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15화: 비무
펜드래건 공작저의 대연무장은 수백 명의 기사들과 가솔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가문의 정통 후계자 카일과 최근 괴물 같은 소문이 돌기 시작한 망나니 에단의 정식 비무(比武)였기 때문이다.
연무장 한편의 귀빈석에는 첫째 딸 루나가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멀리 본성의 테라스에서는 아서 공작이 차가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연무장 중앙.
카일은 가문의 명검 '바람의 송곳니'를 뽑아 들었다.
검신을 감싸며 거칠게 소용돌이치는 푸른빛의 바람 오라는 카일이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고수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에단, 지금이라도 흑마법의 출처를 밝히고 항복한다면 가문 차원에서의 자비를 베풀어 주마."
카일이 검을 겨누며 말했다.
에단은 가만히 흑사(黑蛇)의 자루에 손을 얹었다.
스릉—
검은색의 칼날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자, 연무장 안의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는 듯한 기이한 환각이 일어났다. 에단의 천마마력로에서 품어져 나온 어둡고 투명한 마기가 검신을 휘감으며 날카로운 검명(劍鳴)을 울렸다.
"항복은 이기는 놈이 부리는 사치지. 검을 쥐었으면 헛소리 하지 말고 덤비시오."
"오만하구나!"
카일이 바닥을 차고 쇄도했다. 소용돌이치는 바람의 오라가 에단의 정면을 덮쳐왔다.
펜드래건 가문의 비전 검술, '폭풍검형(Storm Sword Style)'이었다. 수십 개의 검날의 잔상이 바람처럼 휘몰아치며 에단의 전신을 유린하려 했다.
챙! 챙! 챙! 챙!
강렬한 쇠부딪치는 소리가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카일의 휘몰아치는 난격 속에서, 에단은 단 한 걸음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흑사는 지극히 간결하고 느릿하게 움직이는 듯했으나, 카일의 맹렬한 참격들을 단 일체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튕겨내고 있었다.
'무슨 검술이 이리도 무겁단 말인가!'
카일은 검이 부딪칠 때마다 손목이 저릿해지는 충격을 받으며 경악했다. 에단이 뿜어내는 검은 기운은 단순한 마력이 아니었다. 검의 궤적 하나하나에 철저한 계산과 실전의 살기가 담겨 있었다.
"이것이 너의 한계냐?"
에단이 받아치며 카일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크윽! 폭풍 참격!"
카일이 오라를 폭발시키며 검을 크게 휘둘렀다. 검 끝에서 푸른 참격의 바람이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연무장의 대리석 바닥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며 에단을 삼키려 했다.
에단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세계의 검술은 화려하지만, 뼈대가 부실하군."
에단은 흑사를 수평으로 고쳐 쥐고, 발끝으로 대지를 딛었다.
그의 천마마력로에서 회전하던 한기와 열기의 균형이 마침내 깨어지며, 검은 마검의 기운이 극의로 응축되었다.
천마신검(天魔神劍) 제1초, 마라천파(魔羅天破).
공간을 가르는 검은 일격이 푸른 폭풍을 향해 직격했다.
쿠아아앙!
귀를 찢는 폭발음과 함께 바람의 오라가 연기처럼 산산조차 깨져 나갔다.
카일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폭풍을 뚫고 들어오는 검은 칼날이었다.
"앗……!"
카일이 급히 검으로 막으려 했으나, 흑사의 칼끝은 그의 검면을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카일의 목덜미 바로 앞에 딱 멈춰 섰다.
서늘한 흑사의 칼날이 카일의 목 피부를 자극했다.
카일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칼날을 타고 떨어졌다.
침묵.
연무장의 그 누구도 소리를 내지 못했다.
후계자 카일이, 마력도 없다던 망나니 에단에게 단 몇 초 만에 완벽하게 패배했다.
"내가 이겼소, 형님."
에단이 검을 내리며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기사단의 감옥은 내가 아닌, 실력이 부족한 녀석들이나 들어가는 곳이 어울릴 것 같구려."
에단이 몸을 돌려 유유히 연무장을 걸어 나갔다.
멀리 테라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서 공작의 입가에 묘한 흥미의 미소가 지어졌다.
"하늘을 집어삼킬 듯한 저 오만한 기세라니…… 드디어 펜드래건에 진정한 괴물이 태어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