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4화: 시정잡배들의 청소
펜드래건 공작저가 위치한 영지 수도의 번화가.
그중에서도 귀족 자제들과 부유한 상인들이 모이는 고급 주점 '붉은 사자'는 대낮부터 활기가 넘쳤다.
에단은 가벼운 가죽옷 차림으로 주점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전담 집사인 레오는 주점 밖에서 대기하게 한 채였다.
그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몸을 조금 움직여 보기 위해서였다.
'원래의 에단이라는 녀석에게 빚을 진 놈들이 몇 명 있었지.'
기억을 되짚어 보면, 에단은 발렌시아 후작가의 방계 자식인 헨리와 그의 수하 기사 수련생들에게 정기적으로 도박 자금을 뜯기고 있었다. 어젯밤의 다툼 역시 그들이 에단에게 가짜 유물을 비싼 값에 강매하려다 벌어진 소란이었다.
"어이, 이게 누구야? 펜드래건의 똥개 공자님 아니신가?"
아니나 다를까. 주점 문이 열리며 덩치 큰 사내 셋을 거느린 갈색 머리의 청년이 거들먹거리며 걸어 들어왔다. 그가 바로 발렌시아가의 망나니, 헨리였다.
헨리는 구석에 앉아 홀로 차를 마시고 있는 에단을 발견하고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어제 그렇게 개망신을 당하고 마차에 실려 가더니, 오늘은 웬일로 얌전하게 차를 처마시고 있대? 아서 공작님한테 엉덩이라도 터진 거냐?"
헨리의 수하들이 킥킥대며 비웃음을 흘렸다. 주점 안의 다른 손님들도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이쪽을 훔쳐보았다. 늘 보던 망나니들의 싸움 구경이었기 때문이다.
에단은 찻잔을 내려놓고 헨리를 올려다보았다.
눈을 마주치는 에단의 눈빛이 너무도 서늘하고 고요하자, 헨리는 순간 흠칫하며 찻잔을 쥔 손을 쳐다보았다.
"헨리."
에단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뭐, 뭐라고?"
"내 기억이 맞다면, 네놈이 나에게 강제로 뜯어간 금화가 도합 삼백 닢은 되는 것 같더군. 어제 강매하려던 그 쓰레기 같은 깨진 도자기 값까지 합해서 말이지."
헨리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하! 이 미친놈이 드디어 약 기운이 덜 빠졌나? 야, 금화? 그건 네놈이 나한테 자발적으로 바친 상납금이야. 이제 와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자발적이라……."
에단이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는 헨리보다 조금 작았으나, 그가 일어나는 순간 느껴지는 위압감은 주점 안의 공기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돌려받아야겠다. 지금 당장."
"이 새끼가 진짜 돌았나! 얘들아, 오랜만에 펜드래건의 쓰레기 청소나 좀 해 주자. 적당히 뼈 몇 개 부러뜨려 놔라. 어차피 공작도 신경 쓰지 않는 버린 자식이니까!"
헨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뒤에 서 있던 덩치 큰 사내 하나가 주먹을 쥐고 에단의 얼굴을 향해 내질렀다. 거친 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묵직한 주먹이었다. 기사단 수련생답게 기초적인 신체 강화는 되어 있는 일격이었다.
슉.
그러나 주먹이 에단의 얼굴에 닿기 직전, 에단의 머리가 아주 미세한 각도로 옆으로 비켜섰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주먹을 피한 것이었다.
"어?"
사내가 당황하는 찰나, 에단의 오른손이 뱀처럼 날렵하게 뻗어 나갔다.
탁!
사내의 손목을 가볍게 움켜쥔 에단은 그대로 힘을 주어 꺾었다. 동시에 발을 뻗어 사내의 무릎 뒤편의 급소를 정확하게 걷어찼다.
콰당!
"크아악!"
거구의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처박혔다. 뼈가 어긋나는 둔탁한 파열음이 주점에 울려 퍼졌다.
"이, 이 자식이?!"
남은 두 명의 사내가 동시에 허리춤의 단검을 뽑아 들고 에단에게 달려들었다.
에단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몸을 부드럽게 회전시켰다. 전생의 신법인 천마유혼보의 극히 일부를 펼친 것이었다. 그의 신형이 잔상을 남기며 두 사내의 공격 사이를 유령처럼 빠져나갔다.
빡! 퍽!
순식간에 에단의 손끝이 두 사내의 턱과 명치를 관통했다. 특별한 무기나 오라 없이도, 오직 인간 신체의 약점을 파고드는 정밀한 삼류 무공의 초식만으로 거구의 기사 수련생들은 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억……."
"커흑!"
두 사내는 바닥에 누워 거품을 물거나 배를 움켜쥔 채 비틀거렸다. 단 몇 초 만의 일이었다.
"어, 어째서……."
헨리는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는 듯 부들부들 떨며 뒤로 물러섰다. 마력도, 오라도 없는 공작가의 망나니가 기사단 수련생 셋을 맨손으로 제압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에단은 천천히 걸어가 헨리의 멱살을 잡았다. 헨리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금화 삼백 닢. 오늘 해가 지기 전까지 펜드래건 공작저의 내 처소로 보내라."
에단의 붉은 빛을 띤 눈동자가 헨리의 눈을 꿰뚫었다.
"만약 단 한 닢이라도 모자라거나 늦는다면, 네놈의 다리뼈를 뽑아 지팡이로 만들어 주마. 알겠나?"
"아, 알았어! 보낼게! 보낸다고!"
헨리는 겁에 질려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에단은 쓰레기를 버리듯 그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리고 주점의 다른 손님들이 넋을 잃고 쳐다보는 가운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육체의 기력은 형편없지만, 초식의 극의는 살아 있군. 슬슬 진짜 검을 손에 쥐어 볼 때가 된 것 같다.'
에단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