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한 남편이 예언을 속이려 나를 미워한 줄 몰랐다

3화: 독립 자금
동이 트기 전의 집은 낯선 소리를 크게 품었다.
벽난로 안에서 사그라지는 숯의 작은 파열음, 맞지 않는 창틀이 바람에 긁히는 소리, 라일라가 복도를 오가며 빗장을 다시 확인하는 발소리까지. 발렌티노 대공저에서는 하인들의 움직임조차 두꺼운 양탄자 아래 묻혔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내 귀에 직접 닿았다.
불편한데도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내가 직접 잠근 문.
내가 직접 골라 들인 사람.
내가 직접 지켜야 할 집.
나는 탁자 위에 손수건을 펼쳤다. 밤새 그 안에 넣어두었던 은색 조각이 흐린 촛불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태양의 열두 갈래 광선.
가운데 박혀 있던 작은 보석은 빠져 있었고, 뒷면 고리 부분은 억지로 뜯긴 듯 휘어져 있었다. 평범한 축복 부적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단단했고, 장식이라기에는 뒷면에 새겨진 숫자가 선명했다.
"하급 사제들이 망토에 다는 표식과 닮았습니다."
라일라가 낮게 말했다. 그녀는 밤새 잠을 자지 못했는지 눈가가 붉었다.
"신전 고아원에 물건을 가져다줄 때 몇 번 봤어요. 문지기들이 그 표식을 보고 안쪽 문을 열어주더군요. 그냥 장식은 아니었습니다."
"이동 허가패에 가깝다는 뜻이네."
"아가씨, 오늘 약속을 미루시는 게 어떻습니까?"
라일라의 색은 불안한 회녹색으로 흔들렸다. 나는 조각을 다시 손수건에 감쌌다.
"미루면 누가 좋아할까?"
"그건……."
"나를 겁주러 온 사람이겠지."
나는 제안서 위에 손을 얹었다. 밤새 고친 문장들 사이로 잉크가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았다. '태양의 축복'이라는 말은 모두 지웠고, 그 자리에 배합 비율과 원산지, 보관 방법을 적었다.
축복문 대신 효능.
권위 대신 증거.
발렌티노 대공저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화려한 이름이 늘 실속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대공부인이라는 이름으로도 나는 한 번도 보호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로제 상회라는 작은 이름은 내가 직접 증명해야 했다.
"창문 빗장은 낮에도 잠가둬. 뒷문은 안에서 막고, 낯선 배달부는 들이지 마."
"그럼 별궁 쪽 사람은요?"
"정문 응접실에서만 만날 거야. 차는 네가 직접 우리고, 찻잎은 내가 보는 앞에서 꺼내."
라일라가 대답하려던 순간, 아래층 문고리가 두 번 울렸다.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이른 방문이었다.
나는 은색 조각을 서랍 깊숙이 넣고 열쇠를 돌렸다.
"라일라."
"예."
"겁먹은 얼굴 하지 마. 우리가 가진 물건이 팔릴 만하다고 생각하니까 누군가 이렇게 급해진 거야."
말은 라일라에게 했지만, 절반은 나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
황실 별궁 하녀장의 대리인은 생각보다 수수한 차림이었다.
마르타라고 자신을 밝힌 중년 여인은 짙은 회색 외투에 장갑을 끼고 있었고, 응접실로 들어오자마자 방의 네 모서리와 창문, 탁자 위 견본을 차례로 확인했다. 오래 궁에서 일한 사람의 눈이었다.
"로제 양."
그녀는 일부러 '부인'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았다. 나는 그 배려를 알아듣고 고개를 숙였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르타 부인."
"감사는 이릅니다. 하녀장님께서는 제안서를 읽으셨지만, 별궁은 오래전부터 태양 신전 약방과 거래해왔습니다. 새 거래처를 들이는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신전 약방 쪽에서는 로제 상회가 정식 조합 등록도 마치지 못한 이름뿐인 상회라고 하더군요."
말끝은 정중했지만 날이 있었다. 라일라의 손끝이 찻주전자 손잡이를 세게 쥐었다.
나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맞는 말입니다. 간판도 어제 달지 못했습니다."
마르타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인정하시는군요."
"거짓말로 시작하는 상회는 오래가지 못하니까요. 대신 상품은 오늘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나는 탁자 위에 작은 유리병 세 개를 놓았다. 말린 푸른 잎, 은빛 솜털이 붙은 뿌리, 아주 작은 흰 꽃봉오리.
"북부 그라센 고원에서 들여온 수면 보조 배합입니다. 귀족들이 마시는 향차처럼 향만 좋게 만든 물건은 아닙니다. 별궁 하녀들이 교대 후 세 시간이라도 깊게 자야 다음 근무를 버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르타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표정이 사라졌다.
"누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하녀들의 손을 보면 압니다."
나는 그녀의 장갑 끝을 보았다.
"뜨거운 주전자를 반복해서 잡은 자국, 잉크가 빠지지 않은 손톱, 피로 때문에 눈 밑에 남는 푸른 그림자. 향 좋은 선물보다 필요한 것은 몸이 실제로 쉬는 차겠죠."
마르타는 더 묻지 않았다. 그녀는 유리병을 들어 향을 맡았다.
"축복문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별궁은 귀족들이 오가는 곳입니다. 신전 축복 없는 약초를 들였다가 문제가 생기면 하녀장님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서 시험 납품을 제안드리는 겁니다. 첫 물량은 열 상자. 값을 낮추는 대신 복용 기록표를 함께 드리겠습니다. 효능이 없거나 부작용이 있으면 전액 환불하겠습니다."
나는 미리 준비해둔 얇은 장부를 밀어주었다. 빈칸에는 날짜, 근무 시간, 마신 양, 수면 시간, 다음 날 두통 여부를 적도록 되어 있었다.
"신전 약방은 이런 기록표를 쓰지 않을 겁니다. 축복이 실패했다는 기록이 남으면 곤란할 테니까요."
마르타의 입가에 희미한 금빛이 번졌다. 흥미의 색이었다.
그때 응접실 밖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렸다.
무겁고 느린 발소리.
라일라가 문을 열기도 전에 남자의 목소리가 먼저 들어왔다.
"황실 별궁의 물품 검토가 이렇게 허술해진 줄은 몰랐습니다."
신전 약방 관리인 세르비안이었다.
세르비안은 신관복을 입지 않았다. 하지만 목 끝까지 단정하게 잠근 흰 외투와 손등에 낀 태양 문양 반지는 그가 어디 소속인지 지나치게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그의 감정은 탁한 노란색이었다. 우월감과 경멸이 기름처럼 번져 있었다.
"마르타 부인. 하녀장께서도 아십니까? 검증되지 않은 약초를 별궁에 들이려 하신다는 것을."
마르타의 눈빛이 굳었다.
"저는 검토하러 왔을 뿐입니다."
"검토할 가치가 없는 물건도 있습니다."
세르비안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로제 양이라고 했습니까. 아니, 얼마 전까지는 발렌티노 대공부인이셨지요. 호칭을 어느 쪽으로 불러야 할지 난감하군요."
"거래 자리에서는 로제 상회 대표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대표라."
그가 낮게 웃었다.
"공작가에서 나온 지 하루 만에 대표가 되셨다니, 세상 일이 참 쉽습니다."
라일라가 한 걸음 나서려 했다. 나는 손끝으로 그녀를 말렸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있는 거고요."
"신전의 축복을 받지 않은 수면 약초는 위험합니다. 특히 황실 별궁처럼 귀한 분들이 드나드는 곳에는 들일 수 없습니다. 귀족의 변덕에 지친 하녀들을 위한다는 감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 하녀들이 마실 차입니다."
내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귀한 분들이 아니라."
짧은 침묵이 응접실을 채웠다. 마르타가 천천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색이 아주 옅게 흔들렸다. 놀람, 그리고 조심스러운 호감.
나는 찻잔을 하나 꺼냈다.
"위험하다고 하셨으니 제가 먼저 마시겠습니다."
라일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가씨."
"괜찮아."
나는 작은 찻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붓고 배합한 약초를 넣었다. 향은 빠르게 올라왔다. 묵직한 흙내와 흰 꽃의 단맛, 마지막에 남는 서늘한 풀 향.
대공저 서재에서 나는 수많은 장부를 읽었다. 북부 약초가 어느 계절에 가장 향이 강한지, 어떤 상단이 젖은 잎을 말린 잎처럼 속여 파는지, 귀족들이 축복문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를 더 내는지. 카시안이 나를 방치한 시간이 내게 남긴 것은 상처만이 아니었다.
그 무관심의 긴 복도에서 나는 빠져나갈 문을 만들었다.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쓴맛 뒤에 부드러운 열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독도, 마비도 아니었다. 이미 여러 번 시험한 배합이었다.
"향은 강하지 않습니다. 근무 중 몰래 마실 필요가 없도록, 교대 후 몸을 천천히 낮추는 용도입니다. 술처럼 정신을 흐리게 만들지도 않습니다."
나는 두 번째 잔을 마르타 앞에 놓았다.
"드시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향은 확인하실 수 있겠죠."
마르타가 잔을 들었다. 세르비안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별궁 하녀장이 신전 약방과의 계약을 깨면 어떤 시선을 받게 될지 생각하셔야 합니다."
"깨자는 것이 아닙니다."
마르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시험 납품을 받겠다는 것이지요."
세르비안의 색이 붉게 튀었다.
분노.
나는 그 색을 놓치지 않았다. 저 남자는 별궁 하녀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기들이 붙여온 축복문 값이 흔들릴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열 상자입니다. 선금은 삼 할."
마르타가 품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황실 별궁 하녀장의 인장이 찍힌 납품 검토증과 금화가 들어 있었다.
금화 세 닢.
원료를 추가로 사들이고, 조합 등록 수수료를 내고, 밀린 운송비 일부를 막을 수 있는 돈이었다. 크지 않았지만, 내 이름으로 받은 첫 독립 자금이었다.
손끝이 떨릴 뻔했지만, 나는 천천히 봉투를 받았다.
"로제 상회는 정해진 날짜에 물건을 보낼 겁니다."
세르비안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후회하실 겁니다."
"그 말은 어제까지 많이 들었습니다."
나는 봉투를 품에 넣었다.
"오늘부터는 장부로 듣겠습니다."
같은 시각, 발렌티노 대공저의 집무실에는 찻잔 하나가 식어가고 있었다.
카시안은 손도 대지 않은 채 보고서를 읽었다. 동문 거리 신전 약방, 관리인 세르비안, 하급 사제 이동 허가패 분실 기록. 전날 밤 에블린의 거처 앞에 떨어졌던 은색 조각과 같은 계열의 물건이었다.
"로제 상회 쪽은."
"별궁 하녀장 대리인과 접촉했습니다."
바르텔이 대답했다.
"신전 약방 관리인이 중간에 끼어들었으나, 로제 양이 시험 납품 선금을 받아냈습니다."
로제 양.
카시안의 손가락이 종이 끝을 눌렀다. 그녀가 원한 이름이었다. 누구의 아내도 아닌, 자기 힘으로 서는 이름.
기뻐해야 했다.
실제로 기뻤다. 그래서 더 아팠다.
"우리가 개입한 흔적은."
"없습니다. 대리인도, 선금도 하녀장 쪽에서 직접 움직인 것입니다."
"그대로 둬라. 그녀의 거래에는 손대지 마."
카시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다만 신전 약방의 장부를 가져와. 이동 허가패가 누구 이름으로 나갔는지도."
"세르비안을 처리할까요?"
카시안은 잠시 눈을 감았다.
처리하고 싶었다. 에블린 앞에서 감히 그녀를 낮춰 부른 자의 혀를 잘라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충동이야말로 신의 눈이 기다리는 먹이였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아직은 아니다."
"예."
"그녀가 이길 수 있는 판은 빼앗지 않는다. 대신 판 밑에 독사가 숨어 있으면, 그건 내가 치운다."
바르텔이 고개를 숙였다.
카시안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동문 거리 쪽 하늘은 흐렸고, 곧 비가 올 것처럼 낮았다.
에블린은 오늘 첫 돈을 벌었을 것이다. 아마도 조용히 장부에 적고, 라일라와 함께 다음 물량을 계산하겠지.
그 상상만으로 그의 가슴 안쪽 낙인이 뜨겁게 조여왔다.
카시안은 고통을 삼켰다.
멀리서 지키는 것.
그것이 그가 허락받은 유일한 애정이었다.
해가 기울 무렵, 나는 금화 세 닢과 납품 검토증을 장부 첫 장에 나란히 올려놓았다.
라일라는 결국 울었다.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눈물방울이 장부 모서리에 떨어질 뻔해 내가 얼른 손수건을 밀어주었다.
"울면 잉크 번져."
"죄송합니다. 그런데 너무……."
"알아."
나도 웃고 있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분명히 웃고 있었다.
발렌티노 대공저에서 받은 어떤 보석보다, 이 작은 금화가 더 무거웠다. 이것은 누가 내게 던져준 시혜가 아니었다. 내가 가격을 정하고, 내가 위험을 감수하고, 내가 모욕을 견뎌 얻어낸 돈이었다.
"내일 새벽에 물량을 나눠 포장하자. 별궁으로 가는 상자에는 배합표를 넣고, 향낭은 열둘로 늘려. 마르타 부인이 직접 써볼 몫까지."
"예, 대표님."
라일라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 호칭에 나는 잠시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네."
그때 문틈 아래로 흰 봉투 하나가 밀려 들어왔다.
라일라가 숨을 삼켰다. 나는 봉투를 집어 들었다. 봉인에는 태양 문양이 찍혀 있었다. 어제 문 앞에서 발견한 조각보다 훨씬 선명하고, 훨씬 오만한 금색이었다.
안에는 짧은 문장 하나가 적혀 있었다.
[축복받지 않은 약초는 잠을 주지 않는다. 영원히 깨지 못하게 할 뿐이다.]
라일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나는 편지를 접어 촛불 가까이에 가져갔다가 멈췄다.
태우면 끝나는 경고가 아니었다. 이것은 증거였다.
나는 봉투를 은색 조각이 든 서랍에 함께 넣었다.
"내일 포장은 예정대로 해."
"하지만 아가씨."
"대표라고 불러."
라일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대표님."
나는 장부 위의 첫 선금을 다시 바라보았다.
자유는 문서 한 장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돈이 필요했고, 이름이 필요했고, 내 삶을 흔드는 손을 물어뜯을 이빨도 필요했다.
오늘 나는 그중 하나를 얻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사실을 몹시 불쾌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