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67화: 흔들리는 성도
성국 루미너스의 수도, 성도 '루미니아'의 교황청.
장엄한 오르간 소리가 흐르는 거대한 성당 한가운데, 교황 그레고리가 붉은 로브를 입고 옥좌에 앉아 있었다. 그의 곁에는 한 팔이 잘린 채 사시나무 떨듯 떨며 보고를 올리는 성기사단장 라파엘이 있었다.
"교황 성하…… 광휘의 신전이 함락되었습니다! 대마도사 하만 님께서 참살당하셨고, 첫 번째 신성 결계석이 파괴되었습니다!"
보고를 받은 교황 그레고리의 늙은 얼굴이 노기로 가득 찼다.
"하만마저 당했다고?! 게다가 결계석이 박살 나다니! 그 펜드래건의 둘째 공자, 에단이라는 녀석의 무력이 정녕 그 정도란 말이냐!"
"그자는 인간의 검술을 쓰지 않습니다! 신성 오라 거인을 단 한 번의 비무로 먼지로 쪼개버렸습니다! 제발 대비책을……!"
그레고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첫 번째 결계석이 파괴되며 수도를 감싸고 있던 절대 결계 '루미너스 쉴드'의 출력이 30% 이상 저하되어 있었다. 이대로 남은 두 결계석마저 파괴된다면 성도의 방벽은 완전히 붕괴할 터였다.
"이단심문군단(Inquisitorial Legion) 전체를 소집해라!"
교황의 명령이 엄숙하게 내렸다.
"남은 결계석들이 보관된 요충지이자 관문인 '세인트 루미너스 요새'로 군단을 파견해라. 그곳을 뚫리지 않는 최후의 보루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대천사의 강림 의식을 서둘러라! 신의 사도가 내려오는 순간 제국 놈들은 모두 지옥의 불꽃 속에서 타버릴 것이다!"
같은 시각, 국경 산맥을 넘어 성국 영토 내부로 깊숙이 진입한 에단의 토벌군.
에단과 루나가 이끄는 선봉대는 카일이 이끄는 제국의 주력군과 합류하여, 성국의 첫 번째 거점 도시인 '세인트 루미너스 요새'의 벌판에 도달했다.
요새의 성벽 위에는 이미 백색과 붉은색 갑옷을 입은 수천 명의 성기사들과 이단심문관들이 철저한 수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요새 주변에는 두 번째 결계석으로부터 힘을 공급받는 신성 결계막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카일이 에단의 곁으로 다가와 지도를 보여주었다.
"에단, 저 요새만 뚫어내면 수도 루미니아로 향하는 평야 지대가 열린다. 하지만 저 요새의 성벽 또한 발렌시아의 요새 못지않게 단단하고 결계가 삼중으로 걸려 있어."
에단은 성신마검을 손에 쥐었다.
"결계가 삼중이든 십중이든 내 알 바 아니지. 저 성문을 통째로 쪼개 버리고 성 안으로 진격하면 될 일이다."
에단이 성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은빛 머리칼 위로 비치는 해 질 녘의 붉은 노을빛은, 세인트 루미너스 요새의 성문이 무너질 시간임을 알리는 가혹한 예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