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43화: 황국의 어두운 그림자
라인하르트 공작저의 지하 깊숙한 밀실.
제국의 수상이며 황실 다음가는 최고 명문가의 수장인 에드워드 라인하르트 공작은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쓸모없는 발렌시아 녀석들! 그 대단한 요새와 흑사도의 총단주가 단 하루 만에 청소되다니! 그 에단이라는 애송이의 실력이 대체 어느 정도길래 이리도 허무하게 당한단 말인가!"
그의 앞에는 검은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감춘 흑사도의 장로가 서 있었다.
"공작 전하, 에단 펜드래건은 단순한 기사의 오라를 쓰는 자가 아닙니다. 그자의 힘은 우리 교단이 소환한 지옥의 악마들마저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기이한 마기를 부립니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주저할 시간이 없습니다."
라인하르트 공작은 눈을 번뜩이며 수염을 매만졌다.
"맞다. 발렌시아가 망한 것은 뼈아프지만, 우리의 진짜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황제의 침소에 심어둔 식혼충(食魂蟲)의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거의 막바지입니다. 황제는 이제 육체만 살아 있는 송장이나 다름없으며, 그의 영혼은 식혼충에 의해 사흘 내로 완전히 파괴될 것입니다."
장로가 사악하게 웃었다.
"사흘 뒤 열리는 황실 대의회(Grand Council) 때 황제가 공식적으로 사망한다면, 전하께서 섭정의 자리에 올라 황태자 지그프리트를 역적으로 몰아 숙청하시면 됩니다."
"좋다. 우리 가문의 '검은 장미' 기사단 3천 명에게 대의회 당일 황성을 철저히 봉쇄하라고 일러두어라. 제국은 마땅히 내 라인하르트의 손아귀에 들어와야 한다."
수도 공작저의 침실에서 눈을 뜬 에단은 핏빛 안광을 거두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라인하르트 공작. 역시 쥐새끼들의 배후에는 거대한 여우가 있었군."
식혼충.
전생의 사파나 혈교의 독술사들이 희귀한 영혼을 갉아먹는 애벌레를 숙주의 몸에 심어 서서히 영혼을 고사시키는 악독한 주술이었다. 이세계에서는 단순한 불치의 병이나 쇠약증으로 보였을 테지만, 에단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황태자 녀석에게 빚을 하나 더 얹어주어야겠군. 황실의 주인인 황제를 내 손으로 살려낸다면, 그 대가는 어마어마할 테니까."
에단은 밤하늘의 둥근 달을 바라보며, 황태자의 거처로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궁의 주인을 구하고, 라인하르트 가문의 목덜미를 움켜쥐기 위한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