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32화: 황태자의 사자
다음 날 아침, 펜드래건 공작저의 정문에 황실의 상징인 금빛 용이 그려진 마차가 멈춰 섰다.
황태자의 친필 밀서와 제국 군무부의 군령을 소지한 황실 전령이 안으로 들어섰다.
에단과 카일, 그리고 공작을 대행하여 기사단을 지휘하는 가문의 원로들이 알현실에 모였다.
"황태자 전하의 어명입니다!"
전령이 붉은 봉인이 찍힌 두루마리를 펼쳤다.
"발렌시아 후작가는 금기시된 악마 숭배 집단인 흑사도와 공모하여 황실 연회를 습격하고 공작가의 영애를 납치하려 하였으니, 이는 제국에 대한 명백한 대역죄이다. 이에 황실 근위대 5천 명과 펜드래건 공작가의 청색 기사단을 통합한 '역적 토벌대'를 결성하며, 그 토벌대의 선봉장(Vanguard)으로 펜드래건의 에단 공자를 임명한다!"
선봉장 임명.
귀족 사회에서 토벌의 선봉장은 가장 위험하지만, 동시에 승리했을 때 가장 거대한 명예와 적의 영지를 합법적으로 강탈할 수 있는 권한을 얻는 직위였다. 황태자 지그프리트가 에단에게 약속했던 '합법적인 복수'의 무대를 마련해 준 것이었다.
"황태자 전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군령을 받들겠습니다."
에단이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군령을 건네받았다.
전령이 물러가자 가문의 원로 중 한 명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에단 공자님, 발렌시아 후작가는 비록 어둠에 물들었으나 서부 최고의 정예 기사단인 '강철의 발톱' 기사단 2천 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영지 성벽의 방어막은 제국 마법단조차 뚫기 힘든 견고한 성입니다. 기습도 아니고 정면 siege(포위 공격)라면 많은 피를 흘릴 텐데요."
카일이 에단의 어깨를 짚으며 나섰다.
"걱정 마시오, 원로원. 청색 기사단의 주력은 내가 직접 이끌고 에단을 보좌할 것이오. 에단이 길을 뚫으면, 우리는 그 뒤를 따라 적들을 섬멸하면 되오."
에단은 흑사를 가볍게 만지며 창밖을 쳐다보았다.
"참초제근(斬草除根). 풀을 벨 때는 뿌리까지 뽑아야 하는 법이지. 이번 기회에 발렌시아라는 이름 자체를 역사에서 완전히 지워버려야겠군."
에단의 선언에 알현실의 모든 원로기사들은 숨을 들이켰다.
그의 말에는 단순한 비장함이 아닌, 당연한 미래를 선고하는 절대자로서의 확신이 서려 있었다.
이틀 후, 펜드래건 공작가의 청색 기사들과 황실 근위대 5천 명으로 구성된 정예 토벌군이 수도를 출발해 서부의 발렌시아 영지를 향해 진격을 개시했다.
군대의 맨 앞자리, 성신마검을 등에 멘 은발의 선봉장 에단이 군마를 이끌고 서부를 향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