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21화: 황태자의 밀약
습격이 수습된 황성의 비밀 알현실.
황태자 지그프리트와 에단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단둘이 마주 보고 있었다. 삼엄한 황실의 호위 기사들마저 밖으로 물러나게 한, 극비의 회동이었다.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겠네, 에단 공자. 자네가 아니었다면 나를 비롯한 많은 명문가의 후계자들이 어젯밤 목숨을 잃었을 걸세."
지그프리트가 따뜻하게 웃으며 찻잔을 들어 올렸다.
에단은 가볍게 턱을 괬다.
"인사는 접어두시지요. 전하께서 나를 이곳으로 부른 것은 단순히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함이 아닐 텐데요."
지그프리트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태도를 바꿨다. 그의 눈빛에 황태자다운 엄숙함과 서늘한 지성이 감돌았다.
"역시 영리하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최근 제국 전역에서 어제와 같은 악마 숭배자 집단의 은밀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제국의 고위 귀족 세력이 연루되어 있지."
"발렌시아 후작가로군요."
에단이 지체 없이 이름을 내뱉었다.
지그프리트의 눈이 이채로 빛났다.
"자네 역시 알고 있었군. 맞네. 제라드 발렌시아 후작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황실을 전복하고 제국을 차지하기 위해 금기시된 흑사도의 힘을 빌리고 있네. 하지만 물증이 부족하여 황실이 먼저 움직이기 곤란한 상황이지."
"그래서 나보고 그들의 목을 베어 오라?"
"황실의 공식적인 이름으로는 움직일 수 없네. 하지만 자네라면…… 가문의 사적인 원한이나 기사들의 결투라는 명목으로 그들의 세력을 하나씩 도려낼 수 있겠지. 황실이 뒤를 봐주겠네."
"매력적인 제안이군요. 하지만 내가 굳이 귀찮은 황실의 사냥개가 되어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내게 돌아오는 이득은 무엇입니까?"
에단의 어조는 당돌했다. 황태자를 상대로 이익을 저울질하는 담대함에 지그프리트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자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금화? 권력? 아니면 공작가의 후계자 자리인가?"
"그런 시시한 것들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에단이 싱긋 웃어 보였다.
"황실의 지하 보물고에 썩어가고 있는 고대 약초들과 특수 광물들을 직접 고를 기회를 주십시오. 딱 한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황실 보물고. 제국 천년의 역사 동안 모인 진귀한 아티팩트와 비전서, 영약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지그프리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자네가 어제 세운 공을 치하하는 명목으로 황실 보물고의 출입을 한 번 허가하겠네. 단,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은 세 가지로 제한하겠네."
"세 가지라. 충분하군요."
에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래는 성사되었군."
지그프리트가 손을 내밀었다.
에단은 그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기대해 주십시오. 쥐새끼들의 목을 치는 것은 천마…… 아니, 내 전공 분야이니 말입니다."
비밀 알현실을 나오는 에단의 머릿속은 이미 황실 보물고에서 찾아낼 진귀한 물건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천마마력로를 다음 단계로 진화시킬 열쇠가 그곳에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