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20화: 천마의 위용
"죽여라! 펜드래건의 잔챙이부터 갈가리 찢어발겨라!"
로브를 쓴 흑사도들의 우두머리인 흑마도사 바르톡이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그의 지팡이 끝에서 뿜어져 나온 붉고 끈적한 암흑 마력이 연회장의 시체들과 결합하더니, 높이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뼈와 피의 괴물, '혈골마인(Blood Bone Golem)'을 연성해 냈다.
크오오오!
혈골마인이 포효하며 에단을 향해 뼈로 된 곤봉 같은 앞발을 내리찍었다.
대리석 바닥이 주저앉으며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러나 에단은 피하지 않았다.
"시끄럽군."
에단은 흑사를 오른손에 가볍게 쥔 채, 단전의 천마마력로를 격렬하게 회전시켰다.
그의 단전 안에서 한기와 열기가 조화를 이룬 투명하고 칠흑 같은 마기가 흑사의 검신으로 폭발하듯 흘러 들어갔다. 검날 전체가 마치 검은 블랙홀처럼 주변의 빛을 흡수하며 웅웅거렸다.
에단이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천마신검(天魔神劍) 제3초, 만마귀조(萬魔歸朝).
검을 세로로 가볍게 내려친 순간, 공간 전체가 세로로 찢어지는 듯한 검은 파동이 발생했다.
칠흑 같은 검강(劍罡)이 혈골마인의 정중앙을 수직으로 관통했다.
사아아아—
어떠한 충격음도 없었다. 거대한 뼈 괴물은 에단의 검강이 지나는 순간, 먼지조차 남기지 못하고 고운 가루가 되어 스르륵 녹아내렸다.
"이, 이럴 수가?! 단 한 격에 혈골마인을?!"
바르톡이 경악하며 지팡이를 휘둘러 암흑 광탄 수십 개를 난사했다.
에단은 유령처럼 신형을 움직였다. 천마유혼보의 신묘한 움직임은 허공을 가르는 마법 광탄들 사이를 비웃듯 스쳐 지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에단은 바르톡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악마의 힘을 빌려 쓴다는 놈들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라니. 전생의 사파 졸개들만도 못하군."
"너, 너는 대체……!"
스릉!
에단의 대검 흑사가 바르톡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바르톡의 머리가 공중으로 솟구쳤고, 그의 동체는 분수처럼 피를 뿜으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수장인 바르톡이 허무하게 참수당하자, 남은 흑사도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괴, 괴물이다! 도망쳐!"
"누구 맘대로."
에단은 도망치는 흑사도들을 향해 검을 비스듬히 휘둘렀다.
검 끝에서 퍼져 나간 검은 마기의 칼날들이 흑사도들의 등 뒤를 자비 없이 꿰뚫었다. 단 한 명도 결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연회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서늘한 결계가 깨져 나가며, 마침내 외부 철문이 부서지고 황실 근위대장들과 기사 수백 명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황태자 전하! 무사하십니까!"
근위기사들이 연회장 안의 참상을 보고 넋을 잃었다.
연회장은 흑사도 수십 명의 토막 난 시체들과 피비린내로 가득 차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는 펜드래건의 둘째 공자 에단이 검을 털어내며 덤덤하게 서 있었다. 에단의 옷자락에는 단 한 방울의 피도 묻어 있지 않았다.
황태자 지그프리트는 넋이 나간 눈으로 에단을 쳐다보았다.
그는 깨달았다. 눈앞의 은발 청년은 펜드래건의 망나니가 아니라, 제국의 판도를 뒤흔들 절대적인 무(武)를 감춘 은둔 고수라는 사실을.
"에단 펜드래건……."
지그프리트의 떨리는 목소리가 연회장 안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에단은 흑사를 허공에서 가볍게 회전시키며 반지에 수납했다. 그리고 황태자를 돌아보며 천마 특유의 오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황태자 전하, 수도의 어둠은 참으로 얕고 심심하구려. 다음번엔 좀 더 쓸 만한 상대가 나오길 기대하겠소."
에단은 주저앉은 귀족들이 경외와 공포에 질려 쳐다보는 길을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제국 전체에 그의 존재감을 완전하게 각인시킨 연회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