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11화: 충격의 여파
사냥 대회가 끝난 공작저의 연회장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보통 대회 우승자는 기사들의 축하와 귀족들의 찬사를 받으며 술잔을 들어 올려야 마땅했다. 하지만 우승자인 에단이 태연하게 구석에서 차를 홀짝이고 있는 지금, 그 누구도 먼저 말을 건네지 못했다.
루시안 가이어는 떨리는 손으로 금화 천 닢에 상응하는 신용증서를 에단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여, 여기 있소. 약속은 지켰으니 내기는 끝난 것이오."
루시안은 에단의 눈을 차마 마주 보지도 못한 채 허겁지겁 자리를 피했다. 헨리 발렌시아는 아예 시종을 시켜 어제 받은 금화 상자 옆에 또 하나의 금화 자루를 조용히 들이밀고는, 꼬리를 내리고 일찌감치 영지를 떠나버렸다.
에단은 테이블 위에 쌓인 증서와 금화를 보며 피식 웃었다.
"돈 버는 게 가장 쉽군."
그 시각, 공작의 집무실.
아서 공작의 앞에는 머리를 숙인 채 상기된 얼굴로 서 있는 첫째 딸 루나가 있었다.
"에단이 홀로 쌍두 마웅을 잡았다고?"
공작의 목소리에는 드물게 깊은 경악이 깃들어 있었다.
"예, 아버지.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 아이는 마법도, 정식 기사의 오라도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검 흑사에 서려 있던 어둠의 마력을 아주 완벽하게 통제하며 단 한 격에 마수를 두 동강 냈습니다."
루나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떨렸다.
"그 검술은 제가 평생 보아온 그 어떤 기사의 궤적보다 예리하고 간결했습니다. 마치……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르는 법을 가장 완벽하게 아는 자의 손짓 같았습니다."
공작은 창밖으로 연무장 한편에 서 있는 에단의 방을 바라보았다.
"마맥을 쓰지 못하는 자가 소드 익스퍼트 이상의 무력을 발휘했다라. 게다가 그 저주받은 흑사를 정화해서 제 것처럼 다룬다니."
공작의 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에단 녀석의 몸에 무슨 변화가 생긴 것이 분명하구나."
"기사단을 보내 조사할까요?"
"아니다. 그 녀석은 펜드래건의 핏줄이다. 가문을 위해 이 변화가 이득인지 실인지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다. 카일에게는 에단에게 쓸데없는 시비를 걸지 말라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아버지."
루나가 집무실을 나가자, 공작은 서랍 깊숙한 곳에서 붉은 봉인이 찍힌 편지 봉투 하나를 꺼냈다. 황실에서 보낸 연례 연회 초대장이었다.
"어쩌면…… 이번 황실 연회에 에단 그 녀석을 보내보는 것도 재미있겠군."
한편, 자신의 처소로 돌아온 에단은 방안에 가득 쌓인 금화 자루들을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레오."
"예, 공자님."
어느새 에단을 주군으로 받들기 시작한 레오가 조용히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이 돈을 가지고 내가 적어주는 약초들을 구해 오너라. 은밀하게, 가문의 눈을 피해 수도의 암시장을 뒤져서라도 모두 구해야 한다."
에단은 종이에 이세계의 약초 이름들을 전생의 한의학 지식과 조화시켜 적어 내려갔다. 마맥을 개방했으니, 이제는 단전에 내공의 원천이 될 씨앗을 심고 마력을 정제할 '단약'을 조제할 차례였다.
"단전을 완전히 각성시킨다면, 비로소 이세계의 마나를 나만의 내력으로 완전히 바꿀 수 있겠지."
에단의 은빛 눈동자에 서린 광채가 더욱 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