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40화: 멸문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이 있을 수가……! 네놈의 정체가 대체 무엇이냐!"
총단주 베스퍼는 찢어진 로브 사이로 흘러나오는 자신의 영혼 연기를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수백 년간 제국을 뒤흔들며 어둠 속에서 군림해 온 그였지만, 눈앞의 청년 앞에서는 한낱 불장난을 하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에단이 성신마검을 고쳐 잡으며 다가왔다.
"죽을 놈이 이름은 알아서 무엇하겠나."
"크윽! 나락의 문을 닫고 퇴각한다!"
베스퍼는 지팡이를 꺾어 허공에 서둘러 공간 전이 스크롤을 찢었다.
그의 신형 뒤편으로 공간이 일그러지며 먼 영지로 도망칠 공간의 문이 열렸다.
"천마(天魔)의 사정거리 안에서 등을 돌린 자는 결코 살아서 나가지 못한다."
에단은 발끝을 디디며 성신마검 흑사를 가볍게 휘둘렀다.
천마신검(天魔神劍) 제7초, 파천허공참(破天虛空斬).
공간 전이 포탈을 향해 날아간 흑색의 참격은 단순한 기운이 아니었다. 공간 자체의 좌표를 참식해 버리는 절대적인 심검의 격베기였다.
쩌어어어억!
베스퍼가 도망치려던 포탈의 공간 자체가 거울처럼 산산조각 나며 으스러졌다.
동시에 참격의 은빛 별빛 선이 베스퍼의 가슴을 지나갔다.
"아, 아아……!"
베스퍼는 가면이 두 동강 나며 비참한 백발의 리치 해골 형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그의 검은 마정(Core)과 함께 허공에서 바스러져 내렸다. 수백 년 동안 암투를 부려온 흑사도의 총단주가 단 한 점의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영원히 소멸한 순간이었다.
천장에 열리고 있던 '심연의 문' 역시 제어권을 잃고 비명을 지르며 닫혔고, 성채 지하를 채우고 있던 피비린내와 독안개 또한 깨끗하게 사라졌다.
고요함.
에단은 바닥에 떨어진 베스퍼의 검은 마정과 보석 반지를 주워 반지에 수납했다.
쿠콰콰쾅—!
그때, 지하 공동의 두꺼운 철문이 마법 폭발과 함께 뜯겨 나갔다.
카일 펜드래건과 황실 토벌군 사령관, 그리고 수십 명의 청색 기사들이 먼지를 뚫고 안으로 들이닥쳤다.
"에단!"
카일이 황급히 달려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단 위에는 목이 베여 쓰러진 제라드 후작의 시체만이 뒹굴고 있었고, 흑사도들의 잔해는 먼지가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사령관은 제라드 후작의 시체를 확인하고 넋을 잃었다.
"정말…… 흑사도의 총단주와 역적 제라드를 홀로 처단하셨군요."
"뒤처리는 그대들이 알아서 하시오. 가솔들은 모두 처단하고, 가문의 재산은 황태자와 약조한 대로 몰수하면 될 것이오."
에단이 흑사를 검집에 넣으며 덤덤하게 통로를 향해 걸어 나갔다.
카일은 그의 등 뒤에 대고 주먹을 꽉 쥐며 깊이 머리를 숙였다.
"명령을 받들겠다, 선봉장."
이로써 제국 서부의 거대한 기둥이자, 대역죄를 모의했던 발렌시아 후작가는 역사 속에서 단 하루 만에 완전히 지워졌다. 가문의 멸문(滅門)이었다.
그리고 그 멸문의 주역인 펜드래건의 둘째 공자 에단의 이름은, 이제 '제국의 천마(天魔)'라는 두려운 별칭과 함께 대륙 전체를 뒤흔드는 은빛 폭풍으로 불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