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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37화

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37화: 흑사도의 총단주

지하 복도의 끝에 위치한 철문 너머, 거대한 원형 공동(空洞).
그곳의 공기는 끈적하고 붉은 피비린내와 형언할 수 없는 악의(惡意)로 가득 차 있었다.

에단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원형 광장 한가운데의 거대한 석조 제단이 눈에 들어왔다.
제단 위에는 발렌시아 후작 제라드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그의 목은 베여 있었고, 몸 안의 모든 피가 제단 아래에 그려진 거대한 마법진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순간 동맹이라 믿었던 교단에게 도리어 제물로 바쳐진 것이었다.

그 제단 위에 서 있는 사내가 있었다.
짙은 보라색 로브를 뒤집어쓰고, 금빛과 해골 문양이 새겨진 가면을 쓴 사내. 그의 몸에서는 산 자의 온기 대신, 수백 년간 시체 속에서 썩어간 듯한 사기(死氣)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흑사도의 진짜 지배자이자 교주, 총단주 베스퍼(Vesper)였다.

"왔는가, 펜드래건의 괴물 공자."
가면 뒤에서 울려 퍼지는 베스퍼의 목소리는 쇠가 부딪치는 듯 서늘하고 괴이했다.

에단은 제라드의 시체를 힐끗 쳐다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동맹이라 믿었던 녀석을 제물로 바치다니, 사파 놈들의 종특은 이세계에서도 여전하군."

"후후, 제라드 녀석은 어차피 한계가 뚜렷한 인간이었다. 황태자의 공격에 겁을 먹고 부들부들 떨기만 하더군. 그 미천한 피가 제국 전체를 나락의 손아귀에 넣을 거대한 포탈의 에너지가 되었으니, 후작으로서 가치 있는 최후를 맞이한 셈이지."
베스퍼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바닥의 핏빛 마법진이 요동치며, 공동의 천장 위에 거대하고 어두운 차원의 균열—'심연의 문(Gate to the Abyss)'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성 밖에 죽어간 수천 명의 병사들과 발렌시아가 직계들의 혈액이 공명하며 문을 여는 촉매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라코르와 칼리반을 죽인 네놈의 실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미 이 제식은 90% 이상 완성되었다. 문이 완전히 열리면 지옥의 상위 마왕들이 제국을 집어삼킬 것이다. 네놈의 그 하찮은 검술로 포탈 전체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막는다라."
에단이 성신마검을 천천히 뽑아 들었다.
"내가 왜 이 문을 막아야 하지? 나는 황실의 충직한 사냥개가 아니다. 내 관심사는 오직 하나뿐이다."

에단의 은빛 눈동자가 핏빛 안광으로 물들며, 베스퍼를 똑바로 겨누었다.

"내 가족을 건드린 놈들의 뿌리를 뽑는 것. 그리고 네놈의 머리통을 깨뜨려 그 영혼까지 말살하는 것뿐이다."

에단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차가운 살기가 성채 지하 공동 전체를 가차 없이 압박하기 시작했다.
수백 년간 어둠 속을 지배해 온 흑사도의 총단주와, 무림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천마의 진짜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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