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31화: 가문의 변혁
수도 펜드래건 저택의 응접실.
루나는 상처를 치료받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곁에는 묵묵히 차를 마시고 있는 에단이 있었다.
루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에단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이전의 멸시나 의구심 대신, 깊은 감격과 형용할 수 없는 경외심이 서려 있었다.
"에단, 정말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난 그 차디찬 제단 위에서 악마들의 제물이 되었을 거야."
루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가족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소."
에단이 덤덤하게 대꾸했다.
"나는 이제 네가 어떤 힘을 쓰든, 그 정체가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기로 했어. 다만 한 가지만은 확실히 약속할게. 가문에서든, 마탑에서든 내가 가진 모든 마법적 지식과 자원은 너를 위해 쓸 거야. 네가 원한다면 펜드래건의 가주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내가 앞장서서 카일 오빠와 아버지를 설득할게."
에단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가주 자리라. 그런 귀찮은 것엔 관심이 없소. 내 목표는 가주의 지위 따위가 아니라, 내 길을 가로막는 이 세상의 모든 걸림돌을 치워버리는 것이니까."
그때, 응접실의 문이 열리며 공작저로 갓 돌아온 카일 펜드래건이 들어섰다.
카일은 에단이 혼자 고대 성당을 습격해 흑사도의 대주교와 나락의 악마를 도륙했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달려온 터였다.
카일은 에단의 앞에 서서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이전의 열등감이나 질투가 남아 있지 않았다. 무인으로서 아득한 신의 영역에 도달한 동생에 대한 경탄과 순수한 경외뿐이었다.
스윽.
카일은 허리춤의 명검을 검집째로 풀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에단."
카일의 목소리는 엄숙했다.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내려놓겠다. 비무에서도, 그리고 그 이후의 무공에서도 자네는 나를 아득히 초월했다. 펜드래건의 칼자루를 쥘 자격이 있는 것은 오직 자네뿐이다. 나는 기꺼이 자네의 뒤를 받치는 가문의 방패가 되겠다."
루나는 카일의 결단에 놀랐으나 에단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피식 웃었다.
"형님, 내 분명 말했을 텐데요. 나는 가주 자리에 관심이 없다고. 형님이 계속 가주 준비나 하시오. 나는 그저 내 마음대로 무림…… 아니, 이 세계를 종횡무진할 뿐이니 말이오."
에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신, 펜드래건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발렌시아가 같은 쥐새끼들은 내 손으로 완전히 멸해 주겠소. 가문은 그 뒤처리나 깔끔하게 해주면 되오."
카일과 루나는 에단의 압도적인 기세와 오만한 성정에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망나니로 불리던 둘째 공자가 이제 가문의 중심이자, 제국 전체를 삼킬 거대한 지배자로 거듭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