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한 남편이 예언을 속이려 나를 미워한 줄 몰랐다

4화: 사교계의 조롱
새벽의 작업실에는 약초 냄새와 마른 종이 냄새가 함께 고여 있었다.
라일라는 작은 상자 안에 향낭을 넣다가 세 번째로 같은 질문을 했다.
"정말 오늘 보내실 겁니까?"
"오늘 보내야 해."
나는 배합표 아래쪽에 로제 상회의 인장을 눌렀다. 아직 손잡이가 낯선 작은 인장이었다. 대공저의 문장처럼 위압적이지도, 신전의 태양처럼 번쩍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작은 장미 문양이 종이에 찍힐 때마다 이상하게 숨이 편해졌다.
"경고장을 보낸 쪽이 기다리는 건 우리가 멈추는 순간이야."
탁자 한쪽에는 신전의 봉인이 찍힌 경고장이 놓여 있었다. 원본은 은색 태양 조각과 함께 잠긴 서랍에 넣었고,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내가 밤새 베껴둔 사본이었다.
[축복받지 않은 약초는 잠을 주지 않는다. 영원히 깨지 못하게 할 뿐이다.]
라일라의 얼굴이 다시 굳었다.
"이 문장을 별궁에 보여드릴 생각이십니까?"
"아직은 아니야. 먼저 우리가 약속을 지키는 상회라는 걸 보여줘야 해. 협박을 받았다는 말은 그 다음에 꺼내도 늦지 않아."
나는 열 번째 상자 뚜껑을 닫았다. 안에는 수면 보조 배합, 복용 기록표, 작은 향낭 두 개가 들어 있었다. 하나는 별궁 하녀가 쓸 몫이고, 다른 하나는 하녀장이 직접 확인할 몫이었다.
문틈 아래로 쪽지가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라일라가 먼저 몸을 굳혔다. 나는 그녀를 손짓으로 말리고 쪽지를 집어 들었다. 봉인은 황실 별궁 하녀장 대리인 마르타의 것이었다.
[납품 검토증 확인을 위해 정오 전 은종루에 들르십시오. 별궁 물품 장부 담당이 그곳에서 인장을 대조합니다.]
은종루.
동문 거리와 귀족가가 만나는 길목의 찻집이었다. 낮에는 부인들이 모여 소문을 나누고, 저녁에는 하급 귀족들이 인맥을 구걸하는 곳. 발렌티노 대공부인으로 지낼 때도 나는 그곳에 초대된 적이 없었다.
"대표님,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아니. 내가 가."
"하지만 그곳은..."
라일라는 말을 삼켰다.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그곳에는 내가 대공저에서 버림받았다는 소문을 가장 달콤하게 씹을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장갑을 꼈다.
"그래서 가야 해. 그들이 내 이름을 입에 올릴 거라면, 적어도 내가 보는 앞에서 하게 만들어야지."
은종루의 유리문은 지나치게 투명했다.
안쪽에 앉은 부인들은 내가 문 앞에 서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곧 색들이 번졌다. 옅은 금색의 호기심, 보라색의 조롱, 누런 우월감.
발렌티노 대공저의 복도에서 보았던 색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오늘의 나는 그들의 집 안에 얹혀 사는 장식품이 아니었다.
"어머, 로제 양 아니신가요?"
가장 안쪽 자리에서 베아트리스 남작부인이 부채를 접었다. 그녀는 사교계에서 별다른 권력은 없었지만, 남의 불행을 가장 빠르게 옮기는 재주는 있었다.
"아직도 부인이라고 불러드려야 하나 했는데, 오늘은 상자까지 들고 오셨네요."
몇몇 부인이 웃음을 삼켰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로제 상회 대표로 왔습니다. 별궁 납품 검토증 인장 확인이 목적입니다."
"대표라니. 요즘 대표라는 말이 참 쉬워졌군요."
베아트리스의 감정색이 기름진 노란빛으로 퍼졌다.
"발렌티노 대공의 이름을 떼고도 장사가 된다고 믿으시는 건가요? 아니면 아직 그 이름이 뒤에 있다고 손님들에게 착각하게 하실 생각인가요?"
라일라의 손이 상자 손잡이를 세게 쥐었다. 나는 그녀보다 반 발 앞으로 섰다.
"발렌티노의 이름은 로제 상회 어느 문서에도 없습니다."
"아, 그러면 더 위험하겠네요. 신전 축복도, 대공가 보증도 없는 약초라니."
옆자리 부인이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신전 약방의 세르비안 님이 그러시더군요. 잠을 준다는 차가 영영 깨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고요."
문장은 경고장과 같았다.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세르비안은 편지 한 장으로 끝낼 생각이 아니었다. 그는 귀족 부인들의 혀를 빌려 로제 상회의 신용을 찢고 있었다.
"세르비안 님은 오늘 이 자리에 계십니까?"
내가 묻자 부인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베아트리스는 곧장 웃었다.
"왜요? 신전 사람을 불러 따지시게요?"
"아니요. 같은 문장을 여러 입에서 들으니 출처를 확인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나는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렸다.
"위험하다는 말을 하시려면 물건을 보신 뒤에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설마 여기서 약초 장사를 하시겠다는 건가요?"
"장사가 아니라 확인입니다. 별궁 납품용 수면차는 이 자리에서 내지 않겠습니다. 대신 낮에 마셔도 무겁지 않은 향차 견본은 있습니다."
나는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말린 꽃잎과 북부 박하, 아주 적은 양의 푸른 잎이 섞인 배합이었다. 별궁 하녀들에게 보낼 물건은 아니었다. 언젠가 사교계에 팔기 위해 준비해둔 견본이었다.
베아트리스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저희더러 그걸 마시라는 뜻인가요?"
"마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향만 확인하셔도 충분합니다."
나는 찻집 하녀에게 뜨거운 물을 부탁했다. 하녀는 난처한 얼굴로 주인을 보았고, 주인은 손익을 계산한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한 구경거리를 놓치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
따뜻한 물이 유리 주전자 안으로 떨어졌다. 말린 잎이 천천히 풀리며 맑은 초록빛으로 번졌다. 향은 강하지 않았다. 혀를 누르는 단맛 대신 코끝을 깨우는 서늘함이 먼저 올라왔다.
"축복문 값은 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잔 값은 신전 약방 향차의 절반입니다."
베아트리스의 부채가 멈췄다.
"대신 효능을 과장하지도 않습니다. 잠들게 하는 차가 아니라, 오후의 두통과 더부룩함을 낮추기 위한 향차입니다. 마실 사람에게 맞는 물건을 팔 뿐입니다."
"말은 그럴듯하군요."
그때 문가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말만 그럴듯했다면 하녀장님께서 검토증을 내주시지 않았겠지요."
마르타였다.
그녀는 회색 외투 차림으로 들어와 내 앞에 섰다. 그리고 품에서 별궁 인장이 찍힌 장부를 꺼냈다.
"로제 상회의 시험 납품 검토증은 유효합니다. 오늘 정오 전 인장 대조를 마치면 열 상자는 예정대로 별궁 물품 창고로 들어갑니다."
찻집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귀부인들의 조롱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그것이 전처럼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다. 황실 별궁 하녀장 대리인이 공개적으로 확인한 물건을 아무 근거 없이 위험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으니까.
베아트리스는 체면을 지키려는 얼굴로 찻잔을 들었다.
"향만 보지요."
그녀가 잔을 입술 가까이 가져갔다.
한 모금.
그리고 아주 짧은 침묵.
나는 그녀의 감정색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조롱의 보라색 사이로 옅은 녹색이 스며들었다. 뜻밖의 만족.
"나쁘지는 않군요."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감사합니다. 베아트리스 남작부인께서 처음 확인하신 향차라는 점을 장부에 적어두겠습니다."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에요."
"물론입니다. 단지 견본 평가 기록은 남기는 편이 정확해서요."
몇몇 부인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번에는 나를 향한 웃음만은 아니었다.
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로제 상회는 축복문 대신 기록을 남깁니다. 어떤 분이 어떤 배합을 마셨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다음에는 다른 배합을 권해드리겠습니다."
베아트리스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녀는 더 공격하지 못했다.
찻집 문밖에 신전 약방의 흰 외투가 스쳤다. 세르비안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유리 너머에서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웃음기 없는 얼굴로 아주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축하가 아니라 경고에 가까운 인사였다.
나는 대답 대신 로제 상회의 인장이 찍힌 장부를 닫았다.
은종루를 나온 뒤, 마르타는 사람이 없는 골목 입구에서 걸음을 늦췄다.
"오늘 일은 우연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신전 약방 쪽에서 하녀장님께도 말을 넣었습니다. 로제 상회 물품을 받으면 별궁 하녀들의 불면이 모두 하녀장 책임이 될 거라고요."
마르타의 감정색은 조심스러운 회색이었다. 완전히 내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그녀는 지금 계산하고 있었다. 신전의 압력과 로제 상회의 가능성, 둘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남을지를.
"그래도 검토증은 유지해주셨습니다."
"하녀들이 마실 차니까요."
내가 했던 말을 그녀가 그대로 돌려주었다.
나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실망보다 사고가 무섭습니다. 상자 봉인은 제가 보는 앞에서 다시 하십시오. 별궁 창고까지 가는 동안 누군가 손댈 여지를 줄이세요."
그 말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마르타는 더 말하지 않았지만, 이미 충분했다. 신전 약방이 소문을 움직였다면 물건에도 손을 댈 수 있었다.
나는 라일라에게 돌아섰다.
"상자 봉랍을 모두 새로 녹여. 기록표 번호와 봉인 번호도 맞춰 적어."
"예, 대표님."
라일라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이번에는 뒤로 물러서는 떨림이 아니었다.
나는 은종루의 유리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조롱당한 여인. 버림받은 전 공작부인. 신전 축복 없는 약초를 파는 무모한 대표.
그들이 나를 무엇이라 부르든 상관없었다.
오늘 은종루에 있던 사람들은 로제 상회의 이름을 들었다. 베아트리스 남작부인은 내 차를 마셨고, 마르타는 별궁 검토증을 확인했다.
조롱도 장부에 남기면 기록이 된다.
그리고 기록은, 때로 축복보다 오래갔다.
같은 시각, 발렌티노 대공저의 집무실에서는 유리잔 하나가 카시안의 손안에서 금이 갔다.
"다시 말해."
바르텔은 고개를 숙인 채 보고를 반복했다.
"은종루에서 베아트리스 남작부인이 로제 양을 공개적으로 조롱했습니다. 신전 약방 관리인 세르비안이 미리 흘린 말이 귀부인들 사이에 퍼진 것으로 보입니다."
카시안의 손등 위로 검은 낙인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분노가 아니라 애정이 위험했다. 그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에블린이 모욕당했다는 말 앞에서는 숨이 갈라졌다.
"그 자리에서 로제 양은."
바르텔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향차 견본을 우려 베아트리스 남작부인에게 확인시켰고, 마르타 대리인이 별궁 납품 검토증을 공개적으로 인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은종루에 있던 귀부인들 모두 로제 상회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유리잔의 금이 멈췄다.
카시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답다.
상처받았을 것이다. 분명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에블린은 그 상처를 접어 장부 사이에 끼워 넣고, 그것마저 증거로 만들었을 것이다.
"베아트리스 남작부인의 남편은."
"신전 약방의 축복문 유통 계약에 지분이 있습니다."
"세르비안의 장부와 함께 가져와. 합법적인 거래 기록부터."
"응징은..."
카시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녀가 공개적으로 얻은 승리를 내가 더럽힐 이유는 없다."
그는 깨진 유리잔을 내려놓았다.
"다만 납품 상자에 손대는 자가 있으면, 그때는 조용히 치워라. 에블린이 이긴 판은 에블린의 것으로 둔다. 그 판을 뒤엎으려는 손만 부러뜨려."
바르텔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카시안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은종루가 있는 방향의 하늘은 맑았다. 에블린이 그 하늘 아래에서 등을 곧게 펴고 걸어갔을 모습을 떠올리자, 가슴의 낙인이 다시 타들어 갔다.
그는 통증을 삼키며 눈을 감았다.
멀리서 지키는 것.
그녀의 이름이 자신에게서 멀어질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을 견디는 것.
그것이 아직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