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

10화: 숨 쉬는 관객
[연기자 교대 판정 대기]
[대상: 박상철]
[동일 공포 반응 반복 시 확정]
객석 세 번째 줄의 빈 의자가 천천히 꺼졌다.
누가 앉은 것도 아니었다.
천이 눌리고, 팔걸이 안쪽 먼지가 얇게 일어났다. 딸깍 소리는 없었다. 관절이 돌아가는 미끼음도, 목재가 삐걱이는 예고도 없었다.
그래서 더 진짜에 가까웠다.
지훈은 숨을 낮췄다.
계단 아래 박상철.
무대 위 흰 선 안쪽의 박상철.
커튼 뒤 검은 틈에서 들리는 박상철의 목소리.
셋이 동시에 그를 보고 있었다.
"나야. 이쪽이 나야."
계단 아래 박상철이 말했다.
무대 위 박상철의 입도 같은 모양으로 벌어졌다.
"나야. 이쪽이 나야."
그리고 커튼 뒤에서, 조금 더 낮은 같은 목소리가 따라왔다.
"나 아직 무대 위에 있어."
생존자들의 시선이 흔들렸다.
몇 명은 계단 아래를 보았고, 몇 명은 무대 위를 보았다. 나머지는 커튼 뒤 검은 틈을 봤다. 한 사람의 얼굴을 세 방향에서 확인하려는 시선들이 서로 부딪혔다.
그 순간 객석 인형들의 유리 눈이 아주 조금 밝아졌다.
지훈은 손목을 움켜쥐었다.
늦은 통증.
늦은 감각.
하지만 이제는 그 늦음 위로 가느다란 구분선이 떠올랐다.
실제로 본 것.
계단 아래 박상철의 어깨가 들렸다 내려간다. 발밑 먼지가 숨에 맞춰 미세하게 흔들린다. 손등에는 나무 손가락이 박혀 있다.
추론한 것.
무대 위 박상철은 가슴이 움직이지 않는다. 옷깃만 일정한 박자로 떨린다. 숨이 아니라 흉내다.
위험으로 반응한 것.
모두가 같은 질문을 기다린다.
누가 진짜냐.
그 질문 자체가 반복된다.
"대답하지 마십시오."
지훈이 말했다.
두 박상철의 얼굴이 동시에 굳었다.
"상철 씨. 같은 말 반복하지 마십시오. 어느 쪽이든."
"지금 장난해?"
계단 아래 박상철이 이를 드러냈다.
무대 위 박상철도 이를 드러냈다.
반 박자 늦게.
지훈은 그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정미 씨. 사람들 시선 빼 주세요. 박상철 씨 얼굴 보지 말고 객석 세 번째 줄."
최정미가 바로 움직였다.
그녀는 무대선 밖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흰 선 안쪽에 발을 고정한 채 팔을 벌려 사람들의 시야를 끊었다.
"얼굴 보지 마요. 세 번째 줄 빈자리. 전부 그쪽."
"저 사람 죽는 거 아니에요?"
"보는 게 더 위험합니다."
낮은 목소리였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억지로 시선을 옮겼다.
객석 세 번째 줄.
빈 의자.
아무것도 없는 자리.
그곳을 보는 순간, 무대 위 박상철의 윤곽이 조금 흐려졌다. 반대로 계단 아래 박상철의 숨소리가 더 거칠게 들렸다.
서도윤이 마른 입술을 열었다.
"소리... 세 번째 줄에서 돌아와요."
지훈이 묻지 않아도 그는 말을 이었다.
"무대 위 박상철 씨 입이 움직이는데, 끝소리는 객석에서 와요. 입하고 소리가 안 맞아요."
"계속 말해 주세요. 위치만."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직 떨고 있었다.
하지만 숨지 않았다.
박상철은 계단 아래에서 오른쪽 끝 남자 인형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아니, 붙잡힌 쪽은 그였다. 나무 손가락이 그의 손등을 파고들어 같은 자세로 고정하고 있었다.
오른쪽 끝 인형은 미끼였다.
그가 잡게 만들기 위한 손잡이.
진짜 변화는 세 번째 줄 빈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설아가 아주 작게 숨을 삼켰다.
지훈은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 모두가 그녀를 보면, 설아의 공포가 다음 재료가 된다.
"설아야. 손으로만."
설아가 고개를 아주 조금 끄덕였다.
그녀는 아이 인형을 가리키지 않았다.
아이 인형 옆.
비어 있는 팔걸이.
손가락 두 번.
첫 줄 왼쪽의 아이 인형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벗겨진 칠 사이로 검은 선이 입처럼 갈라져 있었다. 하지만 설아가 가리킨 것은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 옆 빈 팔걸이에 먼지가 끊겨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조금 전까지 얹혀 있었던 것처럼.
"아이 인형 말고 옆자리."
지훈이 말했다.
"비어 있는 곳이 움직입니다."
[제한 시간: 09:31]
시간이 줄었다.
두 번째 막은 올라갔지만 판정은 끝나지 않았다.
박상철이 손을 빼내려 했다. 나무 손가락은 더 깊이 박혔다. 같은 각도. 같은 힘. 같은 공포로 당길수록 더 단단히 죄는 구조였다.
"야, 이것부터 떼!"
박상철이 소리를 낮추지 못했다.
무대 위 박상철의 입이 벌어졌다.
"떼."
소리는 객석 세 번째 줄에서 났다.
도윤이 바로 말했다.
"또 세 번째 줄."
지훈은 손전등을 들었다. 빛을 박상철의 손등이 아니라 발밑에 던졌다. 먼지가 숨에 맞춰 흔들리는 곳.
"진짜는 계단 아래입니다. 하지만 그대로 올라오면 안 됩니다."
"뭔 헛소리야!"
"대역과 같은 동작을 만들면 확정됩니다."
박상철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그 아래에 공포가 있었다.
처음으로, 아주 선명하게.
정미가 몸을 낮췄다. 선을 넘지 않은 채 무릎을 고정하고 팔만 뻗었다. 손끝이 겨우 박상철의 손목에 닿았다.
"버텨요."
"놔! 부러진다고!"
"부러지는 쪽이 낫습니다."
정미는 손목을 비틀어 같은 자세를 끊었다.
박상철이 비명을 삼켰다.
무대 위 박상철이 말했다.
"아파."
그 소리 역시 객석에서 왔다.
지훈은 바로 말했다.
"상철 씨. 아까랑 같은 말 하지 마십시오. '나야' 금지. '이쪽' 금지. 방금 한 말도 금지."
"네가 뭔데 명령질이야."
"살고 싶으면 다른 말을 하십시오."
박상철의 눈이 피로 물든 것처럼 벌개졌다.
그는 지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이를 갈며 말했다.
"개 같은 방이네."
무대 위 박상철의 입이 열렸다.
그러나 같은 말을 따라 하지 못했다.
입 안쪽이 텅 빈 천처럼 꺼졌다.
[동일 공포 반응 불일치]
[교대 확정 지연]
누군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지훈은 곧장 말했다.
"안도하지 마십시오."
숨들이 다시 멈췄다.
"그것도 한 방향으로 몰리면 반응입니다."
방 안이 억지로 조용해졌다.
기침도, 울음도, 욕도 목 안에서 멈췄다. 그 침묵은 도서관의 침묵과 달랐다. 소리를 내지 않아서 사는 침묵이 아니라, 같은 감정으로 묶이지 않기 위해 버티는 침묵이었다.
정미가 손목 각도를 조금 더 틀었다.
나무 손가락 사이에 틈이 생겼다.
"지금."
박상철이 손을 빼냈다.
손등에는 붉은 자국이 남았다. 손가락 모양으로 파인 자국이었다.
그는 곧장 계단을 올라오려 했다.
무대 위 박상철도 한 발을 움직였다.
흰 선 안쪽에서.
먼지 하나 일지 않았다.
"멈춰."
지훈이 말했다.
박상철은 멈추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무대 위의 자기 얼굴을 보았다.
똑같은 발.
똑같은 어깨.
똑같은 분노.
그는 욕을 삼키고 멈췄다.
그 짧은 정지가 판정을 갈랐다.
[대상 반응 불일치]
[연기자 교대 판정 보류]
무대 위 박상철의 얼굴이 무너졌다.
피부가 벗겨진 것이 아니었다. 사람처럼 보이던 표면이 접힌 천처럼 주름졌다. 회색 천이 안으로 말려 들어가고, 그 뒤편으로 객석 세 번째 줄이 비쳤다.
빈자리.
그 자리는 무대 위 대역 뒤에 숨어 있었다.
"찾았다."
도윤이 말했다.
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닙니다."
빈자리는 그 말을 들은 것처럼 옆으로 밀렸다.
이번에는 첫 줄 왼쪽.
아이 인형 뒤.
설아의 어깨가 굳었다.
지훈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대신 손전등을 한 번 깜빡였다.
앉기.
설아는 곧장 무릎을 낮췄다. 아이 인형과 눈높이가 어긋났다. 웃는 얼굴이 그녀의 시야에서 밀려났다.
그 뒤에 빈 팔걸이가 드러났다.
설아는 잘린 운동화 끈 끝을 던졌다.
끈은 팔걸이에 닿았다가 멈췄다.
아무것도 없는데 눌렸다.
보이지 않는 손이 끈을 붙잡은 것처럼.
"진짜 관객이 저기 숨어드는 겁니다."
지훈은 확신 대신 가능성으로 말했다.
"인형이 아니라 우리가 안 보려고 남겨 둔 자리. 각자의 공포 옆에 생기는 사각지대."
정미가 짧게 물었다.
"그러면 전부 같은 곳을 보게 해야 합니까?"
"아마도요."
지훈은 커튼 뒤 검은 틈을 보았다.
"하지만 틀리면 전부 같은 반응이 됩니다. 교대가 한 명이 아니라 집단으로 걸릴 수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해법이 가장 위험했다.
판도라는 늘 그런 식으로 문을 열어 두었다.
커튼 뒤에서 웃음소리가 났다.
박상철의 목소리였다.
"그래서 누가 나를 보낼 건데."
계단 아래의 진짜 박상철은 입을 다물었다.
무대 위 대역도 이미 사라졌다.
그런데 목소리는 계속했다.
"누가 나를 보낼 건데."
객석 첫 줄의 빈 팔걸이가 천천히 내려앉았다.
지훈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몰리려는 것을 느꼈다.
"아직 보지 마십시오."
그가 낮게 말했다.
"제가 신호할 때만 봅니다. 같은 순간에, 같은 자리를."
"그게 틀리면?"
박상철이 물었다.
처음으로 비웃음이 없었다.
지훈은 대답했다.
"그때는 우리가 전부 무대 위에 서게 됩니다."
[제한 시간: 07:58]
천장 위에서 줄이 당겨지는 소리가 났다.
세 번째 막이 준비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붉은 천이 내려오기 전에 객석의 인형들이 먼저 움직였다. 모두가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빈자리 주변의 인형들만 아주 조금씩 몸을 돌렸다.
그들이 보는 곳은 무대가 아니었다.
지훈이었다.
목 뒤가 차가워졌다.
객석 첫 줄 가운데.
방금 전까지 없던 인형 하나가 앉아 있었다.
검은 머리.
마른 얼굴.
손목을 감싸 쥔 자세.
강지훈과 같은 얼굴이었다.
그 인형의 눈은 웃지 않았다.
입만 움직였다.
"나야."
소리는 지훈의 목에서 나지 않았다.
객석 전체에서 났다.
[세 번째 막 준비]
[신규 대상 반응 감지]
붉은 막이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