공간 자체를 지워버리는 칠흑의 균열로 날카롭게 세워져 있었다.
"물러서라, 산 자들이여. 이곳은 무(無)의 세계다. 너희의 존재 전체를 지워 주마."
공허의 기사가 대검을 지켜드는 순간, 사령실 내의 소리와 마나의 기류마저 한순간에 걷히며 완벽한 정적(Silence)에 휩싸였다.
에단은 흑사를 가볍게 털어내며 앞으로 나섰다.
"존재를 지운다라. 마교의 비전 무공 중 무극(無極)의 기운을 다루는 자들을 상대해 본 적이 있지. 실체가 없는 것들을 참식하는 칼날은 내가 더 잘 아는 법이다."
에단의 마성단이 고속으로 진동하기 시작하며 성신마검의 칼날 위에 고밀도의 성신검강이 차갑게 흘러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