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54화: 성기사단의 도발
'진실의 다리' 정중앙.
백마를 탄 성기사단장 라파엘은 차가운 금빛 안광을 뿜어내며, 보리스 기사단장과 함께 걸어 나온 에단을 내려다보았다.
"제국의 기사들이여, 신의 이름으로 경고하노라."
라파엘의 목소리에 신성 마법이 실려 다리 전체에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최근 제국 황실을 뒤흔든 반란의 중심에, 저주받은 마검을 휘두르며 사악한 마기를 부리는 자가 기어 나왔다고 들었다. 바로 펜드래건의 에단 공자, 네놈을 가리킴이다!"
라파엘이 에단을 향해 자신의 금빛 성검을 지켜들었다.
"우리는 신성한 계시를 받았다. 제국 황실이 악마의 수하인 에단에게 조종당하고 있으니, 제국의 구원을 위해 저 마두(魔頭)를 우리 교황청에 인도해야 마땅하다! 만약 거절한다면, 성국은 오늘부로 제국을 향한 신성한 성전(Holy War)을 선포하고 무단으로 다리를 건너 정화할 것이다!"
라파엘의 억지 주장에 보리스 기사단장은 분노로 안색이 붉어졌다.
"성기사단장! 감히 제국의 황실 특사이자 공자님을 모함하다니! 이것은 제국에 대한 정면 선전포고다!"
"시끄럽다, 늙은 기사여. 악마를 옹호하는 자 역시 정화의 대상일 뿐이다."
라파엘이 거만하게 콧방귀를 꼈다.
에단은 흑사를 등에 멘 채, 다리 난간에 기대어 라파엘을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라파엘이라고 했나."
에단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라파엘의 신성력 음파를 가볍게 찢어발기며 다리 전체를 차갑게 식혔다.
"뭐라?"
"신이니 빛이니 하는 혓바닥이 참으로 길구려. 결국 네놈들이 원하는 것은 대역죄인의 잔당들과 맹약을 맺고 제국의 땅을 훔치려던 음모가 들통나자, 억지 명분을 만들어 쳐들어오려는 것뿐이지 않나."
에단이 라파엘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위선자들의 수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 빛의 가면을 쓰고 등 뒤에서 칼을 꽂는 쓰레기들."
라파엘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교만한 악마 놈이 신성한 신의 대리자를 모독하는구나! 당장 무릎 꿇고 죄를 참회하지 않는다면, 이 다리 위에서 네놈의 그 더러운 마기를 태워 없애 주마!"
"무릎을 꿇으라고?"
에단이 성신마검의 자루를 잡았다.
"누가 악마고 누가 위선자인지, 그 잘난 빛의 칼날로 직접 확인해 보는 게 어떻겠나. 덤벼라, 쥐새끼 대장놈아."
라파엘이 분노하여 백마에서 뛰어내리며 금빛 성검을 치켜들었다.
국경의 다리 위에서, 제국의 새로운 절대자와 성국의 최강 기사단장 간의 일촉즉발의 대결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