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81화: 영광의 전리품과 잔당
성도 루미니아를 뒤덮고 있던 어둠의 마기와 백색의 성화들이 완전히 가라앉았다.
3천 명의 제국 토벌군은 무너진 성당의 잔해를 정리하고 성국의 황금 보물들을 수거해 임시 천막으로 나르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교황 그레고리의 왕관과 성궤는 황실로 보낼 전리품으로 분류되었다.
에단은 무너진 제단의 잔해 위에 서서, 대천사가 파괴되며 남긴 주먹만 한 은빛 구체—'대천사의 신성 마정'을 들어 보석 반지에 수납했다.
"훌륭한 수확이군."
에단이 읊조렸다.
그러나 에단의 얼굴은 기뻐하기보다 덤덤함을 넘어 미세한 의구심이 서려 있었다.
하단전의 마성단이 주변의 남은 기운의 잔상들을 훑어내며 경고의 진동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베스퍼, 발렌시아 후작, 그리고 성국의 교황 그레고리까지…… 그들이 부렸던 어둠과 신성의 이면에는, 이세계의 마력과는 성질이 아득히 다른 '비존재(Non-existence)'의 기운이 묻어 있었다.'
그것은 이 세계의 원소 마력과는 작동 법칙이 다른, 우주의 빈 공간에서 흐르는 검은 안개와 같은 '공허(Void)'의 기운이었다.
성국이 지켜오던 세 개의 신성 결계석 역시 단순히 수도를 지키는 방벽이 아니었다.
지하 깊은 곳의 고대 비문을 대조해 본 결과, 결계석들은 대성당 지하의 가장 깊은 동굴에 존재하는 고대의 거대한 심연의 봉인을 유지하는 쐐기돌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세 결계석이 에단의 손에 모조리 박살 난 지금, 수도 아래에 갇혀 있던 봉인이 마침내 깨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우르르릉—!
대성당 바닥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지하 저편에서부터 성스러운 대리석 바닥을 검게 침식시키는 시커먼 안개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수백 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고대의 재앙—'공허의 심연'이 그 붉은 눈을 뜨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