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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9화

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

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

9화 공포의 인형극

[상점 이용 가능 시간: 04:32]

강지훈은 목록 앞에서 손을 멈췄다.

사야 할 것은 분명했다.

손목 안쪽에서 늦게 따라오는 감각. 눈앞의 정보가 한 박자씩 밀리는 어긋남. 그것을 그대로 끌고 다음 방에 들어가면 첫 규칙을 놓친다.

하지만 목록 뒤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서아는 팔꿈치를 감싸고 있었다. 정미는 찢어진 소매를 묶고 있었다. 도윤은 말없이 바닥을 보고 있었다. 박상철은 벌써 다른 사람들의 눈을 세고 있었다. 누가 포인트를 쓸지, 누가 아낄지, 누가 먼저 겁먹을지 계산하는 얼굴이었다.

"공용 도구가 먼저예요."

정미가 낮게 말했다.

"다음 방이 뭔지도 모르는데 개인 강화부터 사면 위험합니다."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지훈은 공용 도구 목록을 훑었다.

[대화음 삭제 3개 - 30P]
[시스템 분화 힌트 - 20P]
[응급 봉합 세트 - 40P]
[소형 거울막 - 50P]

모두 쓸모가 있었다.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도구를 들 사람이다.

"운반자를 정해야 합니다."

지훈이 말했다.

몇 명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공용 도구는 누가 들고 있습니까. 누가 먼저 쓰고, 누가 마지막까지 지킵니까. 지금 그 합의가 됩니까?"

박상철이 콧소리를 냈다.

"그럼 네가 들면 되잖아. 어차피 다 네 말 듣고 움직이는데."

"제가 들면 상철 씨는 믿습니까?"

박상철의 입이 잠깐 굳었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상점 시간은 줄고 있었다. 공용 도구를 사는 순간, 다음 방은 도구를 뺏고 지키는 문제까지 얹힌다. 이 미궁은 문과 함정만 쓰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늦은 판단도 썼다.

지훈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메타 시스템 보조 연산 Lv.1 - 80P]
[구매하시겠습니까?]

서아가 그 움직임을 보았다.

놀라지는 않았다. 대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오빠."

"공용 도구를 포기하는 게 아닙니다."

지훈은 말했다.

"첫 규칙을 읽는 사람이 먼저 버텨야 합니다."

창이 닫혔다.

머릿속에서 무언가 갈라졌다.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손목은 여전히 늦었다. 다만 늦게 들어오는 감각 위에 얇은 선이 그어졌다.

본 것.

추론한 것.

위험으로 반응한 것.

셋이 같은 덩어리로 밀려오지 않았다.

[개인 강화 적용 완료]
[메타 시스템 보조 연산 Lv.1]
[주의: 감각 지연은 치료되지 않습니다.]

남은 포인트가 줄었다.

[보유 포인트: 20]

지훈은 망설이지 않고 가장 싼 보조 항목을 눌렀다.

[시스템 분화 힌트 - 20P]
[효과: 다음 라운드에서 규칙 분류명을 1회 표시]
[구매하시겠습니까?]

"너 혼자 다 쓰겠다는 거야?"

박상철이 말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지훈을 보았다.

지훈은 고개를 들었다.

"네."

짧게 말했다.

"대신 첫 분류명은 모두에게 말합니다."

정미가 눈을 좁혔다. 반박하려는 얼굴이었지만, 상점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입을 닫았다.

[구매 완료]
[보유 포인트: 0]
[상점 이용 가능 시간: 00:11]

그때 벽 너머에서 소리가 났다.

딸깍.

사람 몸의 관절이라기에는 너무 일정하고, 기계라기에는 너무 느린 소리.

딸깍.

막대 인형의 목이 돌아가는 소리 같았다.

[다음 라운드 예고]
[라운드명: 공포의 인형극]

상점의 빛이 꺼졌다.

문은 무대 뒤쪽에서 열렸다.

처음 들어온 것은 먼지 냄새였다.

오래 닫힌 커튼의 먼지. 눅눅한 나무 바닥. 상한 분장품 같은 단 냄새.

생존자들은 무대 위로 밀려 들어갔다.

그 아래에는 관객석이 있었다.

객석은 어두웠고, 빈자리는 없었다.

인형들이 앉아 있었다.

사람 크기의 인형.

나무와 천, 유리 눈, 사람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검은 실. 모두 정면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정면은 무대가 아니었다. 그들은 무대 위 생존자들의 뒤쪽, 닫힌 커튼을 보고 있었다.

서아가 한 걸음 멈췄다.

지훈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세 번째 줄 왼쪽.

작은 아이처럼 만든 인형 하나가 있었다. 얼굴은 둥글고 웃고 있었다. 웃음은 칠이 벗겨져 반쯤 갈라져 있었다.

"보지 마."

지훈이 낮게 말했다.

서아는 곧장 눈을 내렸다.

공중에 문자가 떠올랐다.

[라운드명: 공포의 인형극]
[목표: 세 번의 막이 내려가기 전, 진짜 출구를 가리는 관객을 찾아 커튼 뒤로 보내십시오.]
[제한 시간: 18:00]
[주의: 막이 내려갈 때마다 연기자와 관객의 교대 판정이 발생합니다.]

연기자.

관객.

지훈은 발밑을 보았다. 무대 바닥에는 흰 선이 그어져 있었다. 생존자들이 선 곳은 무대 중앙. 객석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양쪽에 하나씩. 뒤쪽 커튼 아래에는 출구처럼 보이는 검은 틈이 있었다.

그런데 목표는 관객을 찾으라고 했다.

출구는 커튼 뒤에 있는데, 관객은 객석에 있다.

모순.

그 순간 힌트가 켜졌다.

[시스템 분화 힌트 사용]
[규칙 분류: 시선 교대 / 공포 반응 증폭]

지훈은 곧장 말했다.

"시선 교대. 공포 반응 증폭."

"그게 뭔데요?"

누군가 물었다.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눈을 함부로 돌리지 마십시오. 놀라서 고개를 숙이는 것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박상철이 웃었다.

"인형이랑 눈싸움 하라는 거냐?"

지훈은 그 웃음보다 객석을 보았다.

보조 연산이 정보를 가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본 것.

먼지. 객석 의자 천의 눌림. 세 번째 줄 아이 인형의 발끝 각도.

추론한 것.

방금 들어올 때보다 왼쪽으로 조금 돌아간 발.

위험으로 반응한 것.

서아의 빨라진 호흡. 박상철의 전진 욕구. 뒤쪽 커튼 아래 검은 틈.

도움은 됐다.

하지만 답은 아니었다.

[제한 시간: 16:42]

첫 번째 막이 흔들렸다.

위에서 붉은 천이 조금 내려왔다가 멈췄다. 예고처럼.

관객석 어딘가에서 딸깍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모두가 들었다.

정미가 손을 들어 사람들을 멈췄다.

"무대선 넘지 마세요."

"그럼 여기서 죽치고 있으라고?"

박상철이 말했다.

"찾으라잖아. 관객을. 저기 있는 거 하나 잡아다 뒤로 던지면 되지."

"어떤 게 진짜인지 모르잖아요."

서아가 말했다.

박상철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모르면 누가 먼저 봐야지."

그는 계단 쪽으로 움직였다.

지훈은 자전등을 켰다. 빛을 박상철의 발 앞에 던졌다.

정지.

박상철이 멈췄다.

"또 네 신호야?"

"첫 막 전에는 내려가지 마십시오."

"왜."

"움직인 인형을 확인해야 합니다."

지훈은 객석 전체를 훑지 않았다. 한 점을 오래 보면 다른 점이 사라진다. 대신 갈라진 정보의 층을 따라갔다.

딸깍 소리가 난 곳.

소리가 난 쪽의 인형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소리가 없던 곳에서 의자 천이 조금 눌려 있었다.

가짜 이동은 소리가 난다.

실제 이동은 소리가 없다.

그 결론을 말하기 전, 첫 번째 막이 내려왔다.

붉은 천이 시야를 덮었다.

사람들이 숨을 삼켰다.

"눈 감지 마!"

지훈이 외쳤다.

너무 늦었다.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모두 참았다. 하지만 참는 것도 반응이었다. 누군가의 발이 뒤로 물러났다. 누군가의 고개가 내려갔다. 서아는 아이 인형 쪽을 보지 않으려고 눈동자를 오른쪽으로 밀었다.

막은 3초 뒤 올라갔다.

관객석이 달라져 있었다.

가운데 줄의 늙은 남자 인형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젖은 회색 천으로 만든 여자 인형이 앉아 있었다. 그 얼굴은 방금 무대 왼쪽에서 흐느끼던 생존자와 닮아 있었다.

그 생존자는 아직 무대 위에 있었다.

하지만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과 인형의 얼굴이 같은 방향으로 굳어 있었다.

[연기자 교대 판정 대기]
[동일 공포 반응 반복 시 확정]

정미가 그 여자의 어깨를 잡았다.

"이름 말해요. 지금."

여자는 입술만 떨었다.

소리는 인형 쪽에서 났다.

"나..."

객석이 말했다.

무대 위 여자가 무너질 듯 흔들렸다.

지훈은 손목을 쥐었다.

실제 관찰. 무대 위 여자의 눈동자는 움직인다. 객석 인형의 입은 움직이지 않는다. 소리의 위치는 객석.

추론. 교대는 아직 완료가 아니다.

위험. 모두가 그 여자를 보고 있다. 모두의 시선이 같은 공포를 키운다.

"보지 마십시오."

지훈이 말했다.

"그 사람을 보지 말고 객석의 같은 얼굴을 보세요. 같은 반응을 반복시키면 안 됩니다."

정미는 곧장 사람들의 시선을 옮겼다.

"왼쪽 세 번째 줄. 거기 봐요. 무대 보지 마요."

서도윤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인형에서 나는데... 입은 안 움직여요."

그는 떨고 있었지만 계속 객석을 보고 있었다.

"소리가 미끼입니다."

지훈이 말했다.

"목관절 소리가 난 곳은 가짜 이동. 소리 없는 변화가 실제입니다. 그리고 막이 내려올 때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감은 사람과 닮아 갑니다."

박상철의 얼굴이 굳었다.

겁먹은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렇게 보이고 싶어 했다.

"그럼 찾았네."

그가 말했다.

"진짜 움직인 놈을 잡아다 커튼 뒤로 보내면 되는 거잖아."

"아직 아닙니다."

"늘 아직 아니래."

박상철은 자전등 빛 밖으로 발을 뺐다.

"네가 보고만 있는 동안 사람 하나가 저 꼴 됐어."

그 말에 몇 명이 흔들렸다.

지훈은 그 흔들림을 보았다.

박상철은 틀린 말만 하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지훈은 출구를 보았다. 커튼 아래 검은 틈은 여전히 있었다. 하지만 객석의 인형 몇이 그 틈을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생존자들이 그 틈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위치에 있었다.

진짜 출구를 가리는 관객.

출구 앞에 있는 인형이 아닐 수 있다.

출구를 보지 못하게 만드는 공포 반응일 수 있다.

"상철 씨."

지훈이 말했다.

"계단 내려가지 마십시오. 다음 막에서 당신 얼굴을 가져갑니다."

박상철은 잠깐 멈췄다.

그 잠깐이 충분했다.

객석 오른쪽 끝에서 박상철과 같은 어깨를 가진 인형 하나가 아주 조금 고개를 들었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지훈만 보았다.

[위험 신호 분리]
[무음 이동: 오른쪽 끝]
[대상 반응: 박상철]

"정지!"

지훈이 자전등을 세 번 깜빡였다.

박상철은 오히려 더 빨리 내려갔다.

"내가 잡아 올 테니까, 너는 네 계산이나 해."

그는 객석 첫 줄을 지나쳤다.

인형들이 그를 보지 않았다.

그게 더 이상했다.

관객이 배우를 보지 않는 극장.

박상철이 오른쪽 끝 인형의 팔을 잡았다.

그 순간 두 번째 막이 내려왔다.

붉은 천이 무대와 객석을 갈랐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비명을 냈다.

지훈은 비명 속에서 소리를 골랐다.

목관절 소리.

왼쪽.

가짜.

무음의 천 눌림.

오른쪽 끝이 아니라 세 번째 줄.

실제.

"박상철 씨, 놓고 올라와!"

막이 올라갔다.

박상철은 무대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

아니.

무대 위에도 박상철이 있었다.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는 듯, 흰 선 안쪽에 두 발을 붙이고 서 있었다. 얼굴은 굳었고 눈은 지훈을 보고 있었다.

계단 아래의 박상철도 지훈을 보고 있었다.

둘 다 같은 얼굴이었다.

다만 하나는 숨을 쉬고, 하나는 숨 쉬는 척을 했다.

[연기자 교대 판정 대기]
[대상: 박상철]
[동일 공포 반응 반복 시 확정]

정미가 욕을 삼켰다.

서아는 자기도 모르게 지훈의 소매를 잡았다.

"어느 쪽이에요?"

지훈은 대답하지 못했다.

계단 아래 박상철이 말했다.

"나야. 이쪽이 나야."

무대 위 박상철도 동시에 입을 열었다.

"나야. 이쪽이 나야."

목소리는 같았다.

하지만 지훈의 귀에는 아주 작은 차이가 걸렸다.

하나는 목에서 났다.

하나는 객석 세 번째 줄에서 났다.

커튼 뒤쪽에서 다시 딸깍 소리가 났다.

지훈은 그쪽을 보았다.

검은 틈 안에서 박상철의 목소리가 세 번째로 말했다.

"나 아직 무대 위에 있어."

그리고 객석 세 번째 줄의 빈 의자가, 아무도 앉지 않았는데 천천히 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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