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39화: 영혼의 격돌
"크하하하! 뼈와 살을 베는 검술이 제아무리 대단해도, 영혼을 직접 파괴하는 힘 앞에서는 무력할 뿐이다!"
총단주 베스퍼가 자신의 지팡이를 제단 바닥에 박아 넣었다.
그의 온몸에서 흘러나온 시커먼 영혼의 파편들이 거대한 해골 형상을 이루며 비명을 질렀다. 흑사도 최후의 비기이자, 상대의 물리적 방어와 마법 장벽을 완전히 무시하고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즉사 주술, '영혼 참수(Soul Rend)'였다.
수백 마리의 원혼들이 비명을 지르며 에단의 가슴을 향해 쇄도했다.
원혼들은 에단의 몸을 통과하며 그의 영혼을 낚아채려 했다.
"죽어라, 괴물 녀석!"
베스퍼가 해골 가면 뒤에서 광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강한 기사라 해도 영혼 방어 수단이 없다면 뇌가 타들어 가 즉사할 터였다.
스으으읍—
원혼들이 에단의 몸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에단은 눈을 감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1초, 2초, 3초…….
방안에 정적이 흘렀다.
베스퍼가 에단이 피를 토하며 쓰러질 것을 기다렸으나, 에단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은빛 눈동자는 평온하기 짝이 없었고, 오히려 그의 입가에 비스듬한 조소가 번졌다.
"이것이 영혼을 흔드는 힘이라 불리는 수준인가? 조잡하기 짝이 없군."
"어, 어째서 멀쩡한 것이냐?! 내 영혼 주술이 직격했을 텐데!"
베스퍼가 머리를 감싸 쥐며 비명을 질렀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에단—천마 백운휘의 영혼은 수만 번의 혈투와 마도(魔道)의 극의를 깨달으며 완성된, 불멸에 가까운 초월적인 영격(靈格)을 지니고 있었다. 이세계의 미천한 리치나 흑마도사가 부리는 원혼 따위는 에단의 영혼 깊숙한 심연에 닿는 순간, 거대한 용광로에 떨어진 눈송이처럼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미천한 벌레의 영혼이 감히 천마(天魔)의 신혼(神魂)을 탐하다니. 주제를 알아야지."
에단이 성신마검을 머리 위로 똑바로 치켜세웠다.
그의 검신에서 피어오른 칠흑의 기운이 이번에는 차가운 물리적 기운이 아닌, 상대의 영혼을 직접 타격하는 무형의 심검(心劍) 기운으로 변화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참혼결(斬魂訣), 참혼격(斬魂擊).
에단이 검을 내리쳤다.
공간을 가르는 푸르고 차가운 검광이 베스퍼의 신형을 관통했다.
"끄아아아아악!"
가면 뒤에서 들려온 비명소리는 인간의 육체가 지르는 소리가 아니었다.
베스퍼의 영혼 자체가 칼에 베여 쪼개지는 고통에, 그의 보라색 로브 밑으로 검은 영혼의 파편들이 피처럼 흘러나오며 비틀거렸다. 수백 년간 삶을 유지하게 해 주던 그의 언데드 영혼 핵에 치명적인 균열이 생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