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36화: 도망친 쥐
성채 지하의 어둡고 습한 비밀 통로.
횃불을 든 세 명의 정예 호위 기사들이 커다란 나무 상자 두 개를 들고 황급히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망토를 뒤집어쓴 갈색 머리의 청년, 헨리 발렌시아가 있었다.
"더 빨리 움직여라! 토벌군이 내성까지 들이닥쳤다! 빨리 비밀 탈출구를 통해 영지 밖으로 벗어나야 해!"
헨리의 목소리는 공포로 맛이 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꺾은 복도 막다른 길의 모퉁이.
어둠 속에서 검은색 옷을 입고 등에 성신마검을 멘 사내가 벽에 기댄 채 덤덤하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에단이었다.
"어, 어떻게……!"
헨리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호위 기사들은 황급히 검을 뽑아 들었으나 에단의 존재감에 압도되어 몸이 굳어 버렸다.
"헨리."
에단이 벽에서 등을 떼며 천천히 다가왔다.
"도망칠 구멍은 이미 내 기사단원들이 지키고 있다. 네 쥐새끼 같은 목숨을 연장할 방법은 이곳엔 존재하지 않아."
"에, 에단! 제발 살려줘! 내가 잘못했어! 그 살수를 보낸 것도, 누나를 납치하라고 한 것도 다 주교 녀석이 시킨 짓이야! 난 아무것도 몰라!"
헨리는 바닥을 기어 에단의 발끝을 잡으려 애원했다.
"여기 상자 보이지? 우리 가문이 대대로 모아온 진귀한 아티팩트와 마력 보석들, 그리고 금화 오만 닢이 들어있어! 이걸 다 너한테 줄게! 제발 살려서만 보내줘!"
에단은 헨리를 내려다보는 눈빛에 깃든 혐오감을 감추지 않았다.
"전생이나 현생이나, 가문의 똥개들은 항상 목숨 구걸부터 시작하는군. 은원이 확실한 마도(魔道)에서 내 가족을 건드린 놈에게 자비를 베푸는 법은 없다."
에단이 헨리를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탄지신통(彈指神通)의 변형, 마기지탄(魔氣指彈).
파앙!
에단의 손가락 끝에서 뿜어져 나온 서늘한 흑색 마기의 탄환이 공기를 가르고 헨리의 이마 정중앙을 꿰뚫었다.
"억……."
헨리는 눈동자가 풀린 채,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가문의 이름을 빌려 에단을 괴롭히고 호구 잡으려던 헨리 발렌시아의 비참한 최후였다.
뒤에 서 있던 세 명의 호위 기사들은 헨리의 시체를 보고 사시나무 떨듯 떨며 그 자리에서 검을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살, 살려주십시오! 저희는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
에단은 상자들을 쳐다본 뒤 기사들을 향해 턱짓했다.
"상자들을 들고 밖으로 나가 청색 기사단에게 넘겨라. 딴마음을 먹는다면 네놈들의 목도 헨리와 같은 자리에 구멍이 뚫릴 것이다."
"예, 예!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에단은 기사들을 지나쳐 지하 통로의 더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 저편에서 풍겨오는 비릿한 피비린내와 거대한 흑마법의 기운이 그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발렌시아 후작과 흑사도의 진짜 우두머리가 그곳에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