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19화: 습격
레이몬드가 망신을 당한 후, 연회장의 분위기는 에단을 중심으로 미묘하게 재편되었다.
더 이상 그를 무시하는 자는 없었다.
그때, 연회장 상석의 단상에서 금발의 청년이 천천히 내려왔다. 제국의 황태자, 지그프리트 드 아델하이트였다. 그는 수려한 외모와 냉철한 지성을 겸비하여 황실의 차기 태양으로 칭송받는 인물이었다.
"펜드래건의 공자, 에단이군."
지그프리트의 목소리에 온화하지만 묵직한 힘이 실려 있었다.
에단과 루나는 정중히 예를 표했다.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소문은 들었다. 쌍두 마웅을 단숨에 베었다지. 가문의 검무 대신 제국을 위협하는 마수를 벤 실력이니 칭찬받아 마땅하다. 다만…… 수도의 어둠은 숲속의 마수보다 훨씬 깊고 은밀하니 늘 조심하게."
지그프리트가 에단의 어깨를 짚으며 의미심장하게 경고했다. 어젯밤 하수구에서 벌어진 습격 사건을 황태자 역시 인지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단이 입꼬리를 가볍게 올렸다.
그때였다.
쿠콰콰콰쾅—!
연회장의 높은 유리 돔 천장이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박살 나며 무너져 내렸다. 날카로운 유리 파편들이 비처럼 쏟아졌고, 연회장은 순식간에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
"습격이다! 전하를 호위하라!"
근위대장들이 소리쳤으나, 천장에서 붉은 안개를 내뿜는 거대한 결계가 펼쳐지며 연회장 입구의 철문들이 육중하게 닫혔다. 외부의 근위대가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흑마법 결계였다.
"나락의 신을 위하여!"
검은 로브를 쓴 흑사도(Dark Apostle) 수십 명이 유리 파편을 뚫고 연회장 바닥으로 착지했다. 그들 중에는 마력을 변조하여 붉은 오라를 뿜어내는 타락한 기사들과, 암흑 마법을 시전하는 마법사들이 섞여 있었다.
그들의 타깃은 명확했다. 제국의 황태자 지그프리트와 제국을 이끌어갈 명문가들의 직계 자제들이었다.
"전하, 이쪽으로!"
몇 명의 근위기사들이 황태자의 앞을 막아섰으나, 타락한 기사들의 기습적인 붉은 검기에 참수당하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루나! 마법 결계를 넓혀라!"
루나가 다급하게 지팡이를 들어 방어벽을 구축하려 했으나, 흑마법사들의 저주 주문이 그녀의 캐스팅을 방해했다.
그때, 소리 없이 어둠 속에서 나타난 독 단검을 쥔 살수 하나가 방어막이 뚫린 루나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들었다.
"루나 영애, 위험합……!"
황태자가 소리쳤지만 한 발 늦은 타이밍이었다.
파앗!
하지만 독 단검이 루나의 목에 닿기 직전, 에단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푸른 보석 반지에서 칠흑 같은 대검 흑사(黑蛇)가 번쩍이며 허공으로 튀어나왔다.
에단은 흑사를 가볍게 낚아채며, 루나의 머리 위로 검을 휘둘렀다.
콰직!
살수의 몸이 대검 흑사의 검강에 의해 단단한 갑옷과 함께 세로로 정확하게 쪼개지며 공중에서 비산했다.
검붉은 피가 루나의 하얀 드레스 자락에 튀었다.
"누나, 뒤로 물러서서 구경이나 하시오."
에단이 흑사를 어깨에 걸치며, 몰려드는 흑사도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은빛 머리칼 사이로 흐르는 안광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전쟁터에서 수천의 무인을 지휘하던 천마 백운휘의 오만한 패기가 연회장 전체를 잠식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